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쇼바네크는 지성인이긴 한데 평범하지 않다. 프랑스로 이주한 체코 부모에게 태어난 그는 어릴 때 아스퍼거증후군을 초등학교 입학 전엔 말을 하지 못해 지적장애인 취급을 당했고, 정상적 발달과는 거리가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이미 읽고 쓸 줄 알았으며 말을 배우는 과정처럼 걸음이 늦어 가족들의 걱정이었다. 흔히 말하는 발달 단계에 따르면 어른이 팔을 붙들어주었을 때 땅을 딛고 보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어린 조제프는 허공에 다리를 쳐들고 휘저을 뿐, 여러 움직임을 동시에 하지 못하고 걸을 수 없었고 지금도 자신은 이상하게 걷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학창 시절은 어떠했을까?

학교 교육의 각 단계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어떤 집단에 맞서 싸운다는 느낌을 받는 부모들, 특히 사람들이 유아학교에서 친구들과 사귀고 잘 지내지 못하는 자폐아를 유급시켜야 한다고 했고, 조제프의 부모도 확신과 권한을 지닌 누군가의 규율과 무언의 압박을 받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자폐를 지닌 아동이 갖추기 힘든 능력을 기준으로 아동을 판단하는 학교와 교사.

반 친구들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에서 배제, 소외되는 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폐아동의 상당수가 3중적분에는 흥미를 느끼지만 음악 반주기에 맞춰 노래하는 것에는 대체로 흥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비유했다.

사회적인 면에서 나는 혼자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무서웠다. ...매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 놀이는 나를 두들겨 패는 방향으로 조직되곤 했다. 질 나쁜 학교에만 학교폭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학생 수가 적고 평판이 상당히 좋은 학교에 다녔다.

어떤 틀에도 맞지 않는 아이


그의 초등학교 시절은 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축구 게임의 의미, 금세 더러워지는 공을 차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밀어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게임'에 다름 아니었고, 교실에서는 배우는 지식에 대해 우월하지만 태도나 말하는 방식 때로는 교사에게 수업준비 부족 등을 이야기해서 버거운 장애 학생이 되었다고 했다. 성적은 우수하나 학교생활에 참여하지 않는 아동으로 문제아보다는 별난 학생 어떤 교사들은 좋아했지만 다른 교사들은 경계하며 두려워했다 교사의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자폐 아동이 교사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님에도 정작 그런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은 불편해 했다는 경험을 이야기 한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 정상아동들을 위한 비교적 '좋은'학교에서 겪은 사회화 과정이기에, 특수학교라고 불리는 장애아동을 위한 학교에서의 경험은 논외로 해야한다. 그러나 어릴때 특수학교에 다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 대다수의 사회인들이 기대하는 바나, 성인이 되었을 때 같은 기준을 기대하므로 사회화의 기준이, 정신분석학이나 아동학계에서 좀더 다양하게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아들이 내적 세계를 공고히 하고 시끄럽고 공개된 장소에서 불안함을 느끼면 조용한 장소를 찾는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잠시 떨어져 자신만의 은신처 혹은 도피처를 만든다는 사실은 일견 일리가 있다.

자폐인에게 가장 큰 불안을 안겨주는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예정된 일에 변화가 생기는 상황이다. 여느 아이들이 교사가 수업이 끝날 예정시간을 넘겨도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자폐 아동은 끝나는 시간에 교실에서 나와야 한다는 사실과, 교사가 교실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상황 사이에서 상충하는 두 가지 규칙 사이에 엄청 불안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규칙성, 판에 박힌 반복되는 행동, 예측 가능성을 사람들이 자폐인의 행동의 경직성, 별님 으로 보지 않고 '심리적 안정' 기제라고 여겨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아주 간단한 사회화 과정도 무척 버거웠다, 시앙스 포(프랑스의 파리정치대학) 명문대학생이 되고서는 단순히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 이외에도 많은 도전과 난관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등학교 때도 수학에 매료되어 수학과 물리학 선생님의 기대를 받기도 했고,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바칼로레아(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매우 우수라는 결과를 받고 누나의 일방적인 등록으로 가게된 학교였기에 그는 그해 여름 대학교가 자신을 삼켰다고 회고했다.

프랑스에서는 학벌로 사람을 정의하고 독일에서는 전공한 학과로 사람을 평가한다. ...독일 모델에도 결점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특정 지식의 유뮤가 관건이 된다. 언어에는 서열이 담겨 있다.


이름이나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인 틀이라는 측면, 명문 기관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주소록, 비유적 의미의 '인맥'은 무엇을 뜻하는가에서 조제프는 그곳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고 어떤 동창회나 모임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기에 '학교졸업여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그를 비난한다고 말한다.

독학한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해야지 거창한 문구가 적힌 종이에 불과한 졸업장의 유무(사회적 특권층의 표식으로서)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가 가진 정치학 석사와 철학박사를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유는 아마 그의 어디까지가 규칙인가?에 대한 새롭고 순수한 태도 등이 자신과는 달라서일 것이다. 그는 대학 때, 관계맺는 능력의 극히 일부만 갖추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교수들은 항상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왔기에 나는 다른 학생들이 곧바로 집에 돌아가서 공부하지 않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저 친구들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예의가 없는 게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은 일인가?

아주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이지만, 당시 나는 세상을 발견하는 과정에 있었다.


시앙스포의 교환확생 프로그램으로 독일에서 1년을 수학하는 동안 그는 행복한 생활을 했고, 여러 상황을 미루어보아 프랑스 사회와 교육에 대한 비판점을 발견한 듯하다. 프랑스로 돌아와 마지막 해에 그는 거의 학교에 가지 않고 치료를 핑계로 박사준비과정을 신청한 이후 논문기간에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잠을 지나치게 자거나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등 여러 부작용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상당히 심한 정신병에 걸렸다고 확신했고 여러 정신의학자, 심리학자들의 진료실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정신분석가를 만나는 일은 그에게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렇다할 긍정적 변화나 치료라고 할만한 극적인 것은 없었고, 단지 그에게 남긴 건 약물 중독자가 되도록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중독 매커니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 시절에 매료된 수학 때문에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파리 시청에 취직했고(물론 그 과정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책을 쓸만큼 지성인으로서 뭔가를 이루어 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드라마 우영우 열풍이 불어 두뇌가 뛰어나지만 자폐를 가진 성인이 어떻게 사회인이 되어가는지를 조명하고 타인들로부터 이해받게(?)되는 인식의 전환의 역할을 한 것 같다.. 비록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보고 싶은 극 중 하나로 리스트 업 해놓았기에 이 책은 더욱 의미가 깊다.

나는 이제 무슨 책을 읽던 주인공과 그 부모의 입장 둘 중 감정이입이 되는 쪽은 역시, 부모쪽이다. 내 아이들 중 하나가 자폐아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미리 예상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이유는...아마 내 성장과정이나 지금까지 주변 인물 중에 가까이 없었기 때문이고,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없었다는 것인데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는 제목만은 왜이리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정상인도 비정상인(이 책에서 저자는 비정상이라고 하기에 정상인들보다 기민하고 총명하다)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끝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이 리뷰는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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