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몸 사용설명서 - 건강하고 똑똑한 뇌를 위한
오철현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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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인간의 뇌에 관한 전반적인 탐구가 중요해지고, 인간의 실체가 겨우 1.3 kg 무게의 회백색 단백질 덩어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처럼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쏟아지고 활발히 논의된 적이 없는 것 같다. 과거 대학원에서 제2외국어 습득(2nd language acquisition)에 관한 전공 서적을 접했을 당시, 언어 사용에 따라 뇌의 각 영역(브로카, 베르니케)이 활성화되고 손상 부위에 따라 실어증 환자의 증세도 달라진다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특별히 쓸 일도 없으면서 호기심에 뇌의 각 부위 해부학 명칭을 열심히 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언어 습득 분야와는 달리 뇌란 그저 신체 기관의 하나일 뿐이며, 양분과 혈액 공급이 필요한 인간의 장기 가운데 하나라는 지극히 의학적인 접근법으로 다가선다.

 

예방의학 박사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우리의 몸이 아픈 이유는 결국 뇌가 아프기 때문이며, 인간의 질병과 노화에 대한 해답 역시 뇌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뇌과학의 모든 역사(매튜 코브)‘를 통해 오늘날까지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해당 분야 석학들의 숨겨진 노력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사 펠드먼 배럿)‘, ’환자 H.M.(루크 디트리치)‘ 또한 참고문헌으로 언급되어 한편으로 반가웠다. 뇌과학에 관한 보편적인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랄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뇌에 필요한 영양소와 결핍 증상, 최근 노화의 주원인으로 밝혀진 텔로미어의 존재 등 뇌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뇌의 활용성에 대해 알아보는 2부에서는 뇌 흐림(brain fog)과 같은 뇌 기능 저하의 원인과 예방법, 수면 시 뇌가 하는 일(복습, 청소, 전파, 심박수 조절, 호르몬 분비),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를 예방하며 뇌를 건강하고 오래 유지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뇌의 크기가 같거나 심지어 뇌가 더 작더라도 뇌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망을 얼마나 정교하게 갖췄는지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 학습 능력, 인지 기능 등이 달라진다. (170)

 

뇌는 인간이 유기체로서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장기임이 틀림없다. 저자는 뇌에 관한 흔한 오해의 하나로 천재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조차도 자기 뇌의 일부만을 사용했다는 설과는 달리 실제 우리는 이미 뇌기능의 100%를 활용하고 있음을 예시한다. 따라서 창조적인 사람은 우뇌형, 논리적인 사람은 좌뇌형이라는 말이나 문과형 두뇌, 이과형 두뇌라는 이분법도 사실 존재할 수 없다. 또한 남녀의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문화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는 다수의 과학적 증거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최고 성능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자신도 믿지 못하는 역설적인 모습도 지녔다. 어릴 적 어르신들 말씀이 사람은 웬만해서는 쉽게 안 죽지만, 배가 아파야 죽는다고 하였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렸던 이 말은 사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뇌 연결축 이론의 민간 버전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과학적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뇌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인간에게 공부는 무리라는 일본의 어느 학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공부가 힘든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단일 장기로서 뇌는 신체가 소모하는 전체 열량의 20% 이상을 소모한다. 이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비율이다. 이때 뇌는 포도당을 원료로 작동하는데, 지능이 높은 사람은 뇌가 작동할 때도 에너지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적은 에너지로도 많은 일을 해냄으로써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처음 시도하는 일이거나, 자동화되지 않아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새로움에 적응하느라 많은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학습자는 뇌가 부담해야 할 열량을 소모하기보다는 전력 공급원을 차단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업 중에 엎드려 꿈나라로 향한 학생은 한정된 체력을 아끼고 자신의 뇌를 혹사하지 않기 위해 나름 최상의 생존법을 택한 것일 뿐이므로, 교수자의 혈압과 심박 수 상승을 유도하고 동료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빈축을 살지언정 그 어떤 물리적 정신적 제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없는 꿈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고 힘든 하루를 위로할 수 있다면 이만한 행복도 없어 보인다. 제법 그럴싸한 논리적 추론 아닌가?

 

예방의학자답게 저자는 뇌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과 비타민 등을 소개하는데, 일부 요소가 중복으로 언급되는 점은 살짝 아쉽다. 소리 내어 읽기, 금연과 취미생활, 모임이나 대인관계 맺기 등 두뇌에 자극을 주어 젊은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뇌 흐림(brain fog) 증상의 원인(호르몬, 스트레스, 운동 부족, 당분, 멀티 태스킹, 수면 부족)을 개선하는 등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매력적인 방법이 상당량 제시되어 뇌몸 설명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구성상 다양한 일러스트 및 본문의 소제목과 중요한 부분에는 붉은색을 입혀 가독성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뇌에 관한 교양 수준의 지식을 넘어 실생활에 응용할 부분이 많아 여러모로 쓸모있는 책이다. 두뇌와 신체의 회춘(?)이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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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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