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마음사전
복효근 지음, 김해선 그림 / 지식프레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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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 안정된 직장에 해마다 두 차례씩 방학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직장인 친구들의 부러움 반 질시 반의 시선이 느껴지기를 십수 년. 직장인이라면 다 그렇듯 드러내놓고 말 못 할 저간의 사정은 다 있는 법이고 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슬프든 기쁘든 국어과 교사인 저자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동료 교원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제목이 사전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lexical meaning)를 부여하는건 아니다. 오랜 세월 학생, 학부모, 관리자들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선생님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이름을 붙이고 더는 잘 설명될 수 없는 해설을 곁들였다. 여기에 제시된 모든 정의는 교사라면 누구나 다 피해갈 수 없는 혹은 겪었음 직한 경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읽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릴 얄팍한 두께지만, 저자가 겪었던 기쁨과 슬픔이 곧 나의 경우라는 감정이입이 더해지고 때로 엷은 미소와 깊은 한숨이 겹쳐지면서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책장을 다 덮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건 우리 선생님들 모두의 고백이로구나’. 하여 마음에 와닿는 위로와 공감의 인용구 일부를 소개해 드린다.

 

사랑은 삶의 목적이며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하면 불행하지 않다.(33쪽 사랑)

 

아이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는 일이야말로 아이들과의 소통의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39쪽 소통)

 

턱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교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순간에 아이들의 행동이 변하기를 바라면 실망도 크고 부작용도 크다.(72쪽 기다림)

 

올챙잇적 생각하면서 먼저 다가와 얘기 나누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관리자가 먼저 하면 안 되나? 부장교사 몇과 의논하고 평교사들은 내막도 모르게 일을 만들어가는 관리자도 있다. 학교 업무 전반에 걸쳐 전횡을 일삼는 관리자가 아직도 없지 않다.(113쪽 불통)

 

누구나 그럴 수 있겠지만, 우아한 백조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모습만 보고 감탄하는 오해는 하지 않아야겠다. 사실은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갈퀴로 발버둥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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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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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어져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과연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는지 되묻는 나날 또한 많아졌지만,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나만 그런 걸까? 사고능력과 철학지식이 고등학생 수준에서 멈춘 이후 나이만 먹어가다가, 처음으로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다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최근에야 마주하였음을 고백한다

 

각설하고, 유럽 철학의 효시이자 근간인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고, 특히 기존의 이해하기 어렵고 따분한 철학용어가 아닌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나와 세간의 시선을 받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기원전 399, 나라와 아테네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잡신을 섬긴다는 불경죄 및 청년들을 부패시켰다는 죄목으로 고발된 재판에서 그가 행한 자기 변론의 기록으로, 1차 변론 이후 배심원들이 유죄를 평결하자 당시 아테네 재판 절차에 따라 원고가 사형을 제안하였고, 2차와 3차에 걸쳐 사형에 대해 자신을 최후 변론함.

 

크리톤 아테네의 중요 종교행사로 미루어졌던 사형집행일을 코앞에 둔 소크라테스가 친구인 크리톤으로부터 탈옥을 권유받았으나, 자신은 이성에 따라 정의로운 삶을 살았고 아테네에 살면서 아테네의 법을 따르기로 합의하였으며 범법자로 남고 싶지 않으니 탈옥은 아니아니 아니되오 불가함을 밝힘.

 

파이돈 아테네 감옥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지켜본 친구로서 아침 일찍부터 감옥으로 몰려와 해가 진 후 독약을 마실 때까지 영혼불멸의 주제를 놓고 대화한 내용. 참된 지혜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육체의 모든 감각의 방해를 단절하고 오직 순수한 사유와 변증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에 도달하는 것임을 밝힘. 이는 당시 상대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현실 경험 세계에서의 실용적 지식을 추구하던 소피스트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향연 기원전 416년 비극작가 아가톤이 아테네 비극 경연에서 우승을 기념한 연회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 에로스를 예찬한 이야기. 여기서 에로스는 경애, 친애보다 더 강렬한 성애를 가리키며, 열렬한 감정과 욕망을 포함하여 대상을 향유하고자 하는 죽음보다 더 강한 욕망을 의미함.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는 점이 본서의 큰 장점으로, 대화제 자체는 마치 독자가 치열한 대화속에 노출되는 현장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원문이 고전인 관계로 아테네인들이여’, ‘~하네, ~하지 않겠나?’처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투어구는 독자에 따라 독서의 피로도 증가요인 일수도 있겠다. , 나는 이런 옛날 대화체를 낯설어 하는구나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서술적 내용과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방식도 좋지만, 철학자에게 주류에서 벗어난 언행을 빌미로 어떻게 사형을 요구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어떤 구조의 사회였을까. 당시의 사회상은 이렇게 묘사된다.

 

- 기원전 427년 당시 아테네는 종교적으로는 대단히 보수적이었고, 거기에 정치적인 의도까지 더해져서, 아낙사고라스와 프로타고라스를 불경죄로 추방하였고, 소크라테스까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소피스트로 몰아 불경죄로 사형에 처한다. (322)

 

- 인간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다. (23)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라는 동양 고전의 말씀처럼, 소크라테스는 지금 우리가 상위인지라 부르는 학습태도를 철학의 기본으로 강조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겨우 30표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극적인 결과도 있다. 소수의 횡포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사형이 아닌 자연사였다면 철학의 역사가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 30표만 무죄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면 나는 무죄로 석방되었을 것입니다. (배심원이 500명이었다고 한다면, 찬성표는 280표였고, 반대표는 220표였다는 것이 된다. 찬성과 반대가 동수인 경우에는 무죄로 간주되어 석방되었기 때문이다.) (48)

 

- 여러분을 비판하는 자들을 사형에 처해서, 자기 삶이 올바르지 않다고 누군가가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비판을 모면하려는 시도는 가능하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고상하고 쉬운 길은 여러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55)

 

간접 민주주의의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권력에 의해 도리어 비민주적인 횡포의 연장 선상에서 억압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묻게 된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히 독배를 들고 기꺼이 죽음을 맞이한 그의 최후는 비장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아 보인다.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된 하나이며 철학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는 다음 인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무려 2천 년도 더 전에 그가 간파한 글을 보면 삶과 죽음에 연연하는 마음이 조금은 초연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철학의 힘이겠지?

 

- 어떤 사람이 자기가 죽게 된 일에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사람은 재물을 사랑하는 자이거나, 명예를 사랑하는 자이거나, 그 둘을 모두 사랑하는 거겠지. (110)

 

- 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몸에 속한 그 어떤 것도 동반하지 않은 채로 홀로 순수한 상태로 있게 된다는 것이네. 영혼은 이승에서 살아갈 때에 몸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피해서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늘 죽음을 연구하고 죽는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 철학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기꺼이 편안하게 죽는 것을 연구하는 일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지. 철학을 한다는 일이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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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진화, 신의 출현 - 초기 인류와 종교의 기원
E. 풀러 토리 지음, 유나영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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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영적 존재임을 부정할수는 없지만 신의 피조물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리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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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23천구의 시체를 부검하며 사인을 규명하느라 망자들이 몸으로 남겨놓은 이야기를 들어온 이 60대 법의관의 인생 이야기는, 긴장감이 일렁이고 다음 장면이 예측되지 않는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같다.

 

저자는 13세 때 당대 유명한 법의관의 저서 심슨 법의학 ‘Simpson’s Forensic Medicine’(3)을 처음 접한 후 죽긴 했지만 자기 환자가 있는 법의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이후 의과대를 거쳐 의사로서 경력을 쌓아 유명 법의관이 되고 학계와 의료계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그의 정신적 스승인 심슨 법의학 12판을 집필하기에 이른다.

 

법의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망자의 사인을 어떻게 증언하는가에 따라 법정 싸움의 결과도 첨예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법정 상대방, 언론과 검찰 심지어는 협업관계인 경찰로부터도 거의 언제나 낭떠러지 같은 감정의 극한상황에 몰리기 일쑤였다. 대개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에게는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때에 따라 장시간 대량의 시체를 부검하여 사인을 밝혀야 하는 그에게는 오히려 무덤덤한 감정능력 자체가 직업적 전문성을 보장해 준 셈이다. 때로 그는 법정에서 사인을 증언할 때마다 법의학적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보다는 배심원 또는 판사의 판결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상황에 엮일 경우를 더 염려해야 했다.

 

나는 내가 진실을 찾는 사람이 되기 위해 법의관이 됐음을 상기했다. 그 말은 진실을 왜곡하라는 압력을 받을 때마다 진실의 편에 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중략) 진실의 유연성에 대한 힌트는 이미 있었다. 예를 들면 법정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명명백백한 도덕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여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120)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고민과 갈등 역시 다음과 같이 잘 드러난다.

 

부검을 할 때 나는 문명사회가 기대하는 최고의 예우를 갖출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까지 담아 신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작업한다. 나는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려 이 일을 하는데도 수상하고 잔인한 백정으로 오해받는 게 너무나 괴롭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가족의 죽음에 대해 직접 나의 설명을 듣거나 법정에서 나의 증언을 듣는 사람들이 내가 세심하게 배려하며 그 일을 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일한다는 것도.(187)

 

특히 주말 아침 경찰로부터의 호출 전화를 비롯한 과중한 업무량과 감당하기 힘든 감정소진에 이어 그는 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역할을 해내야 했다. 그런데도 가정에 충실해지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적어도 나와 같은 중년 남성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첫 결혼의 배우자와 백년해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새로운 인생을 택하게 되었으니 그 또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보인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인가.

 

이런 생활에 어떻게 사랑을 끼워 넣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중략) 게다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한담? (중략) 어떻게 하면 자상함과 유머와 이런 애정표현이 결혼생활에 깃들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200)

 

최근 2016년 그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중대 살인사건의 증인으로서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신도 모르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인류의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과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올곧은 신념으로 다시 일어선다.

 

사족으로 이 책의 원제는 Natural Causes 인데 웬만한 추리소설보다 더 흡입력이 있고 번역이 매끄럽다. 법의학이라는 궁금했지만 잘 모르던 세계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원서를 곁에 두고 병행 독서를 해 보고픈 욕구가 일어날 정도다. 또한 영유아돌연사(SIDS, Sudden Infant Death Syndrome), 병리학자(pathologist) 등 대중에게 알려진 비교적 친숙한 의학, 해부학 용어를 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법의관이 아니라 전문 작가가 저술했다고 하여도 믿을만한 수준급 문장력과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460쪽 분량을 흥미진진하게 단시간 내에 읽어나가는 재미를 만끽하시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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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디즈니 웨이 - 전 세계를 사로잡은 콘텐츠 기업의 모든 것
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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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마우스에서 시작해 '어벤져스'를 만든 마블, '토이 스토리'의 픽사, '스타워즈'의 루카스필름에 이어 엑스맨과 아바타를 제작한 21세기폭스까지 흡수하며 오랜 시간 세계 1위 콘텐츠 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디즈니. 시시각각 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이들은 어떻게 오랫동안 독보적으로 선두를 달릴 수 있었을까?

 

겨울왕국, 알라딘 등의 영화 제작사로 기억하기 쉽지만 사실 알고보면 세계 1위 콘텐츠 공룡인 디즈니. 이들이 창출해내는 힘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영화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디즈니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고 방대한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그야말로 콘텐츠계의 어벤져스라고 할 수 있겠다.

 

디즈니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들은 이를 알아내고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부터 디즈니랜드 현장까지 구석구석 누비며 디즈니의 마법 같은 고객 중심 문화를 샅샅이 파헤쳐준다.

 

디즈니 기업경영의 핵심은 고객에게 최고의 것만을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사내에서 스쿠터 타기 시합을 벌일 만큼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축제를 위해 장식 정원에 사용할 캐릭터 형상을 플라스틱 인공물이 아닌 진짜 나무를 십 년 동안 기르며, 아버지 세대에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라도 아들 세대에도 이어주기 위해 시대에 맞추어 재개봉하는 등 무엇이든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한다.

 

일단 디즈니를 찾은 고객이라면 재방문율이 70%를 넘게 되는, 꿈과 희망의 나라에서 전 세계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미디어 제국이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한 성과가 아니다. 왜냐하면 디즈니에 가면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고 디즈니 캐릭터를 보았을 때 언제고 떠오르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경험을 만들어낸다. 또한, 우리의 뇌리에 영원히 각인될 수 있는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디즈니를 방문한 고객들이 매년 다시 방문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러한 스토리이다! (37)

 

디즈니 기업경영의 또 다른 핵심은 별도의 회사 규범이나 행동지침이 없어도 서로 협업하여 성과를 이루는 팀워크와 창의성 불러일으키기에 있다. 회사 인적 구성상 평사원과 임원진의 구별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직급의 차이를 극복하여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데에는 정보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데 어찌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겠는가.

 

종업원들은 경영진의 오만함을 싫어하며 자신들도 기획과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쌍방향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중략) 직원들이 회사의 계획을 받아들이길 원한다면 경영진은 그 계획이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직원들이 전반적인 계획을 제대로 모른다면 구체적인 목표를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 (42~43)

또한 외딴 고시마 섬 원숭이에게 고구마를 주어 씻어먹는 행동변화가 있게 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교훈을 얻는다.

전체가 변화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늙은 수컷이 변화의 흐름에 가장 저항적이다.

변화로 얻는 실질적 혜택이 있어야 한다. 고구마뿐 아니라 쌀도 씻어먹게 된다.

경영진은 바람직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최고경영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48)

 

흔히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왜 주인의식이 없는가 한탄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직원들은 주인이 아니므로 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요구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디즈니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회사의 비전이나 꿈과 전략을 쇼에 참여하는 직원의 역할과 연결하고 둘째, 회사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데 직원들도 참여시키라는 것이다.(71)

 

여러분의 가치를 종이에 적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그저 말에 불과합니다. 말은 행위로 옮겨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행위는 신념을 가지고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76)

 

자율 경영이 성공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우리 기업들은 얼마나 되려나. 브라질 최고의 기업 셈코의 CEO 리카르도의 말처럼, 경영자들은 수백 년 동안 직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 왔습니다. 직원과 경영진에 의해 공동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오직 사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직원들이 스스로 운영하게 해야 합니다.(141)

 

마지막으로 일본의 유명 경영인 요코타 히데키의 말처럼 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직원의 행복에 두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현직 경영인들뿐만 아니라 장차 경영인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그 어려운 경영학 개론보다는 먼저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모든 것이 생쥐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월트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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