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쇼바네크는 지성인이긴 한데 평범하지 않다. 프랑스로 이주한 체코 부모에게 태어난 그는 어릴 때 아스퍼거증후군을 초등학교 입학 전엔 말을 하지 못해 지적장애인 취급을 당했고, 정상적 발달과는 거리가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이미 읽고 쓸 줄 알았으며 말을 배우는 과정처럼 걸음이 늦어 가족들의 걱정이었다. 흔히 말하는 발달 단계에 따르면 어른이 팔을 붙들어주었을 때 땅을 딛고 보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어린 조제프는 허공에 다리를 쳐들고 휘저을 뿐, 여러 움직임을 동시에 하지 못하고 걸을 수 없었고 지금도 자신은 이상하게 걷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학창 시절은 어떠했을까?

학교 교육의 각 단계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어떤 집단에 맞서 싸운다는 느낌을 받는 부모들, 특히 사람들이 유아학교에서 친구들과 사귀고 잘 지내지 못하는 자폐아를 유급시켜야 한다고 했고, 조제프의 부모도 확신과 권한을 지닌 누군가의 규율과 무언의 압박을 받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자폐를 지닌 아동이 갖추기 힘든 능력을 기준으로 아동을 판단하는 학교와 교사.

반 친구들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에서 배제, 소외되는 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폐아동의 상당수가 3중적분에는 흥미를 느끼지만 음악 반주기에 맞춰 노래하는 것에는 대체로 흥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비유했다.

사회적인 면에서 나는 혼자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무서웠다. ...매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 놀이는 나를 두들겨 패는 방향으로 조직되곤 했다. 질 나쁜 학교에만 학교폭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학생 수가 적고 평판이 상당히 좋은 학교에 다녔다.

어떤 틀에도 맞지 않는 아이


그의 초등학교 시절은 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축구 게임의 의미, 금세 더러워지는 공을 차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밀어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게임'에 다름 아니었고, 교실에서는 배우는 지식에 대해 우월하지만 태도나 말하는 방식 때로는 교사에게 수업준비 부족 등을 이야기해서 버거운 장애 학생이 되었다고 했다. 성적은 우수하나 학교생활에 참여하지 않는 아동으로 문제아보다는 별난 학생 어떤 교사들은 좋아했지만 다른 교사들은 경계하며 두려워했다 교사의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자폐 아동이 교사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님에도 정작 그런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은 불편해 했다는 경험을 이야기 한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 정상아동들을 위한 비교적 '좋은'학교에서 겪은 사회화 과정이기에, 특수학교라고 불리는 장애아동을 위한 학교에서의 경험은 논외로 해야한다. 그러나 어릴때 특수학교에 다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 대다수의 사회인들이 기대하는 바나, 성인이 되었을 때 같은 기준을 기대하므로 사회화의 기준이, 정신분석학이나 아동학계에서 좀더 다양하게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아들이 내적 세계를 공고히 하고 시끄럽고 공개된 장소에서 불안함을 느끼면 조용한 장소를 찾는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잠시 떨어져 자신만의 은신처 혹은 도피처를 만든다는 사실은 일견 일리가 있다.

자폐인에게 가장 큰 불안을 안겨주는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예정된 일에 변화가 생기는 상황이다. 여느 아이들이 교사가 수업이 끝날 예정시간을 넘겨도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자폐 아동은 끝나는 시간에 교실에서 나와야 한다는 사실과, 교사가 교실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상황 사이에서 상충하는 두 가지 규칙 사이에 엄청 불안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규칙성, 판에 박힌 반복되는 행동, 예측 가능성을 사람들이 자폐인의 행동의 경직성, 별님 으로 보지 않고 '심리적 안정' 기제라고 여겨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아주 간단한 사회화 과정도 무척 버거웠다, 시앙스 포(프랑스의 파리정치대학) 명문대학생이 되고서는 단순히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 이외에도 많은 도전과 난관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등학교 때도 수학에 매료되어 수학과 물리학 선생님의 기대를 받기도 했고,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바칼로레아(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매우 우수라는 결과를 받고 누나의 일방적인 등록으로 가게된 학교였기에 그는 그해 여름 대학교가 자신을 삼켰다고 회고했다.

프랑스에서는 학벌로 사람을 정의하고 독일에서는 전공한 학과로 사람을 평가한다. ...독일 모델에도 결점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특정 지식의 유뮤가 관건이 된다. 언어에는 서열이 담겨 있다.


이름이나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인 틀이라는 측면, 명문 기관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주소록, 비유적 의미의 '인맥'은 무엇을 뜻하는가에서 조제프는 그곳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고 어떤 동창회나 모임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기에 '학교졸업여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그를 비난한다고 말한다.

독학한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해야지 거창한 문구가 적힌 종이에 불과한 졸업장의 유무(사회적 특권층의 표식으로서)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가 가진 정치학 석사와 철학박사를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유는 아마 그의 어디까지가 규칙인가?에 대한 새롭고 순수한 태도 등이 자신과는 달라서일 것이다. 그는 대학 때, 관계맺는 능력의 극히 일부만 갖추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교수들은 항상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왔기에 나는 다른 학생들이 곧바로 집에 돌아가서 공부하지 않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저 친구들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예의가 없는 게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은 일인가?

아주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이지만, 당시 나는 세상을 발견하는 과정에 있었다.


시앙스포의 교환확생 프로그램으로 독일에서 1년을 수학하는 동안 그는 행복한 생활을 했고, 여러 상황을 미루어보아 프랑스 사회와 교육에 대한 비판점을 발견한 듯하다. 프랑스로 돌아와 마지막 해에 그는 거의 학교에 가지 않고 치료를 핑계로 박사준비과정을 신청한 이후 논문기간에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잠을 지나치게 자거나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등 여러 부작용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상당히 심한 정신병에 걸렸다고 확신했고 여러 정신의학자, 심리학자들의 진료실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정신분석가를 만나는 일은 그에게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렇다할 긍정적 변화나 치료라고 할만한 극적인 것은 없었고, 단지 그에게 남긴 건 약물 중독자가 되도록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중독 매커니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 시절에 매료된 수학 때문에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파리 시청에 취직했고(물론 그 과정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책을 쓸만큼 지성인으로서 뭔가를 이루어 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드라마 우영우 열풍이 불어 두뇌가 뛰어나지만 자폐를 가진 성인이 어떻게 사회인이 되어가는지를 조명하고 타인들로부터 이해받게(?)되는 인식의 전환의 역할을 한 것 같다.. 비록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보고 싶은 극 중 하나로 리스트 업 해놓았기에 이 책은 더욱 의미가 깊다.

나는 이제 무슨 책을 읽던 주인공과 그 부모의 입장 둘 중 감정이입이 되는 쪽은 역시, 부모쪽이다. 내 아이들 중 하나가 자폐아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미리 예상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이유는...아마 내 성장과정이나 지금까지 주변 인물 중에 가까이 없었기 때문이고,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없었다는 것인데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는 제목만은 왜이리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정상인도 비정상인(이 책에서 저자는 비정상이라고 하기에 정상인들보다 기민하고 총명하다)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끝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이 리뷰는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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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일력 에디션 - 그림과 시로 빛나는 당신의 하루
윤동주 외 64명 지음, 클로드 모네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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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력 에디션 그림과 시로 빛나는 당신의 하루!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력이 나왔습니다. 계절별 에디션도 좋았지만, 좋은 그림과 함께하는 좋은 시는 어떤 감성일까 궁금했다.


1월 1일부터 한 장씩 넘기며 명화와 명시를 감상할 수 있는 탁상 일력

그림과 시를 동시에 감상하기 좋은 시원한 판형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365+1일 만년 일력

출판사 소개 중에서.


미술과 문학 등 예술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리 치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독자가 마치 미술관에 들어설 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느끼며 꼭 미술관으로 가지 않더라도 마음의 평온을 주는 시와 그림을 한데 모아 역어내었다.

우선 1월은 클로드 모네 그림,

2월은 에곤 실레, 3월은 귀스타브 카유보트, 4월 파울 클레, 5월은 차일드 하삼이라는 조금 덜 대중적인 작가의 그림,

6월 에드워드 호퍼, 7월 제임스 휘슬러. 나한테만 생소한가?

8월은 다행히(?)앙리 마티스의 걸작들 그리고, 9월은 카미유 피사로 10월 가을과 겨울을 잘 그려낸 빈센트 반 고흐 ...

먼저 클로드 모네 인물소개. 한창 여름에 클로드 모네에 매료되어 전시회를 찾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내손안에 전시회 일력으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한참 잊고 있던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 프랑스 인상주의에서 회자되는 화가 중의 하나로 마네,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드가, 세잔 등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재정 지원을 해줄 수 있을만큼 여유로운 재산 상속자였기에 그림에만 전념하며 인상파전에 참여를 했던 인물이다. 포근한 봄에 어울리는 작가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은 더욱 따뜻한 계절이자 내가 태어난 달이라 특별히, 파울 클레 독일화가의 추상회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그 중에서도 김영랑 시인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와 어우러지는 Heroic Strokes of The Bow(1938) 이 인상적이었다.

내 마음의 어딘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에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의 시는 아름다운 시구로 유명한데, 계절에 상관없이 자연을 노래하고 마음을 빗대어 잘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존경하는 시인 중 다른 한 분 시인 백석. 글도 감성에 젖게 하지만, 외모도 그 당시로서나 지금이라도 훌륭한 분이다.

그의 시를 보면,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그의 작품이 한국 문학계에서 명성이 높은데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는 조금 생소하지만 모네의 그림 Houses on The Achterzaan(1871)과도 잘 어울려 소개해본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모네의 그림의 풍경을 즐기다 2월로 넘어가면 강렬한 이미지의 에곤 실레의 작품들이 펼쳐진다. Portrait of a Woman(1910)은 윤동주 시인의 <슬픈 족속과> 함께 나오는데,

...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디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라고 해서 여인의 초상과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님의 시는 워낙 잘 알려져 있고 그 수도 많아, 이번 일력에서 그 비중이 제일 높은 작품을 자랑한다.

그 중 11월7일에 실린 '참회록'은 항상 읽을 때마다 숙연해진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후략)

윤동주 <참회록>중에서


10월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연작이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과 잘 어울렸고,

<자화상>이라는 시는 반 고흐의 Self Portrait with Bandaged Ear(1889)와 함께 나와 그들의 평행이론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밖에 정지용의 <유리창> 김영랑의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등은 스스로 침잠하듯 고요하면서 인간이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외함이 각각 표현되었다.

12월의 화가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사실주의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프랑스풍의 부드러운 빛깔로 두텁게 표현한 수채화를 주로 그렸고, 아름다움과 장식성으로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의 정신적 모토가 되어 김영랑의 시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정심, 황석우, 한용운 이상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시인들 뿐아니라 총65명에 이르는 세계적 작가들 그리고 12명의 훌륭한 작품을 동시에 만나 눈이 호강한 일력으로 일년을 보낼 수 있어 소장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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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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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인간의 일대기이면서 세계사의 흐름에 휩쓸린 거대한 인물에 대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200여 편이 넘는 서평을 쓰면서, 600페이지가 넘는 책은 처음이면서 전기라는 장르도 처음이라 책을 받고서 그 기록의 방대함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인물은 유대인으로 폴란드 포즈난이라는 지역, 유대인의 비율이 매우 적었던 지역 출신으로, 부르주아 유대인 집안의 아버지 마우리치 바우만과 비교적 자유로운 무신론자 유대인 어머니 조피아 콘에 사이에 1925년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당시, 폴란드 사회는 어떠했을까...

아버지가 자본가였던 부르주아 계층이었던 것은 전후 폴란드 사회에서 유대인에겐 불리한 사실이었고 점원이나 상인으로 남기를 바랐던 바우만의 할아버지의 직업을 선택하는 당시 전통적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바우만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상인 집안 출신이었으나 독학가, 애서가 몽상가였으며 사업 감각이 없어 어머니가 생활 전선에서 집안 경제를 책임지게 했고. 자주 가난에 처하게 했다고 한다. 집안 배경, 종교 생활 방식이 모두 달랐던 부모를 통해 어머니가 추구하던 '동화된 폴란드인'으로 살고자 했던 어린 시절 유대인의 주된 거주지에서 살던 유대인들과 달리, 포즈난에 정착했기에 폴란드 특유의 반유대주의에 어린 바우만은 이념과 민족차별주의에 대해 일찍부터 박해를 당했다고 한다.

동화 과정이란 폴란드인은 가톨릭 신자, 적어도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종하지 않은 지그문트네 가족은 개종한다해도 폴란드 언어와 문화, 풍습, 가족 전통에 통달한다고 해도 폴란드인으로 동화되는데 미완으로 남았을 것, 폴란드 사람들의 호의에 따라 동화의 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의 시절 유럽에서 중요한 것은 국적보다는 민족주의가 지배적인 사회였다. 여러 민족이 살았던 지역에서 지그문트 가족들이 살았던 곳은 좀 덜했을지라도 폴란드 내에서 바우만은 유대계 폴란드인은 쉽게 허락되는 위치가 아니었다.

폴란드에서 애국이란 반유대주의였고, 어린 지그문트는 반유대주의의 낙인 뿐 아니라 뚱뚱한 몸집 때문에도 차별이 시달렸지만 유대인으로서 낙인은 뚱뚱하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고 한다. 가족 바깥의 세상은 그에게 엄혹했다...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 안에서 뛰놀았다. 그 사랑이 차가운 외부 세계에서 나를 보호했다.


책은 오랫동안 그의 유일한 친구였고 치열한 독서 활동이 일생과 함께했다. 아버지가 몸소 보여준 대로, 아들인 그도 쓰라리게 마음을 할퀴는 삶의 탈출구로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적 위치에 반해 평생 자신을 폴란드인으로 인식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논란이 많은 국내보안대의 정치장교 겸 공산당원으로서 공산주의체제를 수립하는 데 앞장섰던 것도 공산주의가 ‘민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폴란드’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바우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썼다. 어른이 된 뒤로 마주한 삶의 여러 국면에서 바우만은 한 번도 팔짱 낀 관찰자로 머물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자신의 이상을 좇아 움직였다.


유대인 대다수가 포즈난을 떠나 독일 통치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때껏 포즈난에서 독일을 지지하고 폴란드를 '배신'했던 유대인이 바로 이들이다. ...1917년 10월 혁명으로 러시아 소비에트연방이 들어서자 러시아 치하 폴란드 지역에서 대개 부르주아 계급으로 살던 '동부유대인'이 포즈난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새로 독립한 폴란드를 지지했다. ..포즈난의 가톨리계 폴란드 주민들은 여러 유대인 집단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다같은 유대인으로 보았다. 그는 반유대주의의 차별적 상황에서도 뛰어난 학생이었고, 전쟁으로 러시아 등에서 피난민의 생활을 하던 와중에도 대학 공부를 했으며 끊임없는 유대인에 대한 '밀어냄' 신분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의 가족은 폴란드를 떠나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려 했으나 2차 세계대전이 그들의 이주를 막은 것과 같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업에서 뛰어난 능력과 성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라고는 곁을 맴돈 불량배들이었고, 형제자매와 터울이 컸던 바우만은 외로웠으나 반려견 하나 키울 수 없었는데, 유대인이 반려견을 키우면 더 눈에 띄는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그랬다고 했다는 부분에서는 더욱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던 그의 삶이 가슴이 아팠다.


공산주의가 ‘민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폴란드’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폴란드 공산 정권은 유대계라는 이유로 바우만을 슬그머니 군대에서 학계로 밀어냈다. 그리고 고무우카 정권은 1968년 학생시위로 위기에 처하자 히틀러 못지않은 야비한 반유대 선동을 통해 상황을 넘기려 들었다. 바우만은 이때 폴란드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했지만, 6일 전쟁 승리 후 민족주의적 열정으로 가득했던 이스라엘 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 결국 바우만은 영국에 정착했다. 1989년 공산 정권 붕괴 후 바우만은 폴란드를 찾았지만, 다시 반유대주의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민주 폴란드’는 끝내 그를 거부했다. 그는 런던에서는마르크스 주의자였으나 고국인 폴란드에서는 수정주의파로 보았고 마르크스 주의 지식인을 보는 샤프의 견해를 비판한 바우만이 여느 사회학자보다 훨씬 유연했고 이는 그가 영국에서 교수 임용이 되는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학자, 강사, 언론 편집자로서 활발한 활동이 점차 그를 유명하게 했다. 그의 굵직한 저서들을 찾아 읽지는 못했지만 평전을 통해 사상과 학문적 업적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 책의 후반부에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근현대 사회학과 철학에서 그는 주요 인물이었으며 학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기에 이번 독서느는 역사와 가치있는 지성의 눈을 뜨게 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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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시크릿 - 레시피를 연마하는 셰프의 삶을 살아라
심은일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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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중파나 종편에서 만나는 몇 안되는 스타셰프들을 보면, 요리도 선보이지만 요즘은 입담도 뽐내고 예능에 더 치중한다는 인상을 주곤 한다. 그들 중 인간적으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 타인의 삶에 진정성을 가지고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스타는 단연 백종원 셰프이다. 그의 면면을 보면 셰프의 삶뿐아니라 인성 또한 갑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곤 하는데, 여기 또다른 인성 갑 셰프 그러나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이자 작가로 데뷔한 심은일 셰프가 있다.


나는 비록 동네에 작은 식당 요리사일 뿐이지만 매일 세상에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사람이다.

작셰프(작가를 겸한 가수는 작가수라는 말이 있어서 작가를 겸한 요리사로 합성해 본 단어) 심은일은, 부산해사고를 졸업하고 만18세 외항선을 타며 선원생활에, 처음 요리를 배우게 된 경우라고 했다. 20여 년 선원 그리고 해병대 하사관 복무했을 때 독서를 습관화하며 지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된듯하다. 외항 선원의 경우 병역특례가 가능하지만, 해병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유년시절, 쉽지 않은 길만 선택해 왔다는 그의 '남다른' 배경이 궁금했다.

좋은 요리, 최고의 식자재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한 조건, 독창적인 기술 등 셰프의 자세, 습관과 '잘 나가는' 식당 손님들이 찾는 곳이 되기 위한 방법 등을 알려주는 챕터들도 물론 흥미롭게 읽혔지만, 나는 요식업에 종사하거나 준비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보지 않았기에 '인생, 가치, 의지, 기쁨, 인간' 등의 인문학적인 요소들을 읽어내고자 했다.

'방문하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요리를 낼 수 없고, 그저 많은 시도를 하고 판매량이 적어도 극소수를 위한 감동적인 요리로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매년 계절요리를 내놓을 것이다.' 이 문구는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심은일 셰프가 인용한 종편프로그램) 곳에서도 지향하지 않는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매년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고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보하면서 하나의 전설을 만들고 있었다.


셰프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배우겠다는 욕심과 그리고 배운 것을 지켜내겠다는 뚝심으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삶이다. ...

손님은 모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손님은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의 거울이다.

누군가는 게으름의 늪에 빠지고,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엉뚱한 길로 빠지거나 억지로 주방일을 하는 이름만 셰프인 사람들을 수없이 봐온 그는, 오래된 고물 기계처럼 주방의 '좀비'같은 사람들을 경계한다. 스스로 블로그와 SNS를 하며 올곧은 방향과 영향력을 높이고,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그저 그런 주방노동자의 삶이 아닌 셰프의 삶을 살고자 한다.

요리사가 되려는 자, 오너셰프가 되고자하는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 배우는 자, 배우기만 하지말고 누군가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1만 시간으로는 부족한, 3만 시간의 법칙 즉 10년 이상이 필요한 고되지만 참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자는 동료, 후배에게 전하는 메세지이자,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가져야 할 태도와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응원을 전하고 있다.

이 리뷰는 스타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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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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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이라고 할까, 작지만 커다란 흐름이라고 할까?

이 책의 표지의 느낌과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의 이름을 보면, 현세에 몰라서는 안되는 이슈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재천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추천, 빌게이츠(GatesNotes.com) 추천, 버락 오바마.

그리고 무서운 한 마디: 인류는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을로 접어들며 매일 푸르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았는데 무슨 이런 청천벽력이?^^;;;

최재천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계 동물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우리가 아는 자연 세계에 우리 과학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콜버트(201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자)가 크레이트배리어리프를 되살리려는 생태학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진정성있는 글을 써냄으로서, 태양 지구 공학의 기술의 도전에 대해 기대를 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꼭지를 열어두면 욕조에 물은 계속 차오른다. 수도꼭지를 조금 잠그더라도 욕조의 물은 차오른다. 단지 천천히 차오를 뿐이다. 지구의 탄소 배출량을 더이상 묵과할 수도 못본척 할 수도 없다는 콜버트의 의도가 이 책에 담겨있다고 말이다.

19세기 말 계획되어 20세기 시작과 함께 개통된 운하는 시카고 강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았다. 이 강은 도시의 배설물을 미시간호에 쏟아내는 대신 고개를 돌려 데스플레인스강을 향했고, 일리노이 강, 미시시피강을 거쳐 멕시코만으로 흘려보냈다.


시카고강 역류는 당대 최대의 공공사업이자 '자연 통제'의 교과서적인 예였다. 완전히 새로운 장비들의 발명으로 '토목 기술의 시카고학파'로 불리울 정도였으며, 깍여 나온 암석과 토양만도 엄청난 양이었다.

...그것은 생태에 영향을 주었고 생태의 변화는 재정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는 역류하는 강에 완전히 새롭게 또다시 개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콜버트가 탄 시티리빙호는 바로 그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위험: 어류 차단용 전기 장벽 구역 진입. 감전 위험 높음." 경고 표지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인간은 지구상의 얼지 않은 땅 중 절반 이상을 직접적으로, 나머지의 절반은 간접적으로 변형시켰다. 전 세계 주요 강 대부분에 댐을 건설하거나 강의 흐름을 바꾸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오늘날 인간과 야생 포유루의 생물량 비율은 8:1 넘으며, 소,돼지 등 가축의 무게를 더하면 그 비율은 22:1로 올라가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과 가축의 총량은 어류를 제외한 모든 척추동물을 합친 것보다 크다. 우리는 멸종의 주요 동인이 되었으며, 우리 때문에 새로운 종이 생겨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세 시대에 우리는 갈 곳이 없다. 대기 온난화, 해양 온난화,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사막화, 부영양화는 전 지구적 변화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야기 하며, 인류는 함정에 빠졌고 통제가 낳은 문제는 더 큰 통제로밖에 해결할 수 없어보인다고 했다. 자연에 대한 통제를 통제하려는 움직임(강을 역류시키고, 전기를 흘려보내는것)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육군 공병대 시카고 본부. 전기 장벽 책임 엔지니어 척 셰이는 사무실에서 그녀를 맞이했다.

우리는 수로에 전기를 흘려보냅니다. ...상류에서 하류로, 하류에서 상류로 이동하면 전기장의 세기는 점점 올라갑니다. 큰 물고기는 꼬리와 꼬리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전압 차이가 큽니다.

다행스럽게도 공공의 적 1호인 아시아 잉어는 매우 큰 어종입니다.


전기 장벽을 채택한 것은 2002년부터였는데 목표가 된 침입종을 막기에 늦은 시점이었지만, 이후 또다른 침입종인 아시아 잉어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병대는 운하에 두 개의 장벽을 더 설치했다. 중국이 원산지인 4가지 어종의 집합인 아시아 잉어는 13세기 이래로 연못에서 길러온 양식 어종이다. 인류세 특유의 아이러니의 하나로 양식 잉어 덕분에 강물의 잉어는 오히려 급감했고, 민물고기가 산란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잉어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는 도구인 동시에 그 통제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왜 이 양식어종을 막으려고 하는가? 이는 <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이 고발한 '자연의 통제'에서 나온다. 무분별한 화학 약품이 하천으로 스며들고 죽음의 강으로 만든 것. (미국의 생물학자 앤드루 미첼에 의하면) 카슨이 제안한 대안 '생물학적 제제' 즉 잉어의 수입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에 카슨의 책의 출간 1년 후인 1963년, 미국 어류및야생동물관리국이 공식적으로 아시아 잉어를 처음 들여오게 된다. 콜버트는 지금 그녀가 탄 시티리빙호에서 수십마리 산 채로 잉어가 올라오는 것을 보는 중이다. 교란종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그러나 시카고에서 아시아 잉어들을 끝없이 낚는 사람들을 상상하니, 배위에 피와 점액을 튀는 잉어들과 대면하는 것을 상상하니 비릿한 냄새가 풍기는 듯하다. 그만큼 저자가 현장감있게 잘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생생한 사진도 함께 실려있었다.)

이 장벽 방어 작업은 사흘 동안 계속되었고 포획량 총 무게는 22톤이 넘었다. 잉어들은 서쪽의 공장으로 이송되어 분쇄되고 비료가 되었다고 했다.


국립과천과학관장 이정모 님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 책은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열정이 넘치지만 그만큼 걱정도 자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말이 안되는듯하지만, 이거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 에너지 제로 빌딩, 토양에 산소를 저장하는 일들은 기술이나 돈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늘이 하얗게 되더라도 내가 지구에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콜버트가 전세계를 돌며 현대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재앙(?)을 취재하는 일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벽을 대고 소리지르는 일일지라도.

이 리뷰는 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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