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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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인공지능 실험실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조작하기 위해 누군가가 실리콘 회로를 융합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뇌를 전기로 자극해 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 한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뇌의 뉴런이 생각, 감정,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의식은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질문은 아마도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일 것이다.

 

지금까지 뇌에 관한 지식이 많은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우리는 뇌가 우리에게 어떻게 일몰을 즐기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마음과 자유의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여전히 도발적인 질문이다. 만약 이 신비로운 과정들이 제대로 설명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이 두뇌 시스템을 연구하여 우리의 정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낸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뇌는 심장이나 위장처럼 인체의 여러 기관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언제 심장이 뛰고 언제 위에서 담즙이 분비되는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 예측되는 존재라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인가 아니면 기계인가?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마치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처럼 내 몸을 기계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아예 기계화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기술적 관점에서 이 질문의 해답에 접근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언젠가는 나의 기억, 의견, 심지어는 행동 방식조차도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을까?

 

우리 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된다. 신체를 구성하는 입자 대부분은 몇 달 간격을 두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또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고 있는 게 아닐까? (중략)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각각의 입자들은 다른 것으로 바뀌는지 몰라도 몸 전체의 조직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93)

이 책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를 묻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인간이 기계, 컴퓨터, 인공지능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를 과학적인 시각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는 기술의 진보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우리 시대에 연관된 매우 필요한 질문이다. 저자는 특히 의식이 있다는 것, 즉 단순히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을 인지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묻는다. 과연 우리가 기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과학자들이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고, 어떻게 창조적인 행위와 과정을 시작하며,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충분히 알아내서 기쁨과 절망을 구성하는 요인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인가? 우리의 뇌, 우리의 마음, 그리고 우리의 의식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리를 로봇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는 생물학과 신경과학, 인지과학과 철학 등을 한데 모은 다양한 예시와 함께 이들 질문에 대한 자신의 논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15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작가의 삶 속 한 장면이나 가상의 상황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논의되는 용어인 기계(1)와 의식(2)을 정의하며,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오랜 의문과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접근해왔는가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을 소개하고(3), 뇌가 어떻게 의식과 연결될 수 있는가를 논의한다(4~5). 또한, 의식이 기계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포함하며(6~9),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토론한 후(10~14), 마지막 15장에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몇 가지 이론의 일부를 결합한 자신만의 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공통으로 각 장의 끝부분에는 장면 속 사건이나 행동을 논의, 증명 또는 반증하기 위해 인용한 기존의 인지과학 이론서들을 소개한다. 또한, 각 장의 소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예컨대 이런 것이다. 1어느 과학자의 연구실에서는 기계를 정의하면서 우리가 기계인가를 묻지만, 2불가사의한 힘에서는 유의미한 주제의 전환 없이 바로 의식의 정의로 뛰어드는 식이다. 한편, 특이하게도 열다섯 개의 각 주제는 서로 연관성 없이 독립적으로 엉성하게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각기 다른 형태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바라볼 때 궁극적으로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춰지도록 치밀하게 의도된 퍼즐 구조임을 알게 된다. 이는 마치 컴퓨터의 5대 장치(CPU, 메인보드, VGA카드, RAM, 입출력기기)가 개별 부품 상태일 때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지만, 일단 조립되어 완전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컴퓨터가 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뇌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혼자서는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각각이 하나로 모이면 비로소 이해가 이루어진다. 뇌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한데 모여 올바르게 조직될 때야 의식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142)

 

이 책은 주로 의식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물리적인 각각의 부분이 상호작용하여 형성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라는 기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시작으로 인간이 기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탐구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이 질문과 동시에 답변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의식이라는 존재에 부딪히면서, 의식을 '언어, 이해, 경험, 관점, 상상, 사고, 자아, 의도, 자유의지, 감정의 힘'을 소유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주요 사상 학파, 즉 물질주의(유물론), 이원론, 이상주의를 소개한다. 유물론과 이원론에 대한 광범위한 개요를 제공하는 반면 이상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유물론은 의식이 물리적 현상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이고, 이원론은 물질계와 정신계 두 개의 세계가 별개로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이원론적인 개념 중 하나는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내부에 문자 그대로 '작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문쿨루스(homunculus)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신경회로가 의식의 출현을 초래한다는 물질주의자들의 믿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주로 이 부분에서 신경 과학을 소개하는데 뇌와 뉴런의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교양 수준의 개요로 간략히 짚고 넘어간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는 우리가 기계인지 아닌지에 관한 토론을 위시한 더 흥미로운 생각들을 말하면서, 딥블루(체스 프로그램), COG(인간 상호작용 학습로봇), ELIZA(가상심리치료사), ALICE(인공언어학적인터넷컴퓨터독립체) 등 인간을 본받으려 했던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처럼 고도로 복잡한 기계들이 의식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를 토론하는 동안, 이해의 개념이 발전한다. ‘이해는 한 아이디어를 다른 많은 아이디어와 연결하는 것이며 그 아이디어를 여러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마빈 민스키(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공지능 창시자 중 한 명)의 정의가 시사하듯,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의 개념뿐만 아니라 감정에 대한 이해이다.

 

컴퓨터의 처리 방식은 인간과 달리 철저히 알고리듬을 따르기 때문에 인간의 사고를 그대로 구현하기에 효과적이지 않다. (212)

 

과학과 철학에 관한 이 간결하고 명쾌한 생각으로의 초대서는 주요 철학자, 신경과학자, 기술자들의 눈을 통해 신비로운 의식을 탐구하며 독자들을 의식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동시에 전문용어와 지나친 단순화를 피하면서 뇌, 마음,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조명한다. 만약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세상을 점령하여 인간이 고난을 겪는 미래를 그린 영화를 보고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아마 이 책이 모범 답안으로 제격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과 두뇌의 상호작용과 인공지능의 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사고와 의식에 대한 몇 가지 철학적 수수께끼, 그리고 교양 수준일지언정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는 컴퓨터의 힘(또는 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독자들이 마음과 뇌의 관계를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해 숙고함으로써 자신만의 사고의 틀을 정립하고, 인간의 의식과 관련된 불가사의가 과연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보도록 하는 것이다. (247)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의식에 관한 모든 이론과 의식이 기계,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입문서이며, 지금까지의 의식에 대한 논쟁을 요약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자료이다. 또한, 이러한 이론과 더불어 의식의 이해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에 대한 함축적인 분석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자연과학 #인지과학 #의식구조 #뇌와마음의작동원리 #이것은인간입니까 #심심출판 #리뷰어스클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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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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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이해’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에 대한 함축적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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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건강법 - 내 삶의 30년을 결정하는
윤영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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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몸이 해야 할 일을 빼앗았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서구의 주요 사망 원인인 심장병, 중풍, 당뇨병, 우울증, 고혈압,

각종 암이 조상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도 없었다.

<본 투 런>(크리스토퍼 맥두걸)

 

우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으로 신체 활동 시간은 줄어든 반면 달고 기름진 배달 음식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확찐자역시 증가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운동 부족과 면역력 저하로 올 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게 호되게 당하는 바람에 작년에 마쳤어야 할 정기검진을 차일피일 미루던 중, 상반기 날짜를 넘기면 불이익당한다는 소리에 4월이나 되어서야 동네 검진센터에 예약을 잡았다.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을 굶고 갔는데 위암 검진을 위해 실시하는 생명 징후 vital sign 검사부터 제동이 걸렸다. 세 번이나 확인했는데도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위험하다며 검진을 보류당한 것이다. 의사가 두 주일간 혈압약을 먹어보고 나서 진행 여부를 판단하자며 기왕 왔으니 혈액과 소변 검사를 먼저 받고 가란다. 사흘 뒤 고혈압, 고지혈증, 과체중의 3관왕을 달성했다는 문자가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혈당은 정상치라는 점이었다.

 

건강의 위기보다도 더 위험한 것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자만과 위기를 알고도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충동이다. (33)

 

그동안 과신했던 건강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싶어 이후 한 달간 혈압약을 먹고 거의 매일 배드민턴 운동을 했더니 혈압이 정상치로 돌아왔다. 물론 검진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배드민턴을 즐긴 대가로 무릎 관절에 이상이 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매일 한의원을 찾아야 했다. 배드민턴은 하지 않는 게 좋은데 굳이 하려면 반드시 보호대를 착용하라는 것이었다. 아파서 병원비 내는 비용이나 건강할 때 운동장비 갖추는 비용이나 어차피 공짜는 없지 싶었기에 두말없이 보호대를 장만했다. 건강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이 책 저자의 말에 힘을 얻어 내 몸이라는 자산 관리에 더욱 힘쓰기로 다짐한다.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은 실천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면 운동 후 맑아진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갖게 하는 긍정적 결과를 얻는다. (51)

 

우리는 흔히 건강이라는 단어를 몸의 아픈 곳이 없고(신체적) 고민거리가 없는 상태(정신적)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사회적), 남을 돕는 봉사활동과 종교활동(영적) 그리고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약물 복용(기타)을 건강의 습관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건강 개념은 아직 신체적 건강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외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만성질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건강이 취약하므로 금연과 약물 복용, 정기검진 등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질병은 있지만, 그럭저럭 버티며 건강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건강을 회복하는 사람에게는 그 이유와 건강을 회복한 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143)

 

저자는 위의 네 가지 건강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메타 건강, 즉 인간의 건강이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넘어 정신적, 영적 건강으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전인적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에 어울리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키는 요령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고통과 질병이 없는 맹목적인 건강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건강이 가족과 주위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의 결과를 염두에 둘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건강의 비결은 기존의 나쁜 습관들을 버리고 새로운 건강 패러다임에 맞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중략)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위기에 빠진 건강이 다시 좋아지는 선물은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178)

 

인간은 어차피 혼자이고 내가 혼자 일어설 수 있어야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나의 건강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때에만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도움 역시 가능하고 유의미하다는 지적은 매우 사실적이며 신선하다. 저자는 상당히 신빙성 높은 다수의 근거 자료와 더불어 학술적인 접근법으로 건강 관리 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친절하고 자상한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듯, 그의 설명은 친근한 구어체로 이루어져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 결국, 저자는 독자가 한 사람의 경영인으로서 기업을 운영해 나가듯, 자신의 건강 역시 경영하는 마음으로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건강한 자신으로 돌아오고, 미래의 건강을 위해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하고, 포기하지 않고 건강의 꿈을 이어갈 실천 방법을 모색하고, 건강 목표에 성공적으로 다다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 상세한 내용은 책을 곁에 두고 수시로 점검하는 방법이 좋겠다. 앞으로 살아갈 30년 삶의 질을 좌우할 습관, 이제 현명하게 선택할 시간이다.

 

#건강자산 #메디치 #윤영호 #명품건강법 #유병장수 #배소라편집장님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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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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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ain't nothing but a heartbeat away,

I'm living life, do or die, what can I say

I'm 23 now, but will I live to see 24

The way things are going, I don't know

 

죽는 건 아무것도 아냐 바로 곁에 있을 뿐

죽든 살든 내 인생 사는 거야, 무슨 말이 필요해

이제 스물셋인데 살아 스물넷을 볼 수 있을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잘 모르겠어.

 

< from Gangsta’s Paradise by Coolio >

 

1. 줄거리

저자 하킴 올리세이의 어릴 적 이름은 두 개였다.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는 수학과 과학에 타고난 재능을 지닌, 끊임없이 사물의 개수를 헤아리고 물건 분해하기를 좋아하며 종종 소심한 겁쟁이로 오해받는다. 또 다른 소년 릴 제임스는 망가진 가정과 떠돌이 생활을 비롯해 사촌들의 펀치력 측정용 샌드백 역할 등 수많은 고난에 직면하며, 이스트 뉴올리언스, 휴스턴의 서드 워드,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왓츠 거리에서 먹잇감을 노리며 배회하는 갱 단원들을 피해 숨어다니기 바쁘다.

 

지식에 목마른 하킴은 끊임없이 책을 찾아 탐독하며, 그의 어머니가 없는 돈을 털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 세트를 들여놓았을 때 뛸 듯이 기뻐한다. 그가 열 살 때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책은 다 외우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교수님이라 불렀다. 영특한 머리로 한 학기 동안 배울 교과서 내용을 하루 만에 다 읽어내니 학교 수업이 따분해져 선생님들께 딴지 걸다 쫓겨나기 일쑤였다. 6학년 당시 그는 학교 검사에서 IQ 162의 천재로 인정받았으나, 권총을 소지한 채 마리화나를 파는 용돈 벌이에 나선다. 결손가정에 불안정한 수입으로 생활 터전이 반복적으로 뽑혀 나가면서 그는 미국 전역의 가장 힘든 도시 지역을 돌며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다.

 

미시시피주 시골에서의 청소년 시절, 그는 동물 사냥법을 배우고 가족 사업을 위해 마리화나를 재배-밀매-청소하는 일을 한다. 이 지역의 나이 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나이 불문하고 모든 백인 남녀를 아직도 마님선생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학교에서 소문난 문제아였던 그는 훈육이란 더 큰 처벌을 불필요하게 만들어주는 훈련이라는 개념을 심어준 훌륭한 음악 선생님을 만나 수자폰 연주법을 배우고 밴드에 합류한다. 이미 5학년 때 물리학에 반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친구가 되고팠던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터득하고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게임으로 코딩하여 미시시피 주립 과학 박람회 물리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다.

 

대학 진학자금이 궁해진 그는 공부도 하고 핵 기술자도 될 수 있다는 말에 해군에 입대한다. 하지만 2년 후 아토피 피부염 진단을 받으면서 선상 근무 부적격으로 강제 전역당한다. 친구의 권유로 미시시피 잭슨에 있는 투갈루 대학에 등록하였으나 그의 뛰어나지만 엇나간 능력은 마약쟁이라는 오명을 안겨주었고, 동료 학생들에게 마리화나를 팔던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소중한 시간과 마음의 평화를 잃으면서 결국 심각한 마약 의존증 환자가 된다. 그의 이중생활은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스탠퍼드 대학의 대학원 물리학 프로그램에 합격하는 와중에도 계속된다. 그의 아내와 멘토의 도움으로 그는 결국 내면세계의 악마들을 만나 결판을 짓고, MIT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중책을 맡는 천체물리학자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여곡절과 때때로 드러나는 인간성의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창조하면서 그의 반전 넘치는 이야기에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2. 퀀텀 라이프의 의미

우리는 믿기지 않는 험한 삶을 살아낸 하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가 얼마나 놀랍도록 훌륭한 사람인지, 그리고 그가 거둔 성공의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낙후된 미국 남부지역의 빈곤한 삶 속에서도 튜바 연주자가 되고, 지역 흑인 대학에 진학하고, 십 수년간의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재활치료에 성공하고, 마법과도 같이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신과 같은 빈민촌 출신 학생들을 위해 후학양성에 헌신하는 학자로 변모하는 경우의 수야말로 양자가 양자 터널을 빠져나오는 확률만큼이나 드물기 때문이다. 책 제목 퀀텀 라이프는 하킴의 인생 역전과 인간 승리를 지극히 희소한 확률이지만 무한한 반복과 시도 끝에 결국 터널을 벗어나는 양자에 빗대어 지은 것이다.

 

특징적으로 이 책은 만성적 빈곤, 인종차별, 교육 기회의 박탈, 마약중독, 부서진 가정, 무너진 공동체 등 하킴을 비롯한 남부지역 출신 가난한 흑인들의 암울한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화법은 세련되지 못한 길거리 말투 그대로여서 무슨 박사학위 소지자의 언어가 이 모양일까 싶어 종종 불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직설적인 언어를 여과 없이 사용함으로써 길거리 인생들을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킴과 그의 동료, 가족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직면했던 환경은 너무나 끔찍하고 파괴적이며, 당연히 품위도 없을뿐더러 물질과 정신 모두 절대 빈곤선상에 있어 도대체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피상적인 간접 경험과 머리로만 알고 있던 독자라면 하킴의 이야기는 더욱 큰 느낌으로 피부에 와닿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나이, 인종, 성별과는 별도로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매우 높이 인정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참작하더라도, 하킴 이야기의 성공적인 결말은 때로 그의 지적 능력과 업적을 자랑삼아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희박한 가능성을 언급하려면 그 부분은 꼭 포함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패담과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밑바닥 현실, 아쉬움과 실망스러움, 개인적인 치부와 아픔을 묘사할 때에도 솔직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지적 발전에 대한 엄청난 학문적 도전뿐만 아니라, 그의 생존을 위협하던 함정과 폭력, 우회적이지만 노골적인 인종차별 위협 역시 가감 없이 잘 묘사함으로써 영화 속 반전보다 더 극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3. 인생의 조력자

하킴의 이중생활이야말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꿈을 이룬, 미국의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 아닐까.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미시시피주의 동네 뒷골목을 공짜로 구경하기도 하고, 스탠퍼드 대학의 교정을 둘러보며 왜 아무도 다람쥐를 잡아먹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순진한 모습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또한, 더 많은 배움과 지식에 대한 갈망에 반비례하듯 종이로 인쇄된 읽을거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인간이 달에 발을 내디뎠던 똑같은 20세기인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열악한 가정환경을 통해 경제적 빈곤이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현실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하킴의 인생 역전극 이면에는 학교 소유의 최신 컴퓨터를 집에서 쓰게 해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교사들과 마약중독자임을 고백한 그에게 퇴학 처분 대신 무한한 신뢰로 새로운 기회를 주었던 지도교수 등 끝없이 그를 지지하고 바라봐준 다수의 조력자가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 맺는말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매우 간결하다. 별은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별의 모든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미국 과학계가 지금까지 대부분 백인 남성으로 채워져 유지됐다는 제도적 모순을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하킴의 존재 자체에 각별한 의미가 있음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과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불타오르는 욕구가 어떻게 한 사람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이 또한 어떻게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별들과 함께 밝게 빛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책이기도 하다.

 

#과학 #퀀텀라이프 #하킴올리세이 #까치글방 #천체물리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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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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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반전 넘치는 어느 천체물리학자의 인생극장 이야기. 인생은 역시 운칠기삼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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