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병법 - 고전의 병법에서 배우는 소통의 지혜
김해원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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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수십 년째 이어오는 동안,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패를 이루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다수의 구성원이 있는가 하면 어느 패에도 끼지 않는 소수를 발견한다. 패거리끼리는 얼마나 죽이 잘 맞는지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며 잘도 대화를 나눈다. 심지어 직장을 벗어난 야유회나 연수를 가서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남들과는 소통이 안 된다며 늘 불만이다. 아주 볼썽사나운데 조직의 원활한 소통과 효율성에 끼치는 악영향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 자, 이를 어찌한담?

 

저자는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에서 이름을 따 책 제목을 소통병법이라 하였다. 소통의 큰 그림은 고전에서 가져온 사례들로, 영문으로 된 부제는 ’전략적 의사소통의 기술‘로 읽힌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사소통의 매개체는 ’말‘ 이지만 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낸 치밀한 전략의 결과이다. 소통(疏通)은 곧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서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심통(心通)이며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소통의 사례집이라 하여도 좋을 정도로 삼국지와 수호지 등 중국 고전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철학자, 종교인, 역사적 사실, 국내외 석학들의 발언 등을 아우르며 소통 위주의 새로운 해석과 풍부한 예시를 제공한다.

 

저자는 또한 소통의 본질을 다각도에서 비추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실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지침이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이 인상적인 일부를 발췌해본다.

- 가장 좋은 소통은 상대방이 경조사를 당했을 때 도움을 주는 것(25p.)

- 소통의 목적은 소통을 통해 최종 얻고자 하는 바를 얻는 것(71p.)

- 자기와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도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고 소통에 도움 되는 내용이라면 폭넓고 깊이 있게 배워 두는 것이 좋다(88p.)

- 소통의 본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97p.)

-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 소요되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일관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말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132p.)

- 소통의 학문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공부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마음을 알아내는 공부, 인간 본연의 속성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144p.)

- 소통을 함에 있어서 자기의 자랑 이외에 특별히 자기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자기의 감정 상태이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과의 협상이나 논쟁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지극히 이성적으로 대하자.(201p.)

 

언어 형식 면에서 ’~함에 있어서’, ‘~하는 것’과 같은 표현은 다소 오래된 문어체 느낌이 들어 구어체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중국 고전의 고사성어를 인용하는 특성상 사용빈도가 낮은 한자어 표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자에 친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 독자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에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일독 후 소통의 달인으로부터 간결하고 기억에 남는 소통 특강을 받은 느낌이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조직이라도 소통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읽어두실 것을 권한다. 개인과 조직 모두에 유용한 자산이 되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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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마음사전
복효근 지음, 김해선 그림 / 지식프레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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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 안정된 직장에 해마다 두 차례씩 방학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직장인 친구들의 부러움 반 질시 반의 시선이 느껴지기를 십수 년. 직장인이라면 다 그렇듯 드러내놓고 말 못 할 저간의 사정은 다 있는 법이고 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슬프든 기쁘든 국어과 교사인 저자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동료 교원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제목이 사전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lexical meaning)를 부여하는건 아니다. 오랜 세월 학생, 학부모, 관리자들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선생님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이름을 붙이고 더는 잘 설명될 수 없는 해설을 곁들였다. 여기에 제시된 모든 정의는 교사라면 누구나 다 피해갈 수 없는 혹은 겪었음 직한 경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읽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릴 얄팍한 두께지만, 저자가 겪었던 기쁨과 슬픔이 곧 나의 경우라는 감정이입이 더해지고 때로 엷은 미소와 깊은 한숨이 겹쳐지면서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책장을 다 덮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 이건 우리 선생님들 모두의 고백이로구나’. 하여 마음에 와닿는 위로와 공감의 인용구 일부를 소개해 드린다.

 

사랑은 삶의 목적이며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하면 불행하지 않다.(33쪽 사랑)

 

아이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는 일이야말로 아이들과의 소통의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39쪽 소통)

 

턱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교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순간에 아이들의 행동이 변하기를 바라면 실망도 크고 부작용도 크다.(72쪽 기다림)

 

올챙잇적 생각하면서 먼저 다가와 얘기 나누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관리자가 먼저 하면 안 되나? 부장교사 몇과 의논하고 평교사들은 내막도 모르게 일을 만들어가는 관리자도 있다. 학교 업무 전반에 걸쳐 전횡을 일삼는 관리자가 아직도 없지 않다.(113쪽 불통)

 

누구나 그럴 수 있겠지만, 우아한 백조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모습만 보고 감탄하는 오해는 하지 않아야겠다. 사실은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갈퀴로 발버둥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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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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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어져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과연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는지 되묻는 나날 또한 많아졌지만,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나만 그런 걸까? 사고능력과 철학지식이 고등학생 수준에서 멈춘 이후 나이만 먹어가다가, 처음으로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다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최근에야 마주하였음을 고백한다. 

 

각설하고, 유럽 철학의 효시이자 근간인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고, 특히 기존의 이해하기 어렵고 따분한 철학용어가 아닌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나와 세간의 시선을 받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 기원전 399년, 나라와 아테네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잡신을 섬긴다는 불경죄 및 청년들을 부패시켰다는 죄목으로 고발된 재판에서 그가 행한 자기 변론의 기록으로, 1차 변론 이후 배심원들이 유죄를 평결하자 당시 아테네 재판 절차에 따라 원고가 사형을 제안하였고, 2차와 3차에 걸쳐 사형에 대해 자신을 최후 변론함.

 

크리톤 – 아테네의 중요 종교행사로 미루어졌던 사형집행일을 코앞에 둔 소크라테스가 친구인 크리톤으로부터 탈옥을 권유받았으나, 자신은 이성에 따라 정의로운 삶을 살았고 아테네에 살면서 아테네의 법을 따르기로 합의하였으며 범법자로 남고 싶지 않으니 탈옥은 아니아니 아니되오 불가함을 밝힘.

 

파이돈 – 아테네 감옥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지켜본 친구로서 아침 일찍부터 감옥으로 몰려와 해가 진 후 독약을 마실 때까지 ‘영혼불멸’의 주제를 놓고 대화한 내용. 참된 지혜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육체의 모든 감각의 방해를 단절하고 오직 순수한 사유와 변증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에 도달하는 것임을 밝힘. 이는 당시 상대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현실 경험 세계에서의 실용적 지식을 추구하던 소피스트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향연 – 기원전 416년 비극작가 아가톤이 아테네 비극 경연에서 우승을 기념한 연회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 ‘에로스’를 예찬한 이야기. 여기서 에로스는 경애, 친애보다 더 강렬한 성애를 가리키며, 열렬한 감정과 욕망을 포함하여 대상을 향유하고자 하는 죽음보다 더 강한 욕망을 의미함.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는 점이 본서의 큰 장점으로, 대화제 자체는 마치 독자가 치열한 대화속에 노출되는 현장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원문이 고전인 관계로 ‘아테네인들이여’, ‘~하네, ~하지 않겠나?’처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투어구는 독자에 따라 독서의 피로도 증가요인 일수도 있겠다. 아, 나는 이런 옛날 대화체를 낯설어 하는구나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서술적 내용과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방식도 좋지만, 철학자에게 주류에서 벗어난 언행을 빌미로 어떻게 사형을 요구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어떤 구조의 사회였을까. 당시의 사회상은 이렇게 묘사된다.

 

- 기원전 427년 당시 아테네는 종교적으로는 대단히 보수적이었고, 거기에 정치적인 의도까지 더해져서, 아낙사고라스와 프로타고라스를 불경죄로 추방하였고, 소크라테스까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소피스트로 몰아 불경죄로 사형에 처한다. (322쪽)

 

- 인간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다. (23쪽)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라는 동양 고전의 말씀처럼, 소크라테스는 지금 우리가 상위인지라 부르는 학습태도를 철학의 기본으로 강조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겨우 30표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극적인 결과도 있다. 소수의 횡포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사형이 아닌 자연사였다면 철학의 역사가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 30표만 무죄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면 나는 무죄로 석방되었을 것입니다. (배심원이 500명이었다고 한다면, 찬성표는 280표였고, 반대표는 220표였다는 것이 된다. 찬성과 반대가 동수인 경우에는 무죄로 간주되어 석방되었기 때문이다.) (48쪽)

 

- 여러분을 비판하는 자들을 사형에 처해서, 자기 삶이 올바르지 않다고 누군가가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비판을 모면하려는 시도는 가능하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고상하고 쉬운 길은 여러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55쪽)

 

간접 민주주의의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권력에 의해 도리어 비민주적인 횡포의 연장 선상에서 억압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묻게 된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히 독배를 들고 기꺼이 죽음을 맞이한 그의 최후는 비장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아 보인다.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된 하나이며 철학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는 다음 인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무려 2천 년도 더 전에 그가 간파한 글을 보면 삶과 죽음에 연연하는 마음이 조금은 초연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철학의 힘이겠지?

 

- 어떤 사람이 자기가 죽게 된 일에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사람은 재물을 사랑하는 자이거나, 명예를 사랑하는 자이거나, 그 둘을 모두 사랑하는 거겠지. (110쪽)

 

- 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몸에 속한 그 어떤 것도 동반하지 않은 채로 홀로 순수한 상태로 있게 된다는 것이네. 영혼은 이승에서 살아갈 때에 몸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피해서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늘 죽음을 연구하고 죽는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 철학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기꺼이 편안하게 죽는 것을 연구하는 일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지. 철학을 한다는 일이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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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진화, 신의 출현 - 초기 인류와 종교의 기원
E. 풀러 토리 지음, 유나영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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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영적 존재임을 부정할수는 없지만 신의 피조물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리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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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2만 3천구의 시체를 부검하며 사인을 규명하느라 망자들이 몸으로 남겨놓은 이야기를 들어온 이 60대 법의관의 인생 이야기는, 긴장감이 일렁이고 다음 장면이 예측되지 않는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같다.

 

저자는 13세 때 당대 유명한 법의관의 저서 심슨 법의학 ‘Simpson’s Forensic Medicine’(3판)을 처음 접한 후 죽긴 했지만 자기 환자가 있는 법의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이후 의과대를 거쳐 의사로서 경력을 쌓아 유명 법의관이 되고 학계와 의료계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그의 정신적 스승인 심슨 법의학 12판을 집필하기에 이른다.

 

법의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망자의 사인을 어떻게 증언하는가에 따라 법정 싸움의 결과도 첨예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법정 상대방, 언론과 검찰 심지어는 협업관계인 경찰로부터도 거의 언제나 낭떠러지 같은 감정의 극한상황에 몰리기 일쑤였다. 대개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에게는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때에 따라 장시간 대량의 시체를 부검하여 사인을 밝혀야 하는 그에게는 오히려 무덤덤한 감정능력 자체가 직업적 전문성을 보장해 준 셈이다. 때로 그는 법정에서 사인을 증언할 때마다 법의학적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보다는 배심원 또는 판사의 판결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상황에 엮일 경우를 더 염려해야 했다.

 

나는 내가 진실을 찾는 사람이 되기 위해 법의관이 됐음을 상기했다. 그 말은 진실을 왜곡하라는 압력을 받을 때마다 진실의 편에 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중략) 진실의 유연성에 대한 힌트는 이미 있었다. 예를 들면 법정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명명백백한 도덕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여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120쪽)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고민과 갈등 역시 다음과 같이 잘 드러난다.

 

부검을 할 때 나는 문명사회가 기대하는 ‘최고의 예우’를 갖출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까지 담아 신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작업한다. 나는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려 이 일을 하는데도 수상하고 잔인한 백정으로 오해받는 게 너무나 괴롭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가족의 죽음에 대해 직접 나의 설명을 듣거나 법정에서 나의 증언을 듣는 사람들이 내가 세심하게 배려하며 그 일을 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일한다는 것도.(187쪽)

 

특히 주말 아침 경찰로부터의 호출 전화를 비롯한 과중한 업무량과 감당하기 힘든 감정소진에 이어 그는 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역할을 해내야 했다. 그런데도 가정에 충실해지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적어도 나와 같은 중년 남성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첫 결혼의 배우자와 백년해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새로운 인생을 택하게 되었으니 그 또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보인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인가.

 

이런 생활에 어떻게 사랑을 끼워 넣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중략) 게다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한담? (중략) 어떻게 하면 자상함과 유머와 이런 애정표현이 결혼생활에 깃들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200쪽)

 

최근 2016년 그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중대 살인사건의 증인으로서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신도 모르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인류의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과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올곧은 신념으로 다시 일어선다.

 

사족으로 이 책의 원제는 Natural Causes 인데 웬만한 추리소설보다 더 흡입력이 있고 번역이 매끄럽다. 법의학이라는 궁금했지만 잘 모르던 세계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원서를 곁에 두고 병행 독서를 해 보고픈 욕구가 일어날 정도다. 또한 영유아돌연사(SIDS, Sudden Infant Death Syndrome), 병리학자(pathologist) 등 대중에게 알려진 비교적 친숙한 의학, 해부학 용어를 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법의관이 아니라 전문 작가가 저술했다고 하여도 믿을만한 수준급 문장력과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460쪽 분량을 흥미진진하게 단시간 내에 읽어나가는 재미를 만끽하시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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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