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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 -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풀어낸 역사속 소문의 진상
홍지화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작가가 한국의 역사에서 굵직한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인터뷰어는 현 시대에 그들이 어떤 인물들로 평가되었는지 모호하게 남아있는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그리고 인터뷰이인 주인공은 작가가 마치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글쓴이 홍지화 님의 소설적 상상력도 곁들여지며, 할 말이 넘쳐나 매번 한정된 지면의 압박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는데 모 기업의 사외보에 1년 연재하던 글을 보관용 원고를 보충해 카카오 브런치에 올린 것이 검색과 공유를 통해 알려져 책으로 발간되는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블로그와 같은 형태가 많아져 읽은 사람들에 회자되는 글에 대한 인기가 조회수로 한 눈에 보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되었다.
Part1 인물들은 그야말로 나라의 큰 공을 세워 현세에 위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남기신 분들~
이순신, 장영실, 김유신과 김춘추
최무선
허준
정약용
우장춘
이휘소 박사
최영숙
석주명
Part2는 왕이로소이다 같이 영화로도 만들어진 비운의 왕들 광해군, 사도세자 인터뷰였고 아버지와의 트러블로 1인자가 되지 못한 스토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금씩 다르게 비춰지는 것 같다.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후대인들이 재평가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에 일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Part3 예인, 예술 그 자체로 살았던 그리고 그들이 사랑에 대해 조명한 분들을 차례로 나열했다.
황진이
신사임당 대 허난설헌
이상
윤심덕
나혜석
김일엽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전쟁터 무장들 외에도 구암 허준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평생에 걸쳐 민본을 실천한 분들의 글이 좋았는데 현대 의학과 현대 법학에 전혀 뒤지지 않을만한 지식들의 토대를 마련해주셨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part1에서는 근대로 넘어온 우리나라에 과학의 힘을 증명한 우장춘, 이휘소 박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 수 있었다.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세를 치른 우장춘, 당시 친분있던 일본 박사가 그의 '종의 합성' 논문을 차용해 발표한 종이었고, 그는 우리나라 토종 종자를 전국 시연회를 열어 그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농민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 해방 이후 식민시대의 일본 종자나 다른 수입종들을 쓸 수 없던 우리나라에서식량 자급자고족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가이면서 여성이기에, 여성 인물들에 대한 애정있는 시선이 돋보였는데. 최초 여성 경제학사로 최영숙, 최초 성악가 윤심덕,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문학가 나혜석, 김일엽에 대한 재조명이다. 조선시대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이 남성이었다면 허균이나 정약용같은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황진이같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다면 현세에는 김연아나 세계로 진출하는 예인이 되었으리라.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에 여자아이는 공부도 많이 시키지 않던 시절, 개화가 되고 힘겹게 해외 유학을 다녀와 과도기 신여성으로 삶을 살았던 그녀들. 여성의 몸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에 세상의 편견과 남성들의 견고한 성을 부수려는 노력은 달갑지 않았고 외면받거나 터부시되었다. 무능하거나 혹은 여성을 한낮 자신의 악세서리로 여긴 남편을 등진다는게 근대까지도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고 '이혼'을 한 신여성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게 사생활이 구설수에 올라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였고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았으리라 짐작되어 안타까웠다.
... 무엇무엇 할 것 없이 통틀어 사회를 개조하여야 하겠습니다. 사회를 개조하려면 먼저 사회의 원소인 가정의 주인이 될 여자를 해방하여야 할 것은 물론입니다. 우리도 남같이 살려면, 남에게 지지 아니하려면, 남답게 살려면 전부를 개조하려면 여자 먼저 해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일엽, 1920년 3월 <신여자>창간사 중 일부.
변화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리베카 솔닛이 저서에서 말했듯이, 우리 시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투 운동의 향방은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다.
역사에 관한 서사들은 그래서 언제나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던 책이다.
이 리뷰는 노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