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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는 한 번만 실행해도 거듭할 필요가 없는 뇌의 자동화 기능 덕분에 아침 식사를 차려 먹거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과정을 일일이 계획하거나 되새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상상만 했거나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잘 대처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 과거를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미국 브라운 대학의 인지학, 언어학, 심리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바드레는 우리의 뇌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일련의 행동을 실행하며 특정 자극에 산만해지도록 설정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장기적이고 원대한 목표에서부터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것과 같은 가장 간단한 허드렛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일을 해낸다. 때때로 우리 마음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일도 곧잘 해낸다.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이나 인공 지능도 아직 이런 능력에 근접하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해내느냐’는 것이고, 이 책은 우리의 뇌가 뭔가를 해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렇게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의 중심에는 신경과학자들이 ‘인지조절’ 또는 ‘실행기능’이라고 부르는 기능이 있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지식을 행동으로 연결하며 목표에 부합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신경과학과 심리학은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에 옮길 욕구를 느끼거나 직접 실행하는데 필요한 규칙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강조해왔다. 우리의 뇌는 지식을 받아들이면 그것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계획을 세우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원하는 바를 조절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고픈 일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하는 청사진을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인지조절의 기능이며 우리가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인간은 다른 어떤 종보다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 민첩한 인식의 재능은 또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약간의 비용과 한계를 동반한다. 예컨대 우리가 멀티태스킹에서 겪는 어려움, 정신적 노력이 요구될 때 겪는 피로감, 우리가 저지르는 일상적인 실수와 오류, 아동기에서 성년기로 독립성을 향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보내는 시간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이 독특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의사 결정, 기억, 생산성, 아동 발달, 노화, '뇌 훈련'의 이점, 정신건강의 도전 등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뇌와 인지에 대해 대체로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주로 ‘인지조절’이라는 렌즈를 통해 위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인지 기능의 이런 낯선 측면을 탐색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상상한 것을 통해 뇌가 어떻게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지를 살펴본다. 인지조절과 뇌의 메커니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즉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충동을 억누르고, 디지털 세계를 항해하고, 심지어 기억하는 우리의 모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조절은 우리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이가 들면서 그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모두를 결정한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인지 제어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를 과학의 관점에서 제공한다. 인간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어떻게 이토록 기발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마음과 뇌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왔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 인류가 대응해온 것처럼, 인류를 제외한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갑작스레 전개된 상황에 일사불란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지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Zoom이나 구글 온라인 클래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온라인으로 음식을 찾고,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의 삶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집을 나설 때마다 마스크를 지참하는 등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추가되었다. 일상생활이 급격하게 바뀌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적응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행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 학습이나 수천 년의 진화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인지조절 능력 덕택에 거의 순식간에 해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능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왜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를 묻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들었을까? 재택 근무하는 부모와 재택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한 집에 머무는 동안, 그저 한 식구가 한 집에 함께 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정작 완화에 도움 되는 행동을 점점 덜 준수하는 ‘팬데믹 피로’를 흔히 볼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코로나와 같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지 제어의 신경과학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질문들을 연구하며, 자신의 과학적 경력을 바탕으로 비전문가 독자들에게 이 주제를 소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목표를 지녔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왜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여전히 과학적으로 답을 얻지 못하는 수수께끼라고 여길 것이다. 우리의 지식과 목표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조차도 그것을 실행하는 현실과 연결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지조절이 뇌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예를 들어 폴 에슬링거와 안토니오 다마시오에 의해 문헌에 보고된 EVR 이라 칭한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는 뇌종양으로 인지조절 기능에 필수적인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제거당했으나 수술 후의 임상 평가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그의 인지력 검사 결과 뇌 손상으로 인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의 병원 밖 생활은 매우 달랐다. 수술받기 전 그는 활동적이며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잘나가는 회계사였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면서 직장과 삶의 기반을 잃었다. 그가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목표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말할 수 있었지만, 조직적이거나 의미 있는 방법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우리는 EVR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바를 떠올리거나 간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의 지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지조절의 역설을 볼 수 있다. 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우리의 행동을 제때 그리고 무한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실행 여부를 추적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EVR과 같이 인지조절 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흥미 또한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처음부터 독파하기 부담스럽다면 곧장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장으로 건너뛰어도 좋다. 일례로 멀티태스킹을 다룬 5장은 바쁜 디지털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흥미로운 소재이다. 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그렇게도 못하고 어려워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니는 멀티태스킹의 의미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지조절은 우리 삶의 중심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뇌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생소한 인지 기능이 널리 이해되기를 바라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이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인지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지식을 활용할 만하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통제 안에 있고, 우리의 삶과 환경을 구조화하여 인지조절 체계를 작동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우리는 뇌과학을 과거보다 더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특정 주제와 마주쳤을 때 그 본질을 들여다볼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복잡한 과학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룬 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과학적인 생활 방식을 지향하게 된다. 결국, 과학은 우리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옥에 티가 있다면 저자의 박식함을 보여주는 전문적인 학술용어와 세밀한 서술이 심리학, 인지과학, 또는 관련 분야의 기초 지식이 불충분한 독자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뇌의 특정 구조를 배우는 데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뇌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대단히 환영할만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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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