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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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게옵스], ‘대혼란’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역시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은 단어이다. 처음 책을 펼치기 전 여러 가지 연상 작용이 있었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대한 상상. 옛날 영화 속의 멋진 장면들. 안개 낀 항구 도시에 대한 향수. 우수에 찬 깊은 눈매의 멋진 이국 배우의 모습. ‘프랑스 장르 문학’이라는 낮선 세계에서 나는 그렇게 어린 시절 보았던 한편의 잔잔한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장 클로드 이쪼는 2000년도에 이미 사망한 작가로 그의 나이 50살에 첫 소설 [토탈 케옵스]를 발표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토탈 케옵스]는 그 후에 발표된 소설 [추르모], [솔레아] 와 함께 ‘마르세이유 3부작’ 으로 불리며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했다. 고향 마르세유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장 클로드 이조 중학교’가 개교를 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니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감과 함께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난다. 생각해 보라. 나이 50에 등단하여 저렇게까지 명성을 떨치다니.

 

[토탈 케옵스]는 아름다운 지중해의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여러 곳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의 고달픈 삶을 그리고 있다. 뒷골목으로 밀려난 이민자들의 삶의 애환을 느와르라는 장르를 빌려 낱낱이 고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종차별, 폭력조직들 간의 기득권 싸움, 부패한 경찰, 마약밀매, 살인,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까지. 한편의 영화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조를 가졌다. 전체적으로는 세 남자의 우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니 더욱 금상첨화일밖에. 실제로 2002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정말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저자가 저자의 말에서 이 모든 것은 허구라고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도 없이 말이다. 이제는 굳이 어느 나라를 칭해 [다민족국가]라고 따로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대 혼란, 즉 토탈 케옵스를 극복하고 자신을 똑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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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특강 - 자기 발견을 위한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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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다니던 회사에서 사원연수 프로그램 중, ‘유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던 분위기였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왔다. 혼자만의 공간도 아니고 익숙한 사람들도 아닌 타인들 속에서 저리도 감정몰입이 잘 될까 싶었지만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감정이 복받쳐 결국은 미완성된 유서를 쓴 그 때의 진지했던 마음의 움직임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뒤, 꼭 한번 시간을 내서 ‘유서’를 완성하리라 벼르기만 하고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 전 몇 권의 소설집을 읽었지만 특히 [사십세]와 [플라스틱 섹스]로 기억에 남아 있는 작가 이남희. 저 두 권을 읽고 나서 이남희 작가의 전작 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로 그 이남희 작가가 [자서전쓰기 특강] 이라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냈다니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선택해서 읽었다.

내 마음의 무의식에서는 ‘유서’와 ‘자서전’을 동일시하고 있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완성하지 못한 유서를 떠올리곤 한다. 아니면 책의 서두부분에 과제로 ‘유언장 쓰기’가 나와 있어서일까?

 

[자서전쓰기 특강]은 자서전뿐만이 아니라 모든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올바른 문장과 문단을 쓰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평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문장과 문단 정도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성에 젖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기술적인 글쓰기 방법뿐만이 아니라 심리분석적인 면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이 마음에 든다. 이남희 작가는 카를 융의 학설에 기초를 두고 심리학을 설명한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정신분석을 하는 작업과 닮아 있다. 자신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야하는 불안감.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기 검열 없이 모두 표현하는 것. 완전한 자기표현은 자유연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 한권을 제대로 분석하고 따라한다면 어디 자서전뿐이겠는가. 훌륭한 심리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한 주 한 주 강의를 받는 것처럼 책에서 지시하는 과제들을 직접 써보리라. 12주가 지난 다음에는 나의 삶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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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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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빙산과 같다.

커다란 얼음덩어리의 일부만이 물 위로 노출된 채 떠다닌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십대 초반에 봤던 연극의 제목이 [0.917]이었다. 우리 마음의 0.917%만이 의식 표면에 있고 나머지는 무의식의 세계란 뜻이라고 했다. 이제 연극의 내용은 희미하게 잊어졌지만 그 말만은 늘 뇌리에 남아 있다. 지금까지도.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영화나 책은 항상 나를 사로잡는다. 정신분석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면 책이나 영화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나의 무의식 들여다보기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프로이트의 의자에 눕는다면’ 이라고 가정을 하면 마음이 차가워진다. 정신분석에 흥미가 있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지만 정작 나를 털어 보이고 싶지는 않다는 심리. 그렇다.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남에게 나를 열어 보인다는 사실에 대해서.

 

[마음은 마치 순두부와 같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흔들리고 쉽게 뭉그러집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오래 남습니다.](51쪽)

 

[프로이트의 의자]는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장마다 소제목하에 프로이트의 기초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드(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욕망), 초자아(자아 이상, 도덕, 윤리, 양심의 대변자), 자아(이드와 초자아를 중재하는 중재자)는 내 안에 살고 있는 세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구조 이론이다. 적절한 예와 실제 상담중의 사례가 간간히 곁들어져 초보자가 이해하고 따라가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나오기’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독자의 시각에서 쓴 글로서 처음부터 차분히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위로받고 있는 나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이제 부록으로 되어 있는 ‘마음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서’에 나와 있는 15권의 책들을 찾아 마음 여행을 할 차례이다. 그 다음, 당당하게 만나고 싶다. 프로이트의 의자에 누워 두려움 없이 자신을 열어 보일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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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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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 심리에 관한 글에 흥미를 느낀다. 무의식 저 안쪽에 갇혀 있다가 불숙 튀어나와 우리를 조종하는 불가사의한 어떤 힘. 정상의 정신상태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뜻의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작가의 장편소설 [광기]는 표지부터 매혹적이다. 감은 눈에서 표현되는 인상 또한 보는 나의 심리상태에 따라 때론 평화롭게 때론 극도로 불안하게 극과 극을 오가는 느낌이랄까.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자, 과연 누구인가?”](5쪽)

 

소설 [광기]는 아길라르, 아구스티나, 미다스, 블랑카등 네명의 등장인물이 각각을 장을 교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총 6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야기의 순서가 규칙적이지는 않다. 각각의 화자가 서술하는 방식 또한 일인칭과 삼인칭을 수시로 바꿔가며 사용해 처음 몇 쪽을 읽을 때는 혼란이 오기도 했다.

 

개인의 광기와 가족사, 그리고 사회적인 광기 모두를 다루고 있는 소설 [광기].

아구스티나는 개인의 광기를 극명하게 설명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가족과 사회의 광기에 의한 가련한 희생물이라 하겠다.

아길라르는 아구스티나를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희생하는 착하고 충실한 남편이다.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자기중심적이고 이중적일 수밖에 없음을 아길라르를 보면서 실감한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어쩜 저리 한 점의 실망이나 후회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놀랍고도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전처 엘레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자식뻘 되는 젊은 여자에게 빠져 가정과 자식을 버린 무책임하고 나쁜 남자인 것이다.

미다스는 마약 거래, 돈세탁등 부정부패로 이루어진 사회적인 집단의 광기를 표현한다.

아구스티나의 외할머니 블랑카를 통해 할아버지 포르툴리누스의 생을 보여줌으로서 작은 집단의 광기 즉 가족력을 설명한다.

 

[삶이란 어차피 그 자체로도 위태롭거니와 반칙을 일삼기 때문이다] (45쪽)

 

아구스티나의 삶을 보면 5쪽에 나오는 글귀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자, 과연 누구인가?]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로서 아버지의 부정은 그녀의 광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고 해서 모두 정신을 놓는 것은 아니다. 잔인하게 들릴지라도 최종적인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닐까.

아구스티나 자신 또한 아길라르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리고 그의 전처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녀 자신이 폭력, 사람을 미치게 하는 폭력, 바로 그것이므로.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가했던 그 정신적인 폭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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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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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를 읽으면서 아주 오랜만에 평화롭고 행복한 기분에 잠길 수 있었다.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야 무척이나 슬픈 이야기였지만 [스톨른 차일드]가 가지는 섬세한 분위기, 문체가 아주 매혹적이었다. 능력이 된다면 원서로 읽고 싶은 욕심이 강하게 들 정도로. 그동안 타성에 빠진 책읽기로 인해 잊고 있던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빠질 때가 있다.

무엇인가 강력한 힘이 나를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기분. 혹은 어느 먼 옛날 이 기분을, 이 거리를 느끼고 걸었었던 것 같은 기시감.

나로 살긴 하지만 완전한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스톨른 차일드]는 요정들이 아이를 바꿔친다는 유럽의 설화를 바탕으로, W.B. 예이츠의 시 <스톨른 차일드>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로서 바로 문득문득 우리들이 느끼는 그 외로운 기시감을 예리하게 잘 풀어나가고 있다.

인간의 아이로 태어나 7세까지 지내다가 파에리라 불리는 요정들에 의해 자신의 삶을 바꿔치기 당한 소년 애니데이. 그리고 그 소년의 삶을 훔쳐 살고 있는 헨리 데이.

[스톨른 차일드]는 애니데이와 헨리 데이가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인간이었다가 요정이 된 애니데이나 파에리였다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헨리 데이나 자신의 삶이 불완전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은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 완전하게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롯한 나만의 삶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결말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을 아픈 마음 때문에 서성여야만 했다.

그들이 그렇게도 가지기를 염원하는 완전한 나로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열정적이지 못한 자신에 대한 가책도 함께하면서.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파에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아름답게만 보여졌던 요정들의 모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훔쳐야만 하고 거리의 부랑아 같은 모습을 한 묘사를 보며 많이 안쓰러움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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