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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돌 ㅣ 구름송이 생각 그림책 3
지미 지음, 심봉희 옮김 / 대교출판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시간의 흐름에 의하여 성장하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
학생일 때에는 공부를 잘하고 성실할 것. 직장인이 되어서는 일을 깔끔하게 잘할 것. 연인에게는 매력적일 것. 부모가 되어서는 자식을 사랑할 것.
물론 역할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 미묘한 것이라서 위와 같이 단순하게만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무언가가 있고, 살아있는 이상 우리에게 기대되는 역할이라는 것은 변할지언정 끊임없이 존재한다.
책의 표지에도 그려져 있는 이 책의 주인공 파란돌은 숲에서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다가 어느 날 석재를 구하러 온 사람들에 의해 반이 뚝 잘려져서 인간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코끼리 모양으로 조각되어 사람들 앞에 전시되고 찬사를 받던 파란돌. 늘 열렬한 찬사를 받는 일상이었지만 숲속에서 보내던 행복한 시절을 그리워하던 파란돌은 어느날 사무치는 그리움에 부서져 버린다.
하지만 파란돌은 다시 부유한 할머니에게로 팔려가 새 모양으로 조각이 된다. 파란돌을 아껴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문득 떠나온 집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버린 파란돌은 다시 부서져 버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할머니의 손자에 의해 물고기로 조각된 파란돌.
영원히 이별한 연인을 보고 다시 부서져 버리지만 달모양으로 조각되어 전시되고.
또 부서졌지만 묘비가 되고. 부서졌지만 고양이 인형이 되고. 다시 부서져서 감옥의 돌이 되고....
모래가 되기 직전까지 누군가에 의해 다듬어지고 원하지 않는 역할을 부여 받아 그것을 수행하게 되는 파란돌
그 파란돌을 보고는 살아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정 수준의 의무와 구속에 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부서지고 부서져 결국 모래가 된 파란돌. 그래서 바람을 타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파란돌. 물론 자신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에 부서지고 깎인 세월이 없었다면 파란돌은 영원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부서지고 깎이는 동안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어쩌다 만난 것과 같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생활하는 지금 이 현실은 힘들긴 하지만 나중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따뜻한 메시지.
힘겨운 현실도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라는 작가의 따뜻한 메시지 덕분에 그래도 기분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파란돌처럼 가끔 슬프고 고독한 나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내가 소망하는대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 현재 상황에 살짝 마음 상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림책이라 부담되지 않는 독서량일 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색의 아름다운 조화를 오랜만에 감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