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스톨른 차일드]를 읽으면서 아주 오랜만에 평화롭고 행복한 기분에 잠길 수 있었다.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야 무척이나 슬픈 이야기였지만 [스톨른 차일드]가 가지는 섬세한 분위기, 문체가 아주 매혹적이었다. 능력이 된다면 원서로 읽고 싶은 욕심이 강하게 들 정도로. 그동안 타성에 빠진 책읽기로 인해 잊고 있던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빠질 때가 있다.

무엇인가 강력한 힘이 나를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기분. 혹은 어느 먼 옛날 이 기분을, 이 거리를 느끼고 걸었었던 것 같은 기시감.

나로 살긴 하지만 완전한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스톨른 차일드]는 요정들이 아이를 바꿔친다는 유럽의 설화를 바탕으로, W.B. 예이츠의 시 <스톨른 차일드>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로서 바로 문득문득 우리들이 느끼는 그 외로운 기시감을 예리하게 잘 풀어나가고 있다.

인간의 아이로 태어나 7세까지 지내다가 파에리라 불리는 요정들에 의해 자신의 삶을 바꿔치기 당한 소년 애니데이. 그리고 그 소년의 삶을 훔쳐 살고 있는 헨리 데이.

[스톨른 차일드]는 애니데이와 헨리 데이가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인간이었다가 요정이 된 애니데이나 파에리였다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헨리 데이나 자신의 삶이 불완전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은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 완전하게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롯한 나만의 삶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결말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을 아픈 마음 때문에 서성여야만 했다.

그들이 그렇게도 가지기를 염원하는 완전한 나로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열정적이지 못한 자신에 대한 가책도 함께하면서.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파에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아름답게만 보여졌던 요정들의 모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훔쳐야만 하고 거리의 부랑아 같은 모습을 한 묘사를 보며 많이 안쓰러움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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