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인생의 재발견 -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들을 위한 자기성찰의 심리학
구자복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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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백세 시대에 오십이면 이제 겨우 전반전을 치렀을 뿐인데, 오십 대 중년 남성들은 치받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한 가닥 내로라하는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버티느라 이미 지쳐있다. 우리 낀 세대의 애환은 직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로하신 부모 세대와 아직 자립하지 못한 자녀의 뒷바라지가 한창인데 배우자와 본인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누구인가? 두 번 가라면 세상 하직하겠다던 군대 생활과 국제금융 외환위기로 살벌했던 구조조정 여파에도 살아남았던 백전노장 역전의 용사들 아닌가? 평생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아왔건만 그러나 현실에서는 꼰대 취급당하며 퇴직을 종용당하기 일쑤다. 퇴근길에 만취하여 지구대에서 오늘도 대충 수습하는 올드보이 오대수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흔히 퇴직해서 잘 풀려봐야 치킨집 아니면 고깃집이고 그나마 자영업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기는 더 어렵다고 한다. 한국형 뫼비우스 띠에는 직장인의 로망은 백수이고 백수의 로망은 직장인이라 적혀있다. 전쟁터였던 직장을 벗어나면 나을 줄 알았더니 바깥은 지옥이라 했던가. 곧 퇴직을 통보 당할 처지는 아니지만, 불과 수년 후면 내게도 똑같은 상황이 뻔히 닥쳐올 것이다. 알량한 퇴직금은 이미 아이들 대학생 만드는 밑밥 된 지 오래다. 퇴직 후 적어도 20년 이상 별다른 수입 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눈앞이 캄캄하다. 노부모 건사와 애들 혼사는? 오래 살면 뭐 하겠나 저소득의 유병장수는 결코 축복일 수 없다.

 

꽤 어두운 이야기로 마음이 무거워지자 나도 모르게 어느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20년 전 딱 한 해 함께 근무했을 뿐인데 아직도 연락이 닿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교직에서 일찍 물러나 펜션 사업으로 성공한 그의 내력이 자못 궁금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진작부터 꿈꾸던 그는 1년간 치밀하게 전업을 연구하였고, 준비되었다는 판단이 서자 우려하는 주변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사표를 던졌다. 전업 직후 벌어진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여 4년 차에 접어든 현재 펜션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성공사례가 지인의 경우라니 부러운 한편 아무런 생각도 대책도 없이 살아온 나는 미지근한 싸구려 커피를 마신 듯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나에게도 그 같은 실행력이 있기는 한 걸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고. 참, 말은 쉽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해왔던 일이 귀찮아지고

옛날처럼 꼼꼼히,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46쪽)

 

해직 통보 벼락을 맞아 잘나가던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던 저자는, 위기를 기회 삼아 대학원에 진학하여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심리 연구소를 차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준비할 여유가 있었던 선배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이었으나 그 역시 자립에 성공한 사례이다. 이 책은 일과 직장이 전부였던 중년 남성에게 갑자기 닥친 상황을 실감 나게 설명하는 1부, 인생의 전환점에 선 우리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2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인정하기를 권하며 진짜 나를 다시 만나라는 3부, 그리고 지금까지의 실패와 성공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대범한 자세로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파도를 현명하게 넘어가도록 조언해주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우리가 미래에 느낄 감정을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오늘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면서, 고맙게도 유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와닿는 구어체로 풀어놓는다. 그가 주는 조언은 마치 바로 한 학년 위 선배의 그것처럼 지금껏 읽어 온 어느 자기계발 서적보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 사람들의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154쪽)

 

오십 대는 매우 결정적이면서도 새로운 인생의 단계이다. 자신의 능력과 단점, 성공과 실패를 해부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 특히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며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다양한 고민을 통해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져야 한다. 오십 대는 또한 위태로운 인생의 단계이기도 하다. 노안, 탈모, 체중 증가, 체력 저하, 고혈압 같은 신체 증상 변화에 놀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을 잃은, 또는 잃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자기 정체성과 영혼이 흔들린다. 지나치게 젊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퇴물 취급을 받게 될까 두렵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정점인 시기임에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력과 힘, 가족과 친구의 질병과 죽음을 보며 ‘분리 상실’을 경험한다. 


그러나 중년에게도 희망은 충분히 남아있다. 사회에 갓 진출하던 20대 때보다 체력과 지구력, 업무 순발력은 떨어지는 대신 세월을 겪어온 노련함과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혜안이 있다. 단순 기억보다 상황을 분석하고, 아는 것을 적용하며,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줄 안다. 오랜 시간 넘어지고 엎어지는 실수를 통해 마음과 행동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섯 가지 자본력을 분석해보았는데,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다.

신체: 고혈압, 과체중, 복부 비만, 저질 체력, 만성 요통, 이명.

경제: 노동 소득 외 수입 전무. 짧은 금융 지식. 대출 부자. 경알못

인지: 그나마 왕성함. 글쓰기, 운동, 어학 동호회. 평생학습은 될 듯.

사회: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등 인간관계. 마눌님 왈 마음에 안 듦.

심리: 고난에 대처하는 방어기제, 통제감 유지. 온실 속 화분?

정체성: 가장 중요한 자본.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중년기의 본질적인 과제는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가슴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답은 자기 속에 있다. (187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제2의 전성기를 실현하고픈 (예비) 퇴직자 중년 남성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자신뿐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어떤 고생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미 기운도 많이 빠지고 당장은 이렇다 할 전망도 안보이지만, 어쩌겠는가? 인생 선배가 전하는 이 책을 길동무 삼아 평생직업 찾는 길에 주저 없이 나서 보리라.

 

#자기계발 #오십인생의재발견 #더퀘스트 #구자복 #인생후반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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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인생의 재발견 -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들을 위한 자기성찰의 심리학
구자복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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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자기계발서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책. 오십대 독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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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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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여왕
범죄 수사에 전념을 목표로 각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특수 수사기관이 사건의 독립적이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초법적 재량권이 필요한 경우 법망의 범위 밖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단한 자긍심을 지닌 이 비밀 조직은 유럽 전역의 경찰 단체와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안토니아 스콧 역시 조직의 일원이다.

- 안토니아 스콧
수사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성인 안토니아는 2년 전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 마르코스가 사고를 당한 뒤 자신에게 닥친 죄책감에 자극받아 심각한 우울감에 빠지면서 그녀의 일과 현실로부터 도피한 바 있다. 천재를 능가하는 지능과 촉으로 가장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사건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해결하려는 유럽의 비밀 조직 붉은 여왕에 영입될 만큼 총명하고 화려한 배경을 지녔다.


- 존 구티에레스 경감
구티에레스 경감은 동성애자인 동시에 40년 이상 근속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그는 원래 바스크 지방 출신으로 역도를 좋아하여 신체가 유난히 튼튼하며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녔다. 정직한 경찰관이지만, 매춘부를 돕는 스캔들에 연루되어 현재 정직 처분 상태에 있다. 모든 붉은 여왕에게 있기 마련인 충실한 추종자로 묘사된다. 존 구티에레즈 경감은 흠잡을 데 없는 경찰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패 행위에 연루되어 있다. 자구책으로 안토니아 스콧을 찾아가 그녀를 인생의 감옥에서 꺼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대가로 그는 자신의 경력 세탁(?)을 요구한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안토니아의 거주지인 라바피에스로 이동하며 그녀를 간신히 설득하여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이로써 그는 트루바 살해 사건을 통해 숨겨진 경찰의 본능을 일깨운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안토니아와 존의 관계는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치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게 된다. 미궁으로 빠져들던 수사는 희생자들의 신상이 점차 밝혀지면서 미지의 사실이 하나씩 제거된다.

 

- 영화 투캅스의 오마주?

물리적 정신적인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는 강한 우정이 싹튼다. 그들은 스페인 경찰 역사상 가장 미묘한 사건들을 서로 도와가면서 해결한다. 첫 계기는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은행장 아들의 살해 사건이고,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섬유 재벌의 딸과 상속녀를 납치한 사건이다. 수사 과정을 통해 두 주인공은 그들 내면의 악마, 경찰의 방해,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의 부실한 협조에 직면한다. 게다가 그들보다 더 잘 준비되고 잔인한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 초동수사
초반부터 안토니아와 존은 유명한 스페인의 은행 이사의 아들인 알바로 트루바의 살해 사건 배후를 조사한다. 며칠 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던 이 어린 재벌 후계자는 마드리드의 어느 음습한 동네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안토니아와 존이 조사를 하는 동안 그들은 또 다른 부유한 젊은 여성의 유괴 사건에 엮여 수사 진행에 난항을 겪는다.


- 납치사건
카를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알려진 갈리시아 출신 사업가 라몬 오르티스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 및 배다른 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운영하는 섬유 회사 경영에서도 압박을 받는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자세한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의 귀중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영화화되어 인기를 끌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며, 안토니아 스콧의 모험을 그린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유럽판 해리포터로 불린다. 주인공은 경찰이 되지 않고도 많은 범죄를 해결하는 놀라운 수완을 지닌 흥미로운 여성이다. 이 시리즈는 12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저자는 이로써 스릴러 장르의 대표주자로 부상한다.

 

서스펜스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미스터리 자체에 관한 작가의 필력뿐 아니라 미지의 대상 혹은 예상치 못한 지점 사이를 오가는 심리적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호보완적 측면을 잘 조화시키며 자신의 서사를 가장 잘 유지하는 스페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간결한 대화문, 경쾌하고 짤막한 장면 전환으로 독자의 눈길을 즐겁게 해주는 범죄 스릴러물로 주말을 즐겨보시길.


#장르소설 #붉은여왕 #시월이일 #범죄스릴러 #영화화작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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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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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을 털어놓고 2~3일간 빠져보는 스페인산 범죄스릴러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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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몸 사용설명서 - 건강하고 똑똑한 뇌를 위한
오철현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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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인간의 뇌에 관한 전반적인 탐구가 중요해지고, 인간의 실체가 겨우 1.3 kg 무게의 회백색 단백질 덩어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처럼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쏟아지고 활발히 논의된 적이 없는 것 같다. 과거 대학원에서 제2외국어 습득(2nd language acquisition)에 관한 전공 서적을 접했을 당시, 언어 사용에 따라 뇌의 각 영역(브로카, 베르니케)이 활성화되고 손상 부위에 따라 실어증 환자의 증세도 달라진다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특별히 쓸 일도 없으면서 호기심에 뇌의 각 부위 해부학 명칭을 열심히 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언어 습득 분야와는 달리 뇌란 그저 신체 기관의 하나일 뿐이며, 양분과 혈액 공급이 필요한 인간의 장기 가운데 하나라는 지극히 의학적인 접근법으로 다가선다.

 

예방의학 박사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우리의 몸이 아픈 이유는 결국 뇌가 아프기 때문이며, 인간의 질병과 노화에 대한 해답 역시 뇌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뇌과학의 모든 역사(매튜 코브)‘를 통해 오늘날까지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해당 분야 석학들의 숨겨진 노력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사 펠드먼 배럿)‘, ’환자 H.M.(루크 디트리치)‘ 또한 참고문헌으로 언급되어 한편으로 반가웠다. 뇌과학에 관한 보편적인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랄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뇌에 필요한 영양소와 결핍 증상, 최근 노화의 주원인으로 밝혀진 텔로미어의 존재 등 뇌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뇌의 활용성에 대해 알아보는 2부에서는 뇌 흐림(brain fog)과 같은 뇌 기능 저하의 원인과 예방법, 수면 시 뇌가 하는 일(복습, 청소, 전파, 심박수 조절, 호르몬 분비),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를 예방하며 뇌를 건강하고 오래 유지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뇌의 크기가 같거나 심지어 뇌가 더 작더라도 뇌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망을 얼마나 정교하게 갖췄는지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 학습 능력, 인지 기능 등이 달라진다. (170쪽)

 

뇌는 인간이 유기체로서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장기임이 틀림없다. 저자는 뇌에 관한 흔한 오해의 하나로 천재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조차도 자기 뇌의 일부만을 사용했다는 설과는 달리 실제 우리는 이미 뇌기능의 100%를 활용하고 있음을 예시한다. 따라서 창조적인 사람은 우뇌형, 논리적인 사람은 좌뇌형이라는 말이나 문과형 두뇌, 이과형 두뇌라는 이분법도 사실 존재할 수 없다. 또한 남녀의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문화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는 다수의 과학적 증거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최고 성능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자신도 믿지 못하는 역설적인 모습도 지녔다. 어릴 적 어르신들 말씀이 사람은 웬만해서는 쉽게 안 죽지만, 배가 아파야 죽는다고 하였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렸던 이 말은 사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장-뇌 연결축 이론‘의 민간 버전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과학적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뇌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인간에게 공부는 무리라는 일본의 어느 학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공부가 힘든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단일 장기로서 뇌는 신체가 소모하는 전체 열량의 20% 이상을 소모한다. 이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비율이다. 이때 뇌는 포도당을 원료로 작동하는데, 지능이 높은 사람은 뇌가 작동할 때도 에너지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적은 에너지로도 많은 일을 해냄으로써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처음 시도하는 일이거나, 자동화되지 않아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새로움에 적응하느라 많은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학습자는 뇌가 부담해야 할 열량을 소모하기보다는 전력 공급원을 차단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업 중에 엎드려 꿈나라로 향한 학생은 한정된 체력을 아끼고 자신의 뇌를 혹사하지 않기 위해 나름 최상의 생존법을 택한 것일 뿐이므로, 교수자의 혈압과 심박 수 상승을 유도하고 동료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빈축을 살지언정 그 어떤 물리적 정신적 제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없는 꿈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고 힘든 하루를 위로할 수 있다면 이만한 행복도 없어 보인다. 제법 그럴싸한 논리적 추론 아닌가?

 

예방의학자답게 저자는 뇌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과 비타민 등을 소개하는데, 일부 요소가 중복으로 언급되는 점은 살짝 아쉽다. 소리 내어 읽기, 금연과 취미생활, 모임이나 대인관계 맺기 등 두뇌에 자극을 주어 젊은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뇌 흐림(brain fog) 증상의 원인(호르몬, 스트레스, 운동 부족, 당분, 멀티 태스킹, 수면 부족)을 개선하는 등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매력적인 방법이 상당량 제시되어 뇌몸 설명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구성상 다양한 일러스트 및 본문의 소제목과 중요한 부분에는 붉은색을 입혀 가독성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뇌에 관한 교양 수준의 지식을 넘어 실생활에 응용할 부분이 많아 여러모로 쓸모있는 책이다. 두뇌와 신체의 회춘(?)이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건강에세이 #뇌몸설명서 #청년정신 #오철현 #뇌과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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