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가우초(양을 모는 목동) 노인 네레오를 찾아온 발터가 목장 주인의 딸 소녀를 물어죽인 퓨마를 잡아달라는 요청을 하러 그의 오두막을 찾아오며 시작된다. 노인이 마주친 적이 있는 몸길이 2미터의 황갈색 퓨마...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던 그 녀석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섰던 네레오는 마침내 맞닥뜨리고 사냥개들을 물어죽인 그놈이 노인의 몸인 그는 어떤 충격에 의해 정신을 잃고 일어나보니 어깨에 상처가 나고 정강이가 동강이 난 채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홀로 남겨진 그를 누군가 발견하고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탈옥한 사내에 의해 네레오는 발견되었지만, 그를 도와줄 수 없다는 사형수 사내는 떠나버린다. 무서운 바람 푸엘체를 알고 있던 노인은 거친 숨을 토하며 오늘 밤이 예순여덟 해 삶에서 가장 긴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의식이 아득해질 즈음 어디선가 찰캉찰캉 하는 소리를 듣는다. 얇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는 그가 평생 쫓아온 웨나,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소리였다.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형제가 이국의 땅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핏줄이란 인간들이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시간의 나열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레오의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무장혁명가 소토와 함께 목장을 휩쓸고 다니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해방시키던 인생의 정점을 지나 총알 앞에서 살아남았으나 그 이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고 술과 도박에 빠진 노동자였고 아내가 떠났고, 네레오의 형인 첫째 아들을 잃었으며 결국, 남은 아들인 둘째 그까지 목동으로 팔아먹은 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이었다.

 


어쨌든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를 목격한 이후로 네레오는 그를 찾아 목장을 떠나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되고, 그는 호수와 숲과 어린 시절 떠나온 고향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이 생각한 영웅의 모습을 찾아 넓은 세상을 떠도는 그에게 사람들은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만을 들었으며 한숨을 듣거나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도 했고, 이교도라고도 했다.

 그는 낯선 곳에서 눈을 뜨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 년 반동안 돈을 다 써버렸고 노숙을 하며 지냈고 처음 도착한 마을 목장에서 일하고 얼마의 여비를 모아 다시 길을 떠났다. 여정에서 웨나의 초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다정했지만 이기적이었고, 관대했으나 비열했고, 기품이 있었지만 탐욕스러웠고, 열정이 넘쳤지만 우둔했다. 그들은 쾌락을 좇아 파멸의 가장자리에 다가가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네레오는 찬란하게 빛나는 불빛은 그 밝기만큼의 어둠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기 시작했고, 어느 피로하고 배고픈 여정에서 교회 관사를 찾았다 한 남자를 만난다.

 20세기에 들어서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수천 만 명의 인간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신을 점차 의심하고 신의 율법을 어기지 않고도 자비없는 죽음에 가장 신랄하게 공평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 남자는 네레오에게 법이 단 하나의 명제이며 시작부터 종국까지 모든 것을 명백하게 규명하는 표석이며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것으로 신봉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래서 신화와 전설(웨나)를 쫓아 세상을 떠도는 네레오는 어리석고 무의미한 행동을 그만두라고 권고한다.

 남자와 헤어진 이후로도 길에서 만난 가여운 아나, 작곡가. 수도원의 늙은 수사와 나병 환자들에게서 신이 인간에게 내린 고난을 목격했다.

 

웨나는 파타고니아 고원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전설이고 바람이 만들어낸 신화였다. ...

네레오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다. ...

 

 

성당 앞에서 죽어가는 청년 네레오를 데리고 온 이시도르 하인즈는 규모가 큰 목장 주인이었고 그를 살려내려고 간병인 루이사를 붙여 그를 살렸고 일을 하게 해주었다. 웨나의 존재를 잊은 그에게 새로운 목장 관리일과 루이사의 따뜻함은 가족을 이루게 해 주었고, 아들과 루이사는 그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존재였다.

 영원히 가질 수 없고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불빛을 지금 자신이 움켜잡고 있었다. ...네레오는 가족을 가짐으로써 평범한 일상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상은 서로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이 하나둘 늘어나며 조금씩 금이 갔고,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두고 집을 나온다. 그동안 루이사의 아버지는 우연히 큰 돈을 벌게되고 루이사 집안은 큰 저택에 살게 된다. 저택을 짓고 그녀는 변했고, 아들 또한 이제 아버지를 잊기 시작했기에 다시 만난 네레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이제 그들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을 뿐이다.

 

이렇듯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경구의 진실한 의미를 깨닫고 후회했다.

  

네레오는 다시금 거친 들판으로 호수로 눈 덮인 산으로 걸어나갔고, 발이 붓고 무릎의 통증과 극심한 고통을 안고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안락한 일상을 보낸 10년을 뒤고 하고 육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고통이 느껴질 때마다 임박한 혼돈을 그리고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덧 해맑은 청년의 모습이 사라지고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나타난 중년으로 변한 그였지만, 날마다 겪는 고통으로 정화되어 맑고 정결한 눈빛을 되찾았다. 안데스 남쪽 카디엘 호수에서 더 내려간 그는 리오투르비오에서 석탄가루가 흩날리는 좁은 시가지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 한 사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지를 물었고, 그는 자신이 가우초라고 했고 평생을 짐승을 키우며 살아온 같은 류의 사람인 네레오를 알아본 것이었다. 그에게 인디오 목상을 발견한 네레오는 입술을 꽉 다문 인디오의 눈빛에 매료되어 누구이고 누가 만들었는지를 듣게 되었고 티에라델푸에고 섬 야흐간 족 전사 오칸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야흐간 족은 먼 옛날 시베리아 레나 강 유역에 살던 무리가 베링 해협을 넘어 북미 대륙으로 알래스카를 통과하여 남쪽으로 내려가 정착했으나 다시 새로운 땅을 찾아 남쪽으로 무려 5천 년 동안 긴 여정끝에 지구의 땅 끝 티에라델푸에고 섬에 살게 되었다고 했다.

 

 

우린 그를 웨이나라고 부른다오. 웨이나는 우리 야흐간 말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오.

  

마지막 후손인 오칸 목상을 만드는 백살의 노인을 만난 네레오는, 노인에게 기나긴 이야기를 들으며 손에 든 오칸의 초상이 지금까지 길에서 만난 모든 이들의 얼굴과 같다고 느꼈다. 삶이 목상에 축약되어 있다고 생각한 그는 웨나에 대해 노인에게 물었다.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경계인이라 부르고 당신 몸에 그 피가 흐르고 있소이다. 미지의 세계에 새로운 표석을 세울 때 우리 인식의 경계가 확장되었다고 믿는 그는 자신의 내면의 웨나가 다시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파타고니아 땅으로 돌아갔다. 다시 목동으로 돌아온 네레오는 가장 단순한 땅인 곳에서 단순한 삶을 살아갔다. 웨나의 흔적을 느끼며 어떤 것보다 깊은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깨달은 그는 어느덧 예순여덟살 노인이 되어 있었다.

  

플래시백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에게, 사형수인 사내는 다시 찾아왔다. 죽어가는 그를 안고 푸엘체를 뚫고 가려고 했으나 결국 사내는 그를 살리지 못했고 네레오는 숨을 거두었다.

 지난밤의 바람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제 곧 더 강력한 바람이 고원으로 불어닥칠 것이다. 노인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지만 표정은 기나긴 여정 끝에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처럼 편안해 보였다.

  

작가 마윤제는 늦깎이 소설가이나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 슈피겔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장, 네레오 코르소라는 늙은 목동의 눈빛을 기억해 거친 바람의 황량한 고원을 떠올리며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었다. 무슨 의미를 전해주려고 했던 움직일 수 있는 육신과 생각할 수 있는 영혼으로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그는, 수많은 번민과 고통 속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하는 소망을 지니고 썼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찾는다 신을 찾는다...이런 설정은 자칫 진부할 수 있었지만 그 여정 속에 수많은 운명과 이야기들이 녹아있어 나름 절박한 심정(추천사에서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말한)같은 것을 나도 느꼈다.

 

모든 현상은 행간의 의미와 진실을 이해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옳고 그름이 결정되어 눈앞에서 소멸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