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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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은 '페인트'를 쓴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페인트'와 마찬가지로 이 '보통의 노을'도 평범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주인공인 '최노을'을 낳은 34살의 미혼모 '최지혜'씨, 그런 어머니를 둔 18살의 아들 노을이, 그리고 그들 주위를 맴도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 이들은 각각 저마다의 색깔로 두 모자에게 새로운 영향을 준다.


일단 이 작품의 전체적인 틀은 노을이의 엄마와 그녀를 5년 동안 짝사랑한 '성빈'이라는 사람 간의 관계이다. 둘은 5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성빈'이라는 사람이 아들 노을이의 절친인 '성하'의 오빠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노을이의 엄마는 미혼모이다.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회에서는 '미혼모'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성빈이의 사랑은 '지나가는 사랑'이나 '동정해서 하는 사랑'으로 보이기 쉽다. 특히 엄마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들 노을이는 이같은 성빈 형의 사랑에 대해 낯설어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노을이의 엄마와 성빈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미혼모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나 편견을 깨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미혼모인 엄마보다 아들인 노을이를 위한 책이었다. 또한 내가 본 작에서 가장 높이 평가한 것 역시 이런 '낯선' 상황에 처해 있는 노을이의 심리였다. 


만약 내가 노을이처럼 미혼모의 엄마를 두고 있고, 그런 엄마가 앞으로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18살의 아들이었다면, 성빈이 형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각종 소설이나 인문학, 사회문제 관련 책에서는 이런 상황을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미혼모라고 해서, 친구의 형이라고 해서 이들이 사랑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각종 사례를 들어서 설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내게 이들을 응원하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현실은 그럴까? 현실에서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이 둘을 응원할 수 있을까? 

아마 나라면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앞에서 그랬듯이 미혼모나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시선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직도 이들을 향한 차별의 시선은 존재한다. 겉으로 보이는 사회적 공론은 이들의 편을 들어줄지 모르겠으나 그 안에 있는 개개인들의 보이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있다. 당사자 역시 사회적 시선보다는 자기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 더 많이 신경 쓰이기 때문에 자기의 권리를 손쉽게 주장하기 어려워하고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차별의 시선에 동조해 자기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여기 나온 노을이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에 반기를 들면서도 한편으론 엄마가 그러한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앞과 뒤가 서로 모순적이기 때문에 노을이는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한다. 

이렇듯 기존의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에 '그저 화가나' 무조건적으로 대항하는 미성숙한 주인공을 내세움으로써 마치 고전소설 '박씨전'에 버금갈 정도로 '영웅'을 갈망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보통의 노을'에서의 주인공 노을이는 매우 입체적이었다. 어쩌면 이게 현실적인 반응이 아닐까 하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노을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겪으면서 점차 바뀌어 간다. 

대표적으로 노을에게 '평범함'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본 성빈 형의 여동생이자 절친인 '성하'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학급 친구인 '동우'다. 이들이 노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노을이 만큼이나 흥미로운 친구들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독자인 내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가족의 평범성을 떠나 사회 내의 차별적인 시선에 관한 생각과 '보통'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청소년 문학이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문학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노을이를 빼고는 주변 인물들이 다소 인공적으로 보였으며 '사회는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라는 전제하에 그런 불의에 이유불문으로 반항하는 '영웅'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즉, 너무나 소설 같은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교훈적인 부분을 보다 쉽게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였는데, 조금은 생소했다. 


아무튼, 해는 오전에 있을 때는 창창하게 빛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하나의 색깔로만 보이지만 오후가 되어 노을로서 질 때는 오전에 봤던 것보다 다양한 색깔로 보이는 것처럼 '보통의 노을'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며 리뷰를 마치겠다. 


(본 리뷰는 출판사의 후원을 받아 쓴 서평입니다)

나는 가급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크게 모나지 않도록, 딱히 문제 될 리 없도록 하루하루 성실하게만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별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다름과 틀림을 똑같이 여기곤 했다. - P59

세상은 점점 더 평범함과 보통을 잃어 갔다. 평균으로 삼아야 할 것도, 기준으로 내세워야 할 법칙도 시나브로 무너져 내렸다. 과거엔 평범한 삶이라 말했던 삶 역시 쉽게 꿈꿀 수 없게 되었다. - P144

"보통의 삶 따위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아"
성하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나갔다.
"각자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게 전부 아닐까? 얼마 남지 않은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려 분투하는 대신 뭐, 좀 울퉁불퉁하더라도 각자 길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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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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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전반적인 삶을 알고 싶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이미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할 책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취향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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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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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죄와 벌 완독했다. 


이미 작년 5월 달에 출판사(문학동네)에서 진행했던 '도스토옙스키 챌린지' 를 통해 다 읽었지만 요즈음 갑자기 도 선생의 소설이 땡겨서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주 만에 완독한 '죄와 벌'은 예상외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사이에 생각이 달라졌는지, 아니면 성숙해진 것인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령, 예심판사인 포르피리가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를 심문할 때 단순히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수를 은근히 권하고 있었다는 거라든지 (개인적으로 포르피리는 스비드가일로프 다음으로 내가 싫어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라스콜니코프의 사상의 정확한 의미, 그리고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적 묘사 등등이 착착하고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왔다.

'과연 명작은 명작이로구나'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이렇게 몇 번을 읽어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 이게 바로 '명작 고전'이 아닐까. 


도 선생의 작품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계속해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어쩌면 몇십 년 전에 '죄와 벌'을 읽고 본격적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탐독해 나갔던 것처럼, 이번 재독(再讀)이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 특유의 자존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빠지지 않겠다고‘,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겠다고‘, 우리 관습상 누구나 의무적으로 치르는 몇몇 사회적 의식에 마지막 힘을 다해 모아놓은 마지막 한푼까지 다 써버리곤 하는 것이다. 자존심과 허영심이 이렇게 발작적으로 터지는 일은 더없이 가난하고 주눅든 사람들에게 종종 있는 일로, 때로 그들은 분풀이하듯 절제하지 못하고 돈을 써버린다. - P165

소냐 : 누가 살고 누가 살면 안 되는 하는 일에 누가 자신을 재판관으로 세운단 말이에요?
라스콜니코프 : 신의 섭리가 개입하는 순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는 법이지! - P213

난 단지 ‘이‘를 죽였을 뿐이야, 소냐. 무익하고 혐오스럽고 해악을 끼치는 ‘이‘ 말이야. - P226

모두 똑똑해지길 기다리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걸... 그다음에 또 알았지.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조차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그들을 개조할 수 없고, 그런 노력을 기울일 가치도 없다는 걸 말이야! 권력이란 감히 몸을 숙여 그걸 주워올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걸 말이야. 여기서 중요한 건 과감히 감행한다는 것 하나, 단 하나뿐이지!
(중략) 난... 난 감행하고 싶었고, 그래서 죽였어.... - P228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삶에 몸을 던지세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마음을 크게 먹고 두려움을 이겨내보세요. 해내야 할 위대한 일을 앞두고 겁을 먹은 건가요? 아니, 지금은 오히려 겁먹는 게 부끄러운 겁니다. 그렇게 한 발짝을 내디뎠으면 강해져야지요. 그게 정의지요, 정의가 요구하는 일을 하세요.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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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샤 와이드판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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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믿고보는 이누야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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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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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이지만 기대되는 책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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