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 다산의 아버님께 세트 -전2권
안소영 지음, 이승민 외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책을 가까이 하는 생활을 하겠노라고 다짐한 후에

무언가 나의 마음을 확고히 해 줄만한 책을 한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여기저기 클릭하고 휙휙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책만 보는 바보'라는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뭔가 내가 현재 추구하는 컨셉이다 싶어서 서평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대부분이 상당히 좋은 점수를 주고 있기에 그냥 속는 셈 치고 구매하였다.
 


 
이 책은 원래 이덕무라는 조선시대 실학자가 남긴 자전적인 책을 근간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덕무'는 임용고사를 준비할 때에 조선시대의 실학자로서 사소절을 지은 저자라고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에게 이덕무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여 학식이 높지만 마음에 품은 큰 뜻을 펼칠 수 없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늘 옅은 슬픔을 지니고 살았던 사람. 이제 그 이름을 들으면 살짝 내 마음이 아파지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또한 이 책에는 이덕무와 함께 뜻을 나누었던 그 시대의 실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사귐에 대해서도 잘 그려져 있었다.

 
 


책을 좋아하여 늘 가까이 하지만.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그 뜻을 펼칠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이덕무.

서자라는 비슷한 처지 때문에 이덕무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와 실용적인 사고로 성리학이 판치던 조선 말기 주변 선비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살짝 따돌림을 당했다는 박제가. 늘 창백한듯한 하얀 안색에 옅은 슬픔이 항상 드리워져 있었다는 박제가..

능력이 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못하는 이덕무와 그 친구들을 따뜻하게 다독여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는. 큰 체구만큼 마음도 넓으셨다는 연암 박지원 선생.

 
삯바느질 하시는 어머니께서 비단조각을 모으시듯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종이에 적어서 자신만의 상자에 차곡차곡 모았다는 유득공. 중국의 복희씨와 신농씨와 관련된 이야기는 숭배하면서 우리의 역사인 단군신화에 대해서는 비웃음을 던지던 당대의 사람들의 주체적이지 못한 역사의식에 대해 한탄하던 유득공...

 
 

나에게 실학자는 관련 학설과 저서를 달달 외워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들이었다.

중상학파 누구 중농학파는 누구. 누군가는 이런 책을 지었고 교육제도와 농사제도는 이러이러한 것을 주장하였으며.. 어쩌구 저쩌구. 심지어 그 맥락도 모르고 그들이 주장한 학제에 등장하는 학교들의 이름들만 외워야하는 그런 공부를 하고 나서 솔직히 나는 실학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되었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이 책에서 따뜻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 숨쉬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실학자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요새 늘 머리 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고 자는 책.

하루 만에 훌쩍 다 보면 아까울 것 같아서 일부러 쪼개서 읽고 있는 책이다 .

오늘 보면 다 볼 것 같아서 왠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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