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뒤흔드는 자‘라는 뜻을 가진 ‘펜리르‘는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괴물이다. 그런데 이런 이름을 쓰는 자가 몽골에서 나타났다면 믿을 수 있을까?‘비탄의 아리아‘로 일본 라이트 노벨의 작가 ‘아카마츠 츄가쿠‘가 쓴 이 ‘펜리르‘라는 만화가 그렇다. 이 만화를 처음 봤을 때 몽골의 테무친을 주인공으로 하며,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작품 설명을 봤을 때 의아했다. 그래도 몽골을 주제로하는 만화는 얼마 없기에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다 읽어보니 내가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이쪽 취향에 맞지 않는건지 보는 내내 고개가 갸웃거렸다. 갑자기 호수에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해 테무친을 구한 것은 작품 소개를 통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후의 전개가 이상했다. 왜 저자는 하필이면 외계 생명체, 그것도 들어보면 딱 북유럽이 떠오를만한 ‘펜리르‘로 자신을 소개하는 등장인물 등장시킨 것일까? 왜 ‘이렇게 계속 싸움만 할 것이냐‘이라고 하면서 맞서 싸우자고 말하고, 그 이유가 ‘지구는 둥글며 작은 별에 불과하니 나라를 하나로 통일시켜 영원한 평화를 추구하자‘ 라는 결론을 내리는 걸까? 물론 저 시대 때에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유일한 평화일지도 모르나 뒤의 전개를 보면 저자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테무친이 아버지의 친우인 ‘토오릴 칸‘과 협력을 얻어내고 갑자기 이야기가 일본으로 바뀐다. 그것도 ‘요시츠네‘가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일본에서는 칭기즈 칸이 사실은 일본 장수 요시츠네라는 설이 돌았던 적이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역사 왜곡은 일제 시대 때 본격적으로 퍼졌는데, 목적은 당연히 일본의 위상을 높히기 위함이었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역사 왜곡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몽골까지 건들 정도이니 얼마니 독한지 알만하다.지금은 일본 내에서도 아주 소수의 극우세력들이 외치고 있는 주장이지만 이러한 연결 고리를 언급하는 것 조차 개인적으로 부끄러워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럼 이게 이 작품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앞에서 작품의 스토리를 구상한 ‘아카마츠 츄가쿠‘가 ‘비탄의 아리아‘라는 라노벨을 썼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 비탄의 아리아에서도 칭키즈 칸이 요시츠네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비록 우스겟소리로 얼핏 지나간 듯 하지만 다음 작품인 ‘펜리르‘에 이 둘을 다룬 것을 보면 영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다행이 둘이 따로 등장한다 ㅎ)다음 권이 나오면 알 것 같으나 내 예상으론 다음 권은 보지 않을 것 같다. 이외에도 만화에서도 뭔가 라노벨 특유의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아 아쉽다. 특정 라노벨에서 느껴지는 ‘주인공 이외에는 전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전지적인 시점을 가진 인물이 역사적 인물을 마음대로 판단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차라리 ‘슈토헬‘이라는 만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다소 비판적으로 봤을 수도 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니 진지하게 바라보지는 말기를 바란다. ‘만화‘니까 진지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처럼 말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에서 ‘표트르 베르호벤스키‘의 모티브라 할 수 있는 ‘네차예프‘.네차예프는 격동기의 19세기 러시아에서 살았던 자칭 혁명가이다. 그는 무정부주의의 아버지 격인 바쿠닌과 게르첸 등의 거물들과 만나 자신의 ‘혁명적 입지‘를 넓혔다. 하지만 이 대부분은 거짓말로서 얻은 것이었고 사실상 그들을 자신의 입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이내 조직 내에서 탈퇴하려던 동료를 죽임으로서 스스로 자멸한다. 후이 ‘혁명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으로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당시 혁명의 광기에 휩싸인 하나의 인간이었을 뿐이었다.이 책의 저자인 ‘필립 폼퍼‘는 특이하게도 이러한 네차예프의 행보를 심리적인 설명과 함께 설명한다. 또 네차예프 뿐만 아니라 19세기 러시아에 가득했던 혁명의 열기와 니힐리즘 인간형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읽기가 불편했다.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매우매우 보수적이다. 한 마디로 그 목적과 공격 대상이 뚜렷하며 저자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다. 네차예프는 그렇다쳐도 대부분의 혁명가들을 설명할 때 예를 들어 ‘우둔한‘ ‘멍청한‘과 같은 말을 이름 앞에 넣곤 한다. 물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읽기 너무 불편했다. 책의 서문에서 역자 역시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이 때는 저런 인간이 있었구나, 하며 읽으라고 했는데 솔직히 서문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한 마디로 한쪽으로 치우쳐진 책이라 할 수 있다. 네차예프에 대한 사료와 러시아 니힐리즘에 대한 자료도 많아 좋았지만 아쉬운 책이다.
스파이 패밀리, 드디어 3권이 한국에서도 발매되었다. 일본 현지에선 몇백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데 과연 이번 편도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스파이 가족의 가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이드'. 아내 역인 '요르'와의 관계와 딸인 '아냐'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장면이 많아 흐뭇하다. 다음 권도 기대할만 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건지를 깨닫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