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 -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풀어낸 역사속 소문의 진상
홍지화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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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한국의 역사에서 굵직한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인터뷰어는 현 시대에 그들이 어떤 인물들로 평가되었는지 모호하게 남아있는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그리고 인터뷰이인 주인공은 작가가 마치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글쓴이 홍지화 님의 소설적 상상력도 곁들여지며, 할 말이 넘쳐나 매번 한정된 지면의 압박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는데 모 기업의 사외보에 1년 연재하던 글을 보관용 원고를 보충해 카카오 브런치에 올린 것이 검색과 공유를 통해 알려져 책으로 발간되는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블로그와 같은 형태가 많아져 읽은 사람들에 회자되는 글에 대한 인기가 조회수로 한 눈에 보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되었다.

Part1 인물들은 그야말로 나라의 큰 공을 세워 현세에 위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남기신 분들~

이순신, 장영실, 김유신과 김춘추

최무선

허준

정약용

우장춘

이휘소 박사

최영숙

석주명

Part2는 왕이로소이다 같이 영화로도 만들어진 비운의 왕들 광해군, 사도세자 인터뷰였고 아버지와의 트러블로 1인자가 되지 못한 스토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금씩 다르게 비춰지는 것 같다.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후대인들이 재평가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에 일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Part3 예인, 예술 그 자체로 살았던 그리고 그들이 사랑에 대해 조명한 분들을 차례로 나열했다.

황진이

신사임당 대 허난설헌

이상

윤심덕

나혜석

김일엽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전쟁터 무장들 외에도 구암 허준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평생에 걸쳐 민본을 실천한 분들의 글이 좋았는데 현대 의학과 현대 법학에 전혀 뒤지지 않을만한 지식들의 토대를 마련해주셨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part1에서는 근대로 넘어온 우리나라에 과학의 힘을 증명한 우장춘, 이휘소 박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 수 있었다.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세를 치른 우장춘, 당시 친분있던 일본 박사가 그의 '종의 합성' 논문을 차용해 발표한 종이었고, 그는 우리나라 토종 종자를 전국 시연회를 열어 그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농민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 해방 이후 식민시대의 일본 종자나 다른 수입종들을 쓸 수 없던 우리나라에서식량 자급자고족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가이면서 여성이기에, 여성 인물들에 대한 애정있는 시선이 돋보였는데. 최초 여성 경제학사로 최영숙, 최초 성악가 윤심덕,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문학가 나혜석, 김일엽에 대한 재조명이다. 조선시대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이 남성이었다면 허균이나 정약용같은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황진이같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다면 현세에는 김연아나 세계로 진출하는 예인이 되었으리라.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에 여자아이는 공부도 많이 시키지 않던 시절, 개화가 되고 힘겹게 해외 유학을 다녀와 과도기 신여성으로 삶을 살았던 그녀들. 여성의 몸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에 세상의 편견과 남성들의 견고한 성을 부수려는 노력은 달갑지 않았고 외면받거나 터부시되었다. 무능하거나 혹은 여성을 한낮 자신의 악세서리로 여긴 남편을 등진다는게 근대까지도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고 '이혼'을 한 신여성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게 사생활이 구설수에 올라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였고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았으리라 짐작되어 안타까웠다.




... 무엇무엇 할 것 없이 통틀어 사회를 개조하여야 하겠습니다. 사회를 개조하려면 먼저 사회의 원소인 가정의 주인이 될 여자를 해방하여야 할 것은 물론입니다. 우리도 남같이 살려면, 남에게 지지 아니하려면, 남답게 살려면 전부를 개조하려면 여자 먼저 해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일엽, 1920년 3월 <신여자>창간사 중 일부.


변화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리베카 솔닛이 저서에서 말했듯이, 우리 시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투 운동의 향방은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다.

역사에 관한 서사들은 그래서 언제나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던 책이다.




이 리뷰는 노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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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청포도 - 이육사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4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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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시인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 190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해에 대한제국의 운명은 (제 1차 한일 협약)일제의 내정 간섭 시작되었고 러시아 세력을 몰아낸 일본은 포츠머스 조약 연이어 을사조약으로 실질적 일본의 지배에 놓이게 된 슬픈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그는 안동 원촌에서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선진 학문을 배워 일본이 만세 운동 때 총칼로 군중을 학살했던 일본에 맞서기 위해 대구로 옮겨 19세가 될대까지 일본어, 물리와 화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일본을 거치지 않고 뒤쳐지지 않는 고급 지식을 익히기 위해 일본을 가야 일본을 넘는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논어나 중용같은 유교가 신학문과 결합한다 해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는 쉽지 않고 시대가 바뀌었기에 더 큰 세상, 더 새로운 문물을 배우기 위해 다음으로 나아가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부모님의 걱정을 만류하고 나이 어린 아내에게도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지역학교를 세우시는 일을 하셨고, 원록에게 죽은 나무에도 정성을 다해 보살피면 언젠가 잎을 틔울거라던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온 바다를 휘젓더라도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씨앗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은 부산항에서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향하는 갑판 위의 그의 심정을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육사가 일본 유학을 갔을 때 박열은 재판 중이었고, 아나키스트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김태엽의 증언이 있었지만 1923년 불령사, 1922년 흑우회 등의 단체의 등장인물들과의 만나는 일화 등은 강영준 작가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으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했다고 한다.

일본은 근대적인 법이 있었지만 천황은 법 위에 있었다. 천황이 일본이고 일본이 곧 천황인 살아있는 신을 섬기는 비합리적인 미신의 나라가 일본임을 깨닫기까지 오래걸리지 않았다. 사무라이(군대)와 자본가들이 떠받치고 있는 천황은 일본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존재였기에, 민주주의가 꽃필수 없는 그렇다고 사회주의도 아닌 봉건 국가보다 더 봉건적인 나라라는 생각을 같이한 아나키스트들. 박열이 대역죄로 사형을 구형받고 독립선언이나 만세를 불렀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조선인들에 비해, 같은 조선인을 멸시하고 일본인이 되고자 했던 친일 유학생들을 직접 겪게된 원록은 도쿄에서 처음으로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박열>, <밀정> , <아나키스트> 등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그린 것들을 본 적이 있다면 좀더 상상하기 쉬웠을거라는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최대한 상상하며 작가의 이야기 흐름에 따라갈 수 있었다.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에서

다 썩은 들보와 무너진 성채의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의 왕자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잣집 곳간으로 도망했고

대붕도 북해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의 상장이 갈가리 찢어질 기-ㄴ 동안

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지여! 고독한 유령이여!

-<편복> 중에서, 이육사.


작가의 짐작대로, 그의 몸이 약해졌을 때 이 시를 썼을까? 원록의 어머니, 허길 여사는 본인이 독립운동 의병장의 여식으로 차남인 원록 외에도 6형제를 모두 독립투사로 길러낸 강한 어머니였던 걸로 보여진다. 그런 어머니와 아버지의 아들 모두 우애있게 서로 의지하며 독립운동가의 길을 갔고,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께 사랑을 받으려 경쟁적으로 글을 지어 글솜씨가 뛰어나 시대의 문학평론가, 신문사 기자등 주요 문인들이기도 했다.

일본 유학에서 21세에 돌아온 그는 대구 조양회관에서 시민 혁명과 인민 주권, 아나키즘 등 근대정신사를 청년들에게 교육했고 원록의 운명은 중국으로 향한다.


이원록이란 이름 그리고 이활이란 필명을 썼던 그가 이육사로 바꾸게 된 계기에 대해 나오는데  1927년 대구 조선은행 폭탄 테러의 주범으로 체포되어 들어간 감옥에서,이제 원록이라는 이름처럼 복록을 누릴 수 없으니 가슴속에 묻고 언젠가 싹이 트면 그때 이름을 되찾겠다고 하여 사용하게된 죄수 넘버 264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이다.

만주사변을 계기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가들이 중국 국민당의 지원을 받아 난징에 세운 군사학교, 즉 조선 혁면 군사 정치 간부학교를 다니고 이듬해 졸업한다. 그곳에 남아 직접 독립전쟁을 하려고도 고민했을 그가 서울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글로써 노동자와 농민의 삶으로 들어가 의식을 개혁하고자 했던 루쉰의 글에도 영향을 받았고, 이후로 본격 시 창작활동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1937년 일본은 중일 전쟁을 일으키고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는 등 수많은 조선의 인력과 물자가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본격적으로 수탈당하던 와중에 1939년 이육사의< 청포도>가 발표된다.

1940년 <절정>,<광인의 태양> 등을 발표하고 39세 베이징에서 국내로 무기 반입 계획이 발각되어 베이징 주재 일본 경찰에 구금되어 이듬해 재판을 받지도 못한 채로 모진 고문받았으며 지하 감옥 안에서 폐결핵이 악화되어 40세 사망하게 된다. 육사와 일을 도모해 옥에 갇혔다 먼저 풀려난 이병희가 육사의 시신과 <꽃><광야> 를 동생들에게 전하였고, 사후 육사의 유서나 다름없는 이 시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1945년 광복을 보지 못하고 힘없이 스러져간 그의 생명은 저항 정신으로 살아 1946년 동생 원조의 손에 의해 육사 시집으로 묶여 출간되었으니, 그의 40평생은 일제 강점기의 시작과 끝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현해탄의 검은 바다와 같은 세계 정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낳았다.

'검은 세기'에 광명을 잃은 동굴과 같은 곳에 숨어들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조선인들을 일깨운 그와 같은 문인들이 있었기에 '글도 잃지 않고' 우리가 한글로 책을 읽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의 말처럼 이육사 박물관이나 이전의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 소설식으로 각색한 내용들이지만 읽는 내내 적재 적소에 애정어린 시와 이육사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 있어,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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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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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소설집은, 2003년에 발표되고 올해 재발간되었다고 하니 벌써 19년 전 작품인데, 생소할 정도로 오랜 기억인 20여년이 훌쩍 지난 내 여고생 시절 마음과 감성마저 재소환해야 했다.


 교실이란 그런 곳이다, 학교는 세계의 요모조모를 전하는 지구촌 뉴스를 생산한다. 어떤 나라들의 전쟁 어떤 나라의 한파, 알몸에 가까운 모습에 구슬 장식을 한 사람들처럼... 기쿠코는 엄마와 살며 아빠를 종종 만나게 될 때, 전화 통화를 할 때도 어색함( 틈)을 느끼는 중이다.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아빠는 엄마를 울게 한 이유로 따로 살게 되었고 그런 아빠가 그녀 자신과는 가까웠던 기억, 놀랍도록 따뜻한 손길이었던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그런 기쿠코에게 전철에서 만난 치하루.혼란스러운 여고생 기쿠코의 호기심은 그녀를 같은 곳에서 마주치며 더해간다. 치하루와 대화하며 느낀건 그녀의 손가락이 정겨운 느낌, 엄마 손의 감촉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아빠와 별거하듯이 치하루 씨는 남편과10년 전 별거하며 생활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두 남녀의 결혼과 부모와 함께 있을 때의 감정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할 필요없으며, 누구 한 명을 이해하기보다 그 속의 자신의 존재만이 남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치하루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했지만, 신학기가 되자 자리바꿈이 있었고 기쿠코와 그녀의 친구들은 각자의 일상에 바쁘다.

3년 동안 같이 놀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흐르는 12월 여고시절을 함께 즐기던 친구 에미는 둘도 없던 모에코를 멀리 하고 있었다. 에미는 이전의 살갑던 아이가 아니었고 외톨이가 되어 모두들 피했고 비정상으로 여겨졌다. 신학기가 되자 에미는 입원을 하고 휴학을 예고할 정도로 이상증세를 보였다. 모에코는 에미를 따돌리며 단독행동자,고타로라고 부르는 동급생들의 말을 신경쓰지 않았고 그녀 자신도 그렇게 여기는 다른 친구란 존재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모에코의 엄마는 둘만 붙어다니지말고 모두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걱정을 하지만,

유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대체 '모두'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모두' 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돌릴 때 외에는.'

초록고양이 중에서.

동창생의 의미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학교 특히 교실에서 둘도 없이 가까워 매일 안보면 어떻게 될 것 같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멀어지고, 때로는 오해가 쌓이기도 해서...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혼란스러워하며 견디어 간다. 중학교란 공간이 계속될 것 같지만 고등학교라는 새 세상에서는 누구도 그 자리에 있지 않은거다. 기대했던 사이일 수록 그 관계는 어느덧 희미해져가는 일도 부지기수인거다.

신학기가 되기 전 어두운 풍경들, 관계들을 희석하는 일들이 동급생 친구들(마미코, 유즈, 다케이, 카나 등등)의 일상을 힘들게 한다. 그래도 새로운 인연들이 있고 항상 나쁜 일만은 아니며 관계를 정리하면 감정은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한다.

그녀들의 교실 안 새로 앉는 자리에서, 창밖이 보이거나 안보이거나, 혹은 길이나 사람들이 보이거나 하는데, 아마 각자의 시선을 바꾸게 할 작가의 의도였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지적해주었듯, 옮긴 김난주가 후기에서 사라질 감정들이지만 기억은 남듯이. 나도 예전의 딸이었던 시절에 매달렸던 힘겨운 일들이 엄마가 되어 이제는 희석되었으나 또다시 딸이 마주하게 될 순간들로. 나보다는 좀더 현명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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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과 누나 외할머니와 스코틀랜드 던바라는 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청년 딘. 그는 사실 어렸을 때 아기갈매기를 키운 적이 있을 정도로 동물애호가 였고, 믿거나말거나라고 독자들이 생각할까봐 본책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갈매기를 어깨에 올리고 웃고 있는 소년 사진을 올려두었다, 가족사진이라든가, 고양이 날라와의 일상 등 저절로 미소 지어지는 사진들이 많다.

누구나 그렇듯 그의 20대는 술과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될 만큼의 약물, 그리고 크고 작은 싸움질 등으로 다소 방탕했고 그렇다고 성실한 아시아의 젊은이들처럼 정해진 틀에 얽매어있지도 않았기에...뭔가 인생을 걸고 시도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게 바로 자전거 여행자의 삶이었다고. 흔히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자아라고 느끼는 친구와 동행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둘도 없는 친구 리키와 처음 자전거 여행에 나서던 때를 떠올리며

여행을 계속할수록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을 원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나는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탁 트인 길과 시골 풍경이었다.

다양한 야생 환경을 체험하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그는 이제 네덜란드나 벨기에 프랑스 파리에서 파티로 향하지 않고, 험준한 산으로 자전거를 몰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작은 생명의 소리를 듣게 되고,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산기슭에서 만난 이 유기묘와의 인연이 시작이 되어 전혀 다른 여행이 되었다고 말한다. 삶의 전환점이 제대로 된 것이 바로 고양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그였지만 고양이는 처음이었는지, 아기고양이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페스토를 먹여 고양이가 토했고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을지, 본인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휴대폰은 어디에서나 이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장비 중의 하나였다. 고양이를 발견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은 국경넘어 몬테네그로에 있었고, 국경경비대는 생각보다 삼엄했기에 동물 공식 입국?을 하려면 어찌해야할지 난감했다. 움직이는 동물을 반입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기에, 고양이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국경너머 믿을만한 동물병원을 찾아 갔고 반려동물로 미등록된 이 작은 녀석을 '날라' Nala_애니메이션 라이온킹에서 따온 이름으로 짓고, 돌봐주기로 결정했다.

어느새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커다란 암반 위에 서서 아기사자처럼 당당한 태도로 해안을 내다보고 있었다. ...영화에서 심바의 소꿉친구이자 나중에 배우자가 된 암사자 날라.

내 기억에 따른면 날라 역시 혈기 왕성하고 용감한 성격이었다.

그가 발견할 당시 이 아기고양이 날라는, 딘의 인스타그램(여정을 기록하기 위한 가족용) 계정에 우연히 몇 장 찍힌 것이 다인데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급격히 늘었으며 딘의 자전거에 탄 채, 그의 주머니 속에서 그 어렵고 힘든 여정을 견디는 모습 자체가 성장드라마였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 스타가 되어 갔다. 날라를 돌보며 딘 또한 멋모르고 무모한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여권을 잃어버렸던 일, 텐트를 쳤다가 다가오는 커다란 곰 존재를 느끼고 도망쳤던 일 등을 겪으며, 다녀간 여행지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시리아 난민들도 희망으로 삶을 꾸려가는 것을 보며 성장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는 날라의 사진과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렸고 미국에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유저들 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 동물 여권도 정식으로 만들었고, 계획된 여정을 다시 돌아가더라도 천천히, 날라의 건강을 위해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않기위해 그리스, 터키 등의 동물 병원 그리고 보호소 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움직이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은 중단하고 날라가 회복할 때까지 알바니아에 머물러야지.

필요하다면 겨울 내내 있어도 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할 거야. 날라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그는 이때 미국 뉴욕에 있는 동물 관련 유명 사이트 '도도The Dodo' 에 기사를 제안 받았으며 영국의 데일리 메일과 같은 메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제안받았다고 한다. 지중해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이제 인플루언서로 일종의 직업으로 삼아,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동물복지나 환경보호처럼 관심분야의 문제들에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도 있겠다는. 뭔가 좋은 일을 하겠다는 새해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방문하는 해변마다 해안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이를 인스타에 올리기도 했고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리스 국경에서는 유기견 '발루'를 발견하고 구조해 입양해 줄 주인을 찾아주는 보호소를 데려다주는 일도 했으며 인스타에서는 그가 지어준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곰 발루를 딴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속속 들어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여행을 관람(?)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숙소와 용품을 홍보하기 위해 딘과 날라가 와주길 희망한다는 사업가들이 있었고, 적지 않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딘은 분별있게 행동했으며 산토리니의 카약 강사로 있으며 짧았지만 값진 인연들을 만나 유기 동물을 위한 모금이나 기부 등에만 힘을 쏟았다.

이스탄불 여행 중에 그는 고향 스코틀랜드로 잠시 돌아왔다. 여행 전 그에게 진지한 문제의 의견을 묻는 사람들은 드물었고 그는 자신이 진지한 인물도 아니고 파티광이자 자유인이었지만 여행을 마친 다음에 어디로 갈 것인지 앞으로 의 계획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왔다.

모두가 나를 더이상 '동네 바보'로 보지 않았고 심지어 다들 내가 무슨 역할 모델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했다. ...여행이 끝났을 때 모두가 여기 그대로 있으리라는 걸 확인하니 기뻤지만 내겐 갈길이 한참 남아있었다. 나는 날라와 함께 여행으 계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여행길에 올라 불가리, 세르비아-헝가리의 여정을 날라와 함께 더 나아갈 수 있었고,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음에 감사한 마음을 평생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날라와 함께라면 더 힘든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 고양이와 함께라면 모든 게 완벽하지!라고 말하고 있다. 완벽한 타이밍에 그의 인생에 들어와 완벽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일생 처음으로 유기견 보호센터를 검색했고 그곳의 아이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았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버려진 강아지 고양이들 반려 동물이 왜 이렇게 넘쳐나는가?

딘으로 인해 그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공동 집필가 게리 젠킨스 덕분에 날라를 간접적으로 만났으며, 책을 통해 동물 애호라는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과 사랑을 알게 되어 감사한 연말이 되었다. 고마워요 딘, 고맙다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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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크 루소는 교육학에서 그의 지대한 영향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온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정작 그의 <에밀>은 처음 접한다.

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에서 이 책의 1권만을 다루고 있어 문고본을 집어들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뒤엎고, 모든 것을 일그러뜨리며, 기형과 괴물을 좋아한다.

인간은 무엇 하나 자연이 만든 그대로를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인간에 대해서도 그렇다.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교육학을 인강으로 듣게 되면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짧게나마 사유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중지능을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육아할 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생활 속에서 종종 느꼈다. 그렇다면 루소가 말하는 '자연'이 인간을 인간답게 할 것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 인간, 사물을 근원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우리가 가진 정신과 신체를 발달시키는 것은 자연의 교육이고, 이런 발달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인간의 교육이다라고 단언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1~5권을 통틀어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공통 뼈대를 이룬다.




자애롭고 사려 깊은 어머니여! ...어린나무가 죽기 전에 물을 주고 가꾸시오. 장차 그 나무의 열매가 당신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니.

어디까지 성벽을 세울지가 아닌 정작 벽을 세우는 이는 오직 어머니, 인간을 교육하는 것은 첫째가 어머니라고 부른다.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이 당신에게 제시하는 길을 따르도록 하라. 자연은 아이들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고 일찍부터 괴로움과 아픔이 무엇인가를 가르친다. 루소는 이 시련을 견디면 아이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숭배하다시피 하여 아이가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려다 오히려 그를 더 나약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루소가 1권에서 거듭 말하는 '유모'상위계층이 고용하는(루소 시대에는 귀족)돌봄 수단은 현대에는 거의 없다. 부유층에서 부모 대신 여러가지를 가르치는 그녀들의 존재는 있겠지만 말이다. 루소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한 유모들은 인간 교육에 있어 다소 부정적 측면이 많았던지...그는 어머니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사업, 직무, 의무 등으로 정신없다고들 말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의무 중에서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제일 뒤로 미룬다. 그러나 저자인 루소는 분별력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에서 아버지의 손으로 건네져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능이 열정을 보완해줄 수는 없지만 열정이 재능을 보완해줄 수는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역대 최고의 불수능이었다고 한다. 만점자의 인터뷰를 보면, 타고난 머리 외에 노력과 열정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지 세상이 다 알 수 있을만큼 해당 학생은 꾸준함이 돋보였다고 기억된다.

아버지로서의 의무로 돌아가서, 아버지는 아이를, 인류에 대해서는 인간으로, 사회에 대해서는 사회인으로, 국가에 대해서는 시민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18세기 그 옛날에도 부모 중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바른 소리'를 들려주는 지성인이 존재했다는 점 말이다.

또한 세상에는 너무나 고귀해서 돈을 목적으로 두지 못하는 직업들이 있는데, 군인과 교사가 그렇다고 루소는 이야기한다.

도대체 누가 내 아이를 교육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아버지인 당신 자신이다.

어린아이의 첫울음은 간절하게 하는 부탁이다. 이를 적절하게 대해야 그 울음이 명령으로 바뀌지 않는데, 자신의 연약함을 무기로 남에게 의지하려고하면 나중에 권력과 지배의 관념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의 시중을 들어줌으써 유발된 것이고 자연에서는 생겨날 일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울면 울수록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한다.

최근 오은영 박사님의 강연 중에,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싸울 때는 부모가 그냥 공감해주는 말만 하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이내 떼를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감정을 추스리게 돕게 된다고 말이다. 이는 루소가 말했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앞에서는 항상 우리가 정확한 말을 쓰고 누구보다도 아이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도록 하라고 한다. 아이가 혹여 스스로 말을 배우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 말을 하게끔 서두르는 실수를 하게 되면 아이는 말이 더 늦어지고 말을 더 모호하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우리의 지나친 주의를 의식해 정확한 발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입을 닫게 될 수도 있으며 평생 발음상의 결함과 어눌함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거다.

요즘은 언어가 늦고 말더듬이 아이들이 종종 언어발달센터를 찾는다. 부모는 원인도 모른채 또래아이보다 늦다는 이유로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치료센터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요즘 트렌드도 모두 부모의 불안과 성급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는 말하는 것, 먹는 것, 걷는 것을 거의 동시에 배우고 인생의 제1기인 유아기는 어머니의 태내의 상태와 다를 것이 감정도 관념도 없이 감각만 가지며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살아있으나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 1권과 제 2권 아동기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부모라면 2권까지는 참을성(?)있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육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은 제 3권 소년기 그리고 제 4권 청년기까지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10살 아래로 미취학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므로 3,4권은 나중에 추가적으로 읽어도 좋겠다^^


 


 


 

인간에게는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신을 도덕적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인간관계를 통해 자기를 연구해야 한다.

바로 앞에 썼던 <여자들의 사회>처럼 인간 관계 속에서 사유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사회가 어떻게 인간들을 타락시키고 왜곡하는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인간이여, 정말 이지 인간을 욕되게 하지 말라.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책이었고, 이 기회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리뷰는 책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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