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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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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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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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만 실행해도 거듭할 필요가 없는 뇌의 자동화 기능 덕분에 아침 식사를 차려 먹거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과정을 일일이 계획하거나 되새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상상만 했거나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잘 대처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 과거를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미국 브라운 대학의 인지학, 언어학, 심리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바드레는 우리의 뇌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일련의 행동을 실행하며 특정 자극에 산만해지도록 설정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장기적이고 원대한 목표에서부터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것과 같은 가장 간단한 허드렛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일을 해낸다. 때때로 우리 마음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일도 곧잘 해낸다.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이나 인공 지능도 아직 이런 능력에 근접하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해내느냐는 것이고, 이 책은 우리의 뇌가 뭔가를 해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렇게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의 중심에는 신경과학자들이 인지조절또는 실행기능이라고 부르는 기능이 있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지식을 행동으로 연결하며 목표에 부합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신경과학과 심리학은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에 옮길 욕구를 느끼거나 직접 실행하는데 필요한 규칙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강조해왔다. 우리의 뇌는 지식을 받아들이면 그것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계획을 세우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원하는 바를 조절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고픈 일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하는 청사진을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인지조절의 기능이며 우리가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인간은 다른 어떤 종보다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 민첩한 인식의 재능은 또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약간의 비용과 한계를 동반한다. 예컨대 우리가 멀티태스킹에서 겪는 어려움, 정신적 노력이 요구될 때 겪는 피로감, 우리가 저지르는 일상적인 실수와 오류, 아동기에서 성년기로 독립성을 향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보내는 시간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이 독특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의사 결정, 기억, 생산성, 아동 발달, 노화, '뇌 훈련'의 이점, 정신건강의 도전 등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뇌와 인지에 대해 대체로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주로 인지조절이라는 렌즈를 통해 위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인지 기능의 이런 낯선 측면을 탐색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상상한 것을 통해 뇌가 어떻게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지를 살펴본다. 인지조절과 뇌의 메커니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즉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충동을 억누르고, 디지털 세계를 항해하고, 심지어 기억하는 우리의 모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조절은 우리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이가 들면서 그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모두를 결정한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인지 제어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를 과학의 관점에서 제공한다. 인간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어떻게 이토록 기발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마음과 뇌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왔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 인류가 대응해온 것처럼, 인류를 제외한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갑작스레 전개된 상황에 일사불란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지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Zoom이나 구글 온라인 클래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온라인으로 음식을 찾고,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의 삶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집을 나설 때마다 마스크를 지참하는 등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추가되었다. 일상생활이 급격하게 바뀌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적응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행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 학습이나 수천 년의 진화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인지조절 능력 덕택에 거의 순식간에 해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능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왜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를 묻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들었을까? 재택 근무하는 부모와 재택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한 집에 머무는 동안, 그저 한 식구가 한 집에 함께 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정작 완화에 도움 되는 행동을 점점 덜 준수하는 팬데믹 피로를 흔히 볼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코로나와 같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지 제어의 신경과학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질문들을 연구하며, 자신의 과학적 경력을 바탕으로 비전문가 독자들에게 이 주제를 소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목표를 지녔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왜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여전히 과학적으로 답을 얻지 못하는 수수께끼라고 여길 것이다. 우리의 지식과 목표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조차도 그것을 실행하는 현실과 연결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지조절이 뇌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예를 들어 폴 에슬링거와 안토니오 다마시오에 의해 문헌에 보고된 EVR 이라 칭한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는 뇌종양으로 인지조절 기능에 필수적인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제거당했으나 수술 후의 임상 평가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그의 인지력 검사 결과 뇌 손상으로 인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의 병원 밖 생활은 매우 달랐다. 수술받기 전 그는 활동적이며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잘나가는 회계사였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면서 직장과 삶의 기반을 잃었다. 그가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목표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말할 수 있었지만, 조직적이거나 의미 있는 방법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우리는 EVR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바를 떠올리거나 간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의 지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지조절의 역설을 볼 수 있다. 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우리의 행동을 제때 그리고 무한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실행 여부를 추적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EVR과 같이 인지조절 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흥미 또한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처음부터 독파하기 부담스럽다면 곧장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장으로 건너뛰어도 좋다. 일례로 멀티태스킹을 다룬 5장은 바쁜 디지털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흥미로운 소재이다. 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그렇게도 못하고 어려워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니는 멀티태스킹의 의미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지조절은 우리 삶의 중심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뇌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생소한 인지 기능이 널리 이해되기를 바라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이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인지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지식을 활용할 만하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통제 안에 있고, 우리의 삶과 환경을 구조화하여 인지조절 체계를 작동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우리는 뇌과학을 과거보다 더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특정 주제와 마주쳤을 때 그 본질을 들여다볼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복잡한 과학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룬 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과학적인 생활 방식을 지향하게 된다. 결국, 과학은 우리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옥에 티가 있다면 저자의 박식함을 보여주는 전문적인 학술용어와 세밀한 서술이 심리학, 인지과학, 또는 관련 분야의 기초 지식이 불충분한 독자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뇌의 특정 구조를 배우는 데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뇌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대단히 환영할만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뇌과학 #생각은어떻게행동이되는가 #인지조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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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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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작심삼일의 과학적 원리를 최신 뇌과학 인지조절 이론으로 풀어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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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종말 - 팽창과 장벽의 신화,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렉 그랜딘 지음, 유혜인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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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는 샌프란시스코 청중에게 미국은 초창기부터 여타 나라들과는 항상 달랐으며 특별한 국가임을 강조하였다. 이미 오래전 개척지에서 출발하여 서해안에 도달한 개척자들의 후예로서 그는 아마도 남다른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앞서 서부 개척의 논제를 최초로 명료하게 밝힌 사람은 위스콘신 대학의 역사학자 프레더릭 잭슨 터너였다. 1893년, 그는 지친 청중들에게 미국 역사상 국경의 중요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으나 질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깨어났다. 터너는 미국이 지리적 행운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표면적으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 보이던 서구는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좁은 공간에 갇힐 때마다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주곤 했다. 국경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 동시에 가난, 불평등, 극단주의를 포함한 다른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희석해주었다. 내부의 정치적 문제를 외교적 돌파구로 해결하는 구대륙의 제국주의적 행태가 신대륙에서도 여전히 반복된 것이다. 터너는 국경이야말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젊은 활력을 되찾아주는 마법의 샘이라고 선언했다.

 

 

저자는 당시의 이런 배경을 더 깊고 풍부하게 묘사해준다. 터너는 국경을 초원의 잡초처럼 땅에서 개인주의가 싹트는 곳으로 묘사했지만, 저자는 이와 반대로 국가가 국경보다 한발 앞서 있던 현실을 지적한다. 정착민들이 개척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땅을 확보한 후 측량하여 도로를 건설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군대는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피를 뿌리며 미국 원주민과 멕시코인들을 삶의 터전에서 제거해 나갔다. 미국은 단연코 비길 데 없는 자유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였다. 국경 신화의 최고 매력은 ‘여기, 지금’의 골칫거리를 국경 너머로 옮길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국경 너머로 팽창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고, 모두가 승자가 되어 지구의 부를 공유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가 약속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국경은 신기루였으며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흔한 미국인들의 자긍심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역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애써왔다. 북미 대륙 도처에 피를 뿌리며 그들이 질주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상상했다. 두려움 없이 더 대담하고 자유로운 미래로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선조들이 자초한 궁지에 몰렸다. 국경확장과 남북전쟁의 양상이 전 세계로 넓어졌을 뿐 미국은 여전히 똑같은 전쟁을 치르고, 똑같은 학살을 반복하며, 수많은 전쟁 과부들이 똑같은 눈물을 흘려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도 귀신에 홀린 듯 총기 판매와 소지를 합법화하고 아이들의 손에 총을 들려주며 기뻐하고 있다. 점점 규모와 빈도가 커지는 학교 총격사건, 끝없는 해외 파병과 전쟁,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와 대규모 노숙자 캠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 시스템과 가장 많은 재소자 등, 점점 더 번잡해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를 분리하는 상상 속의 선에 집착하였다. 그는 정치적 경계를 실제 물리적 장벽으로 바꾸고 싶었으며 실제로 의회가 그의 장벽에 자금을 대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연방정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의 ‘아름다운 벽’은 국가의 다른 모든 기능보다 그와 그를 숭배하는 제삼자들에게 더 큰 의미를 지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도록 미국 언론은 여전히 트럼프 주의를 부추기는 맹목적인 분노로 혼란스러웠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신화는 다름 아닌 국경 그 자체다. 모든 나라가 국경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국경은 항상 변화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미국 역사에서 국경은 계속 확장되는 경계였다. 처음에는 앨러게니 산맥 서쪽의 내륙을 가리켰고, 그 다음에는 미시시피강 서쪽, 그다음에는 로키산맥 서쪽을 가리켰다. 지리적 개념의 국경이 추상적으로 바뀌어 끝없는 경제 성장을 의미하면서, 국경은 본토를 벗어난 미국 은행과 항공모함, 미군 군사기지 등 끊임없이 확장되는 전초기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자는 국경이 집단 학살과 폭력이 자행되던 지역이었음을 분명히 지적한다. 초기 정착민들에게 미국은 실제 거주지만큼이나 정신적인 열망의 대상이었다. 이 땅의 명백한 경계는 그들에게 부활과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마침내 그들은 동쪽 끝 매사추세츠만 식민지에서 서쪽 끝의 태평양 연안에 도달하였다. 훗날 ‘건국의 아버지’로 신화가 된 이들에게 정복, 즉 ‘백인 정착민들이 원하는 땅을 점령할 수 있는 권리’는 처음부터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미국적인 의미에서 자유란 국경 너머 무한한 땅을 차지할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쯤에서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서부 개척시대 영화 ‘Far and Away’가 떠오른다. 1889년 당시 미국 정부는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한 땅을 주민들에게 개방, 미리 나눠놓은 구획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에게 집을 짓고 살 권리를 주었는데 이 제도는 일명 ‘랜드 러쉬(land rush) 또는 랜드 런(land run)’이라 불린다. 본래 그 땅은 토지 소유의 개념이 없었던 인디언들의 삶터였으며 학살과 폭력으로 원주민을 강제이주시켜 비워낸 곳이었다.

 

 

영리하게도 미국 정부는 계급 갈등을 국경 밖으로 분산시키고 계급의 분노를 인종에 투영시킴으로써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부유층과 무산계급 사이의 사회적 모순, 즉 인간이 소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국경 너머 서쪽으로 밀어냄으로써 해소할 수 있었다. 신생 국가의 인구가 늘거나 사회적 갈등이 긴장하기 시작할 때면 언제든 서쪽으로 구역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48년, 유럽의 노동자들이 시민혁명을 겪는 동안에도 미국은 국가적 내홍을 겪는 대신 멕시코 영토의 절반을 합병할 수 있었다. 멕시코인들은 미국의 잔혹함에 익숙해졌으며 지속적이고 끝없는 팽창과 그에 따라 정부를 조직하는 능력에 익숙해진 나라가 자신들을 흡수했다고 기록한다. 이후 테디 루스벨트나 우드로 윌슨 같은 진보 정치인들은 제국에 적합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 국경은 폐쇄되지 않았지만, 대양을 가로질러 바깥으로 이동했다. 이 시기 미국 국내에서는 무관심한 인종 테러가 빈번했는데, 남부 국경을 따라 퍼져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멕시코계 미국인들에 대한 린치 사건이 해외에서의 비일상적이고 말살적인 폭력과 일치했다. 쿠바, 아이티, 필리핀, 도미니카 공화국, 니카라과의 미국 점령지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대다수 백인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불협화음의 어떠한 원인도 될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터너의 변형 마법이 통하지 않는 곳, 즉 인종차별과 잔인성의 보고가 되었다. 최초의 실제 울타리는 1945년 일본계 미국인들을 위한 전시 수용소에서 용도 변경된 기둥과 철조망으로 세워졌다. 1990년대에 세워진 국경장벽의 연장은 베트남군이 폐기한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건설되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폭력은 계속해서 소용돌이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언제나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물리적으로 국경을 팽창시킬 수 없게 된 오늘날의 미국에게 한국과 독일, 일본 등지의 해외 파병기지, 핵 잠수함과 항공모함, 미국 자본의 첨병인 은행과 금융기관, 심지어 미국산 프랜차이즈 지점 등은 새로운 국경의 개념이 되고 있다.

 

 

무한 확장의 자유와 이상향의 대상이던 국경은 마침내 폐쇄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늘날 무기 제조사들과 전쟁광(chicken hawk)처럼 가장 착각에 빠진 사람들만이 끝없이 확대되는 미군의 모험주의를 열망한다. 경제학자나 억만장자가 아닌 이상 국가의 무한성장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도 더는 자기 소모적이며 극단주의적인 세계관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책이며, 선견지명이 뚜렷하고, 꼼꼼하며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다. 저자의 글은 굳이 알아둘 필요가 있을까 싶은 각 시대의 세밀한 세부 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풍부한 학식과 문체의 우아함을 함께 드러낸다. 그는 당대 우익 세력의 숨겨진 조상이 했던 말과 행동을 밝혀내는데 탁월하며, 오랫동안 미국을 괴롭혀온 이상한 질병에 대해 설득력 있는 원인을 제시한다. 그는 오로지 신화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뿐이며 많은 미국인이 아픈지도 모르고 지내왔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파헤치고 있다. 신화의 종말에 당도하여 더는 갈등을 저 국경 너머로 몰아낼 수 없게 된 미국이 과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출 것인지 궁금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국제정세 #정치외교 #신화의종말 #미국국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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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힐링의 시간 - 탈무드가 일러주는
주원규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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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현직 소설가이자 개신교 목회자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기존 다수의 저서로 보건대 그저 필력만 남다른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의 내용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도입부는 탈무드에서 인용한 짤막한 일화를 소개하고, 그 속에서 곱씹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저자의 언어로 차분히 풀어 전개한 다음, 간결하지만 의미 있는 교훈으로 압축하여 마무리한다. 그는 많은 일화를 통해 탈무드가 섬뜩할 만큼 분명하게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순을 꼬집는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양면성을 일깨워준다. 복잡한 인간의 마음과 치유법을 다룬 1부와 예기치 못한 삶의 변수와 힐링을 말하는 2부로 나뉘어 구성되었으며,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는 정갈하고 깔끔하여 책 전체의 느낌을 잘 전해 준다.

 

일단 나를 긍정하자. 나를 사랑하자

내 안의 수많은 감정의 결함도 인정하자

마지막으로 그 결함 많은 감정을

서로 만나게 해주자. 내 마음 안에서. (108)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늘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더욱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산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의 위엄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른 것인가.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경험으로 보건대 시원한 답변을 얻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질문이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저마다 지혜를 갈구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지혜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으레 탈무드를 떠올린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천 년을 내려온 진리와 지혜를 담고 있다는 탈무드는 세계를 주름잡는 유대인의 성공비결을 담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로 랍비의 목소리를 통해 일화에 담긴 교훈을 얻는데, 읽는다기보다는 배우기 위한 의미가 더 큰 경전이다. 탈무드는 유대인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고안한 그들만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얻는 고전이 되었고, 온갖 다양한 일화를 통해 타인과 나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 인생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일방적으로 나쁜 감정, 나쁜 상황이란 건 없다무엇이든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첫걸음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각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159)

 



한편으로 그토록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삶의 지혜를 간구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오늘날 중동지역의 큰 형 노릇을 하는 현실을 보면 그들의 운명도 참 얄궂은 것 같다. 나라 없는 민족으로 세계를 떠돌다가 팔레스타인 일부 지역에서 얹혀사는 은혜를 입었던 그들이 지금은 오히려 미국을 등에 업고 주위의 이슬람 국가들을 핍박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지혜의 힘이었나 묻게 된다. 탈무드는 신의 지혜를 통해 종교적 신비에 몰입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음이 분명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세상을 이해하는 이치를 깨닫는 데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탈무드의 교육 효과 덕분인지 그들은 힘없는 평화는 허상이며 평화를 지켜낼 힘이 있을 때라야 지혜도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오랜 세월 터득해 온 것 같다. 가끔 현시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더러 있으나,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혜를 알아서 받아들일 정도의 지혜를 발휘하면 되겠다. 결과적으로 어떤 내용의 일화이든 간에, 저자의 원숙한 생각과 제시되는 교훈을 통해 성숙한 깨달음을 얻어 나를 지키는 감정을 훈련하고,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면의 평화를 이루어 나의 삶을 충실히 이끌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명제로 죽음을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아직 죽지 않았기에 숨 쉬고 생각하고 말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거라고. 그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211)

 

 

#에세이 #치유와힐링의시간 #탈무드 #감정훈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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