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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특강 - 자기 발견을 위한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10월
평점 :
지난 날, 다니던 회사에서 사원연수 프로그램 중, ‘유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던 분위기였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왔다. 혼자만의 공간도 아니고 익숙한 사람들도 아닌 타인들 속에서 저리도 감정몰입이 잘 될까 싶었지만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감정이 복받쳐 결국은 미완성된 유서를 쓴 그 때의 진지했던 마음의 움직임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뒤, 꼭 한번 시간을 내서 ‘유서’를 완성하리라 벼르기만 하고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 전 몇 권의 소설집을 읽었지만 특히 [사십세]와 [플라스틱 섹스]로 기억에 남아 있는 작가 이남희. 저 두 권을 읽고 나서 이남희 작가의 전작 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로 그 이남희 작가가 [자서전쓰기 특강] 이라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냈다니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선택해서 읽었다.
내 마음의 무의식에서는 ‘유서’와 ‘자서전’을 동일시하고 있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완성하지 못한 유서를 떠올리곤 한다. 아니면 책의 서두부분에 과제로 ‘유언장 쓰기’가 나와 있어서일까?
[자서전쓰기 특강]은 자서전뿐만이 아니라 모든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올바른 문장과 문단을 쓰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평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문장과 문단 정도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성에 젖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기술적인 글쓰기 방법뿐만이 아니라 심리분석적인 면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이 마음에 든다. 이남희 작가는 카를 융의 학설에 기초를 두고 심리학을 설명한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정신분석을 하는 작업과 닮아 있다. 자신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야하는 불안감.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기 검열 없이 모두 표현하는 것. 완전한 자기표현은 자유연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 한권을 제대로 분석하고 따라한다면 어디 자서전뿐이겠는가. 훌륭한 심리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한 주 한 주 강의를 받는 것처럼 책에서 지시하는 과제들을 직접 써보리라. 12주가 지난 다음에는 나의 삶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