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정이라는 허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가?
불공정사회
누구나 공정을 외치지만 아무도 공정을 따져 묻지 않는 사회!현실을 왜곡하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공정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다우리 시대의 철학자 이진우 교수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공정에 관해 묻는다. 공정과 정의는 수천 년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기에, 오랫동안 잘 벼린 생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공정 문제의 핵심에 다가선다. 무엇이 공정한지 근본적으로 묻는 질문을 통해 지금-여기 곳곳에서 표출되는 불공정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 현상이 왜 불공정한지, 공정을 방해하는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현실을 왜곡하는 프레임이 우리 사회의 공정에 어떻게 방해 요소가 되는지,
9가지 질문을 통해 묻고, 답보다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이진우 교수 그는 누구일까?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교 철학과 전임강사,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 및 동대학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마키아벨리 정치사상에 나타난 권력과 이성》(1987), 《허무주의의 정치철학, 니체에 의한 정치와 형이상학의 관계 재규정》(1992), 《탈이데올로기시대의 정치철학》(1993), 《탈현대의 사회철학》(1993), 《도덕의 담론》(1997), 《테크노 인문학》(2013),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2010), 《니체의 인생 강의》(2015), 《의심의 철학》(2017), 《니체: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2018),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2019) 외 다수가 있다.
엮은 책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이해》(1993), 《하버마스의 비판적 사회이론》(1996), 옮긴 책으로는 《책임의 원칙: 기술시대의 생태학적 윤리》(한스 요나스, 1994),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하버마스, 1994), 《새로운 불투명성》(하버마스, 1995), 《비극적 사유의 탄생》(니체, 1997), 《담론윤리의 해명》(하버마스, 1997), 《전체주의의 기원》(한나 아렌트, 2006), 《글로벌 위험사회》(울리히 벡, 2010),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2017) 등이 있다.
저자 소개 중에서.
철저히 철학자이고, 철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 보다는 답을 얻기 위한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믿으며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첫 번째 질문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 p19
법만 지키면 된다는 지극히 일차원적 합법성은 법의 이름으로 법치주의의 토대를 파괴한다.
왜 인사의 문제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것인가? 법무부 장관과 검찰 종장 사이의 의견 충돌이 무엇이기에...
2016년 촛불 시위로 전복된 박근혜 정권, 정권의 세습과 같은 구시대적인 일이 현실이 되어 온 국민이 분노에 떨었고, 민중의 힘으로 새 대통령을 보궐 선거로 뽑았다. 문재인 정권은 2020년 '추미애- 윤석열 사건'을 통해 검찰 총수가 '법치 말살과 헌법 정신의 파괴'를 거론하는 윤석열이 현 정권의 인사들에게 그 칼날을 들이대자 추미애 장관을 통해 보복 인사를 감행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합의가 없다면, 즉 다수의 결정에 대한 소수의 승인이 없다면, 어떤 정권도 지속될 수 없다.
합의를 배제한 다수의 지배는 합법적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정당하지 않다.
두 번째 질문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 p55
능력주의 meritocracy , 는 이전의 나의 서평책의 주제와 제목이기도 했는데, 능력과 노력에 따라 마땅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후천적인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사회적 지위를 얻는 과정이 열려 있고 공정하면, 결국은 자유롭고 평등한 다수가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귀족주의를 민주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비밀의 열쇠다.
사회적 지위는 대물림된다는 이론, 즉 교육이 소득과 계층 상승의 다리로 여겨지고 자녀 세대에게 교육이라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부유층과 기득권 세력의 특권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의 표현에 의하면 "소득 사다리의 단이 하나씩 높아질 수록, SAT의 평균 점수는 올라가기" 때문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바뀔 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위치를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능력주의가 이미 용이 날 수 있는 개천을 말라버리게 만든 것이다.
교육이 계층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계층의 결과로 작동하는 능력주의 사회는 불공정사회다.
p62
세 번째 질문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가?
학벌로 무장한 새로운 지배계급은 무엇이 중심적인 '가치'이고 무엇이 우리 사회에 유용한 '능력'인가를 결정함으로써 특권과 특혜를 누린다.
p85
지배적 가치를 결정하는 자들이 나머지 가치들도 연쇄적으로 얻게 된다. 학력이 최고의 가치라고 규정함으로써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SKY 출신 엘리트들은 표준화된 학력을 끊임없이 강조할 수 밖에 없다.학력, 학벌 차별에 반대하면서 가방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투명가방끈'운동은 바로 특정한 사회적 가치의 지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학벌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알고 있는가? 훨씬 더 심각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이제는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학벌주의가 고착된 것이다.
p86
시험은 공정해도 불평등은 지속된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능력만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신화일 뿐이고 이 지배와 독점의 악순환이 말이다. 악순환 과정의 원인과 기제를 마이클 왈저는 '시험'을 꼽았다고 한다. 시험이 중요한 분배 기제가 되면서 독점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평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시험이 사회적 출세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자마자 사람들의 삶은 글자 그대로 '시험 인생'이 되었다. 시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교육을 능력보다는 시험에 집중하게 했고 능력주의의 배신을 가져왔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사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해 높은 사교육비의 지출은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을 높여주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지배적 가치로 만들고 독점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소유한다.
...학력의 폭정이다. 시험 과정만 공정하면 된다는 이런 사회는 극단적인 불공정사회다.
105p
저자는 독점에 대한 견제와 균형뿐 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 전체의 지도를 올바로 그리는 것만이 불공정사회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네 번째 질문 내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
21세기 자산 불평등의 문제를 예리하게 끄집어낸 토마 피케티Tomas Piketty 는 각 집단의 거의 6분의 1이 인구의 하위 50퍼센트가 평생 노동으로 버는 액수보다 더 많은 상속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밝혀냈다고 한다.
내 것은 내 것이 아니다.
p130
2021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LH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글은 많은 것을 말해주었는데, 저자는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정과 정의에 관한 상식적인 감각은 차치하고서라도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이를 회사의 혜택과 복지로 생각하는 파렴치한 몰상식은 소득과 소유의 도덕적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아하...정말 한숨이 나오고 현실이 원망스러운 사건이었고, 우리 사회의 끊없는 부패와 불신, 공기업에 대한 실망, 적폐가 아닐 수 없게 생각되는 사건이어서 나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현대사회에서 내 것은 결코 나의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은 사회적 협동을 통해 생산되고 분배된다. 이는 다양한 사회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공정한 게임을 하여 이기는 사람이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이길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아예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사람은 고속철을 탄 사람이고, 심판까지 직접 고르른 사람은
제트기를 탄 사람이다.
조지프 스타글리츠 인용. p136
이 리뷰는 휴머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