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남성이 겪는 디스포리아, 패싱되기 위해 사용하는 물품, 성별 정정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트랜스젠더 본인이나 앨라이로서도 정보를 얻기에 좋은 책.고 변희수 하사의 추천사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저자의 글솜씨가 훌륭하지는 않지만, 한국인이라면 응당 알고 고민해야 할 남한 내 탈북민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다루고 있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기도 하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저자의 주제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논의는 아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면 우리를 난민이 아니라 정치적 망명자로 존중해줍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인문학 분야에서 최정상급으로 인정받는 네덜란드의 레이던 대학교에서 일개 탈북 작가인 저를 학과장 대우로 초빙했는데 국내에서는 어떤가요. 국내에 탈북민이 3만 명인데 북한학과에 탈북민 출신 교수가 한 명이라도 있습니까." - P70
남한의 탈북민 정책에 실망한 그는 제3국행을 선택해 영국으로 떠났다. 이제는 자신을 ‘조선 사람‘으로 소개하는 그는, 한국이 북한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2015년의 어느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 P144
단순히 북한이 고향이어서가 아니라, 통일 문제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남북의 분단 체제를 모두 살아낸 경험자로서, 한반도에 존재하는 수많은 조난자 중 한 명으로서 통일을 열망한다. 그리고 그 통일은 소수가 원하고 다수가 외면하는 불가해한 허상이 아니라, 기형적인 분단 체제 안에서 살아 온 남북한 사람들 모두를 비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 한 길이다. - P84
내 관능이 그것을 원하지만 내게는 영원히 거부된 어떤 장소에서, 나와는 관계없이 이어지는 생활이나 사건, 그런 사람들, 이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비극적인 것’의 정의였다. 거기에서 내가 영원히 거부되리라는 비애감이 항상 그들과 그들의 생활로 옮겨 가고 하나의 꿈이 되어서, 가까스로 나는 나 자신의 비애를 통해 그곳에 끼어들려는 것 같았다.그렇다면 내가 느꼈던 ‘비극적인 것’이란, 내가 그곳에서 거부당하리라는 데 대한 재빠른 예감이 몰고 온 비애의 투영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P19
여기에 사랑의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의 아주 깊은 내면에는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상대를 닮고 싶다는 불가능한 열망이 흐르는 게 아닐까. 이 열망이 인간을 몰아세워서,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반대의 극점으로부터 가능하게 만들려고 무익한 몸부림을 치는 저 비극적인 이반으로 인도하는 게 아닐까. 즉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서로 닮는 것이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서로 조금도 닮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러한 이반을 그대로 환심을 사는 데 이용하려는 심리적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더구나 서글프게도 서로 닮는 것은 한순간의 환영인 채로 끝나버린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소녀는 과감해지고 사랑하는 소년은 내성적이 된다고 해도, 그들은 서로 닮으려고 애쓰다가 언젠가는 서로의 존재를 건너뛰어 저 너머로, 이미 대상도 없는 저 너머로 떠나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83
인생은 처음부터 의무관념으로 나를 조여왔다. 내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잘 알면서도 인생은 나를 의무 불이행이라는 이유로 마구 힐책하는 것이었다. 이런 인생을 죽음으로 골탕 먹인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전쟁중에 유행하던 죽음의 교의에 나는 관능적으로 공감했다. 내가 만일 ‘명예로운 전사’를 하게 된다면(그건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야말로 풍자적으로 생애를 마감한 것이 되고, 무덤 안에서 내가 지을 미소의 씨앗은 영원히 시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 P120
나에게는 패배의 취미가 선천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게다가 마치 풍성한 가을 수확물처럼 내 주위에 널려 있는 엄청난 숫자의 죽음, 전쟁터에서의 재난사, 순직, 병사, 전사, 자동차 사고사, 단순한 병사의 어느 그룹엔가 내 이름이 분명히 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형수는 자살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살하기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계절이었다. 나는 무엇인가가 나를 죽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인가가 나를 살게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 P185
그 어떤 철학도 비평도 주관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바로 주관적 위치, 맥락화된 자리에서만 또 다른 비평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유한성과 우연성이란 그저 철학과 진리의 한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평으로서의 철학이 성립하기 위한 기본 조건인 셈이다. 요컨대 로티가 말하는 철학이란 자기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내가 서 있는 그 자리를 의심하는 것이다. - P101
"루카스를 기다려? 가엾은 친구, 미쳤군." - P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