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쓸 만한 인간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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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전반적으로 글이 ˝난 찌질하다아아 움하하하하.˝의 느낌인데. 그럼에도 신기하게 이 사람이 찌질하지 않구나 느낌이 든다. 구석구석 농담과 함께 위로가 담겨있어서 따뜻하기도 하다. 집이 좁아서 전자책으로 구입했는데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 종이책으로 다시 구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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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라는 것은 그다지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본 적도 없고.철학이라는 것은 임용고사에 나올만한 교육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장을 깊은 이해도 없이 단편적으로 외운 기억 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에게 시인은 너무 발달한 감성 때문에 사는게 참 힘들 것 같은 안쓰러운 사람일 뿐이고나에게 철학자란 너무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혼미할 것 같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들의 언어는 나에게는 너무나 어렵고나는 그들의 어렵고 힘든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기에는 너무나 바쁘고 지친 사람이다

그런데 저자인 강신주씨는 내가 그들의 어려운 언어에 귀를 기울이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수준에 맞게 해석해준다. (물론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사회현상 또는 개념을 이야기한 시인과 철학자를 엮고 그들의 아주 어려운 통찰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서 제시하고 있는 친절한 책.' 이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첫번째 인상이었다

이런 접근 방식은 강신주씨가 애용하는 방식인 듯 하다. 요즘 읽고 있는 강신주씨의 책인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도 이런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짤막한 이야기를 늘어 놓은 '단편소설집'의 느낌임에 반해 이 책은 좀 더 깊이 있게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장편소설'의 느낌이다  

 

절대적 교환가치를 지닌 자본주의의 신적 존재. (화폐). 

''신의 은총을 간절히 기다리며 위험을 무릅쓰고 경건한 마음으로 도전하는 행위. '도박

인간 허영의 전투장인 동시에 욕망의 학습장. 백화점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구별짓기를 위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시도하는 변화. 유행

다양하고 화려한 외적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세계에 대해 점점 냉담해지는 도시인. 그리고 그들의 권태

이 책은 내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자본주의사회'의 구조적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작가는 '자본주의''전자본주의(자본주의 이전의 시대)'와 비교해서 분석해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이를 주도하는 '산업자본'의 다양한 시도에 대하여 다각적으로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다양한 철학자와 시인과의 '깊이 있는 만남'을 매개해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철학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 책을 빌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뿌듯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만의 개성,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모두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를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학습 받은 것 일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상당히 많이 불쾌해졌다

개인의 욕망도 결국 사회에서 학습받은 것에 불과한 것일까

내가 원하고 추구하던 것들이 결국 모두 남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 자꾸 맴돌아 혼란스럽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진실과 마주하게 해 주는 책. '몸에 병이 있다'는 진단 결과를 통보받게 한 '건강검진' 같은 느낌의 책이다. (ㅠ) 

그래도 건강검진은 받아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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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꼼수 떨거지 토론회에 유시민씨가 나왔었다. 나는 정치에도 인문사회학 교양서에도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아 유시민씨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분에 대한 호불호도 없었다. 그런데 떨거지 토론회에서 유시민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개인적으로 이 분이 현실적이고 깊이있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이 쓰신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내적 자원이 모두 바닥난 상태에서 황량한 평원에 주저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내가 지금 존재하는 곳이 평원이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고, 어디로 가도 문제는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이래저래 탐색을 하고 있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의 지식수준과 사유의 깊이가 빈곤하다는 느낌만 깊어질 뿐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고민하기도 그만두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집어든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글과 마주하게 되었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인 것 같다

달그림자와 별을 살펴 방향을 새로 가늠해보고,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받았던 낡은 지도를 써내 살펴본다. 이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온갖 의심이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서문의 글을 읽고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나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이전의 독서량이 많지 않아서 여정을 함께 했던 지도를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지도를 마련해 나가야하는거구나.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혼란과 마주하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유시민씨가 청년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사유하게 된 것에 대한 기록이다. 독서의 폭이 넓지도 깊이가 깊지도 않은 나로서는 사회과학, 생명과학, 러시아문학, 독일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고, 또한 각각의 책에 대해 나름의 화두를 갖고 의미있는 사유를 한 내용을 기록해 놓은 이 책이 친절하고 고마웠다.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고는 해도 선왕이었던 주왕을 쫓아낸 무왕은 반역자가 아니냐고 묻는 선왕에게 '주왕은 인의를 해친 잔혹한 사내에 불과했으니 주 무왕은 한 사내를 죽였을 뿐 임금을 시해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 백성이 최고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서슬퍼런 역성혁명론을 펼치는 맹자, 

평범한 사람을 매장시켜버릴 수도 있는 대형 언론사의 무서움을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인물이 겪은 사건을 통해 찬찬히 그려낸 하인리히 뵐,  

사람들이 돈을 벌고 어하는 이유는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경쟁심이라고 분석해 낸 베블런

흔히 '사실'은 스스로가 말한다고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줄 것인가. 또는 어떤 순서로 어떤 맥락에서 말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가인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며 역사는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E.H. 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석학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참 좋은 교양 수업을 하나 들은 듯한 뿌듯함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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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 다산의 아버님께 세트 -전2권
안소영 지음, 이승민 외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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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책을 가까이 하는 생활을 하겠노라고 다짐한 후에

무언가 나의 마음을 확고히 해 줄만한 책을 한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여기저기 클릭하고 휙휙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책만 보는 바보'라는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뭔가 내가 현재 추구하는 컨셉이다 싶어서 서평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대부분이 상당히 좋은 점수를 주고 있기에 그냥 속는 셈 치고 구매하였다.
 


 
이 책은 원래 이덕무라는 조선시대 실학자가 남긴 자전적인 책을 근간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덕무'는 임용고사를 준비할 때에 조선시대의 실학자로서 사소절을 지은 저자라고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에게 이덕무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여 학식이 높지만 마음에 품은 큰 뜻을 펼칠 수 없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늘 옅은 슬픔을 지니고 살았던 사람. 이제 그 이름을 들으면 살짝 내 마음이 아파지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또한 이 책에는 이덕무와 함께 뜻을 나누었던 그 시대의 실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사귐에 대해서도 잘 그려져 있었다.

 
 


책을 좋아하여 늘 가까이 하지만.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그 뜻을 펼칠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이덕무.

서자라는 비슷한 처지 때문에 이덕무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와 실용적인 사고로 성리학이 판치던 조선 말기 주변 선비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살짝 따돌림을 당했다는 박제가. 늘 창백한듯한 하얀 안색에 옅은 슬픔이 항상 드리워져 있었다는 박제가..

능력이 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못하는 이덕무와 그 친구들을 따뜻하게 다독여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는. 큰 체구만큼 마음도 넓으셨다는 연암 박지원 선생.

 
삯바느질 하시는 어머니께서 비단조각을 모으시듯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종이에 적어서 자신만의 상자에 차곡차곡 모았다는 유득공. 중국의 복희씨와 신농씨와 관련된 이야기는 숭배하면서 우리의 역사인 단군신화에 대해서는 비웃음을 던지던 당대의 사람들의 주체적이지 못한 역사의식에 대해 한탄하던 유득공...

 
 

나에게 실학자는 관련 학설과 저서를 달달 외워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들이었다.

중상학파 누구 중농학파는 누구. 누군가는 이런 책을 지었고 교육제도와 농사제도는 이러이러한 것을 주장하였으며.. 어쩌구 저쩌구. 심지어 그 맥락도 모르고 그들이 주장한 학제에 등장하는 학교들의 이름들만 외워야하는 그런 공부를 하고 나서 솔직히 나는 실학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되었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이 책에서 따뜻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 숨쉬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실학자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요새 늘 머리 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고 자는 책.

하루 만에 훌쩍 다 보면 아까울 것 같아서 일부러 쪼개서 읽고 있는 책이다 .

오늘 보면 다 볼 것 같아서 왠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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