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힐링의 시간 - 탈무드가 일러주는
주원규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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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현직 소설가이자 개신교 목회자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기존 다수의 저서로 보건대 그저 필력만 남다른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의 내용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도입부는 탈무드에서 인용한 짤막한 일화를 소개하고, 그 속에서 곱씹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저자의 언어로 차분히 풀어 전개한 다음, 간결하지만 의미 있는 교훈으로 압축하여 마무리한다. 그는 많은 일화를 통해 탈무드가 섬뜩할 만큼 분명하게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순을 꼬집는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양면성을 일깨워준다. 복잡한 인간의 마음과 치유법을 다룬 1부와 예기치 못한 삶의 변수와 힐링을 말하는 2부로 나뉘어 구성되었으며,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는 정갈하고 깔끔하여 책 전체의 느낌을 잘 전해 준다.

 

일단 나를 긍정하자. 나를 사랑하자

내 안의 수많은 감정의 결함도 인정하자

마지막으로 그 결함 많은 감정을

서로 만나게 해주자. 내 마음 안에서. (108)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늘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더욱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산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의 위엄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른 것인가.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경험으로 보건대 시원한 답변을 얻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질문이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저마다 지혜를 갈구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지혜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으레 탈무드를 떠올린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천 년을 내려온 진리와 지혜를 담고 있다는 탈무드는 세계를 주름잡는 유대인의 성공비결을 담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로 랍비의 목소리를 통해 일화에 담긴 교훈을 얻는데, 읽는다기보다는 배우기 위한 의미가 더 큰 경전이다. 탈무드는 유대인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고안한 그들만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얻는 고전이 되었고, 온갖 다양한 일화를 통해 타인과 나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 인생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일방적으로 나쁜 감정, 나쁜 상황이란 건 없다무엇이든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첫걸음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각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159)

 



한편으로 그토록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삶의 지혜를 간구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오늘날 중동지역의 큰 형 노릇을 하는 현실을 보면 그들의 운명도 참 얄궂은 것 같다. 나라 없는 민족으로 세계를 떠돌다가 팔레스타인 일부 지역에서 얹혀사는 은혜를 입었던 그들이 지금은 오히려 미국을 등에 업고 주위의 이슬람 국가들을 핍박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지혜의 힘이었나 묻게 된다. 탈무드는 신의 지혜를 통해 종교적 신비에 몰입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음이 분명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세상을 이해하는 이치를 깨닫는 데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탈무드의 교육 효과 덕분인지 그들은 힘없는 평화는 허상이며 평화를 지켜낼 힘이 있을 때라야 지혜도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오랜 세월 터득해 온 것 같다. 가끔 현시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더러 있으나,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혜를 알아서 받아들일 정도의 지혜를 발휘하면 되겠다. 결과적으로 어떤 내용의 일화이든 간에, 저자의 원숙한 생각과 제시되는 교훈을 통해 성숙한 깨달음을 얻어 나를 지키는 감정을 훈련하고,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면의 평화를 이루어 나의 삶을 충실히 이끌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명제로 죽음을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아직 죽지 않았기에 숨 쉬고 생각하고 말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거라고. 그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211)

 

 

#에세이 #치유와힐링의시간 #탈무드 #감정훈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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