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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교사를 위한 AI 에듀테크 활용 백과 - 온라인 출석부, 학부모 상담, 누가기록, 루브릭, 서술형/구술형 채점, 생기부까지! KERIS 선도 교사 7인이 교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 ㅣ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권의선 외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6년 10월
평점 :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태어났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21세기 첨단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학교 현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그보다 더 빠르고 강력했다. 분필 가루를 마시며 갱지 시험지를 나눠주던 시절부터 전자칠판과 원격수업 프로그램을 부랴부랴 익히기까지, 나는 느리게나마 시대의 요구에 발을 맞추어 왔다. 지금도 기본적인 학습 코스웨어로 영작문과 발음을 지도하는데 제법 익숙하다. 정해진 틀 안에서 돌아가는 코스웨어 정도는 교직의 끄트머리를 향하는 말년 교사에게도 감내할 만한 변화였다. 그러나 최근 학교가 ‘디지털 선도학교’로 선정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도구들이 밀려들면서 체감하는 중압감은 이전과 결이 다르다. 그 피로감은 거창한 정책 문서가 아니라, 매일 얼굴을 맞대는 동료 교사와의 미묘한 ‘디지털 간극’에서 비롯되었다.
외국어 교과 동료 중 디지털 감각이 남달라 자연스레 선두에 선 분이 계신다. 새로운 에듀테크나 생성형 AI를 가장 먼저 수업에 적용하고 교내 연수에서 사례를 공유하는 일은 늘 그의 몫이다. 문제는 그가 악의를 가져서가 아니라, 그에게 디지털 기술이 숨 쉬듯 자연스럽다 보니 가까스로 뒤를 따라붙는 ‘디지털 달팽이’ 교사들의 고충에 어쩔 수 없이 무심해 보인다는 데 있다. 그에게는 “계정 연동하고 프롬프트 복사해서 돌리면 쉬워요”라는 한마디로 끝나는 과정이, 돋보기를 고쳐 써야 하는 나 같은 중년 교사에게는 낯선 인터페이스와 인증 오류 앞에서 진땀을 흘려야 하는 거대한 장벽이다. 우리의 더딘 걸음이 그저 ‘아직 안 해본 것’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대열 끝자락에 매달려 가쁜 숨을 몰아쉬다 보니, 어느결에 마음 한구석에는 말 못 할 답답함이 쌓여 갔다. 무심한 선도 교사에게 매번 기초 작동법을 되묻는 멋쩍음을 피하면서도 최소한의 내 몫을 해내야 했던 바로 그 무렵, 달팽이의 속도에 맞춰 한 단계씩 친절하게 짚어 주는 종이 지침서로 이 책을 만났다.
현직 선도 교사 일곱 명이 집필한 이 책은 ‘된다!’ 시리즈 특유의 편집 덕분에 달팽이 교사에게도 무척 다정하다. 화면 캡처마다 번호를 매기고 클릭할 위치를 화살표로 짚어 주어, 연수 시간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던 설정 과정을 내 속도대로 멈춰가며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두꺼운 책에 펼쳐진 프레젠테이션 자동 생성이나 AI 이미지·음악 제작, 메타버스 같은 만물상을 다 쓸 줄 안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화려한 멀티미디어 대신 텍스트의 정확한 이해와 교사의 육성 설명, 눈을 맞추는 문답만으로도 수업의 뼈대는 충분하다고 믿는 구닥다리 교사다. 더구나 온라인 수행평가 시간에 와이파이(WiFi)가 끊기고 사이트가 막혀 학생들의 항의 속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생소한 도구를 무리하게 끌어들였다가 기기 오류와 씨름하느라 정작 수업을 망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백과사전에서 내게 꼭 필요한 대목만 펼쳐보듯, 4장 평가 분야의 ‘클리포(Clipo)’와 ‘스노클(Snorkl)’ 딱 두 가지만 골라잡았다.
첫 번째 도구인 ‘클리포’는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종이 서술형 평가의 ‘채점 지옥’을 덜어주었다. 코스웨어의 객관식 문제만으로는 아이들이 직접 철자와 문장을 써 내려가며 논리를 구성하는 과정을 가르칠 수 없기에 나는 여전히 연필로 쓰는 서술형 평가를 고집한다. 그러나 수백 장의 손글씨 답안지를 돋보기 너머로 해독하며 점수와 첨삭을 다는 일은 노안과 굳어진 어깨에 너무나 가혹한 짐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책의 안내대로 문항과 채점 기준(루브릭)을 입력하고 시험지 스캔본을 클리포에 올려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미간을 찡그리며 읽어야 했던 제각각의 필체를 광학문자인식(OCR)과 AI가 기민하게 텍스트로 읽어냈고, 핵심 표현의 포함 여부에 따라 일관성 있게 가채점과 피드백 초안을 달아주었다. 물론 최종 검수는 교사의 몫이지만, 백지상태에서 수백 장을 채점하는 것과 AI가 초안을 잡아 준 상태에서 검토하는 것은 피로도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두 번째 도구인 ‘스노클’은 기존 코스웨어의 빈자리를 메우려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은 플랫폼이다. 평소 영작문 지도를 할 때면 서른 명 가까운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문장 구조나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썼는지 확인하며 첨삭해 주고 싶어도, 빠듯한 수업 시간 안에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본래 책에 소개된 스노클은 학생이 화면에 필기하며 동시에 음성 설명을 녹음해 제출하면 AI가 즉각 피드백을 주는 구술형 평가 도구다. 하지만 음성 구술 기능은 이미 ‘플랭스쿨’로 거의 대체하고 있던 터라, 스노클은 역할을 명확히 나누어 ‘영작문 연습 및 첨삭 지도’ 기능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연수에서 시연만 봤다면 영문 메뉴가 섞인 첫 화면에 숨이 막혀 창을 닫았겠지만, 책에 나온 한국어 피드백 설정법과 과제 배포 과정을 하나씩 따라 한 덕분에 수업에 필요한 기능만 알맞게 덜어내어 안착시킬 수 있었다. 아이들이 화면에 적은 서툰 영어 문장에 즉각적인 AI 첨삭이 달리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객관식 정답률 숫자 뒤에 가려져 있던 아이들의 진짜 문장력과 고민의 흔적을 들여다보게 된 것은 적지 않은 수확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마음속의 묵은 피로가 가시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불편감은 앞서 나가는 동료의 속도를 표준으로 삼고 나 자신을 다그쳤던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에듀테크란 선도학교의 실적을 위해 백과사전의 모든 기술을 전시장처럼 늘어놓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교실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꺼내 쓰는 ‘연장통’일 뿐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숙련된 목수가 세상에 새로 나온 수십 가지 전동 공구를 전부 다룰 줄 알아야만 좋은 가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내 손에 맞고 지금 다듬어야 할 나무에 꼭 필요한 연장 두어 개만 제대로 골라 쓸 줄 알면 그만이다.
여전히 우리 학교의 선도 교사는 회의 때마다 새로운 AI 플랫폼을 막힘없이 이야기하고, 그와 나 사이의 디지털 격차는 앞으로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기존 코스웨어에 더해 이 책에서 건져 올린 ‘클리포’와 ‘스노클’이라는 두 개의 연장이면 충분하다. 이들 덕분에 수업과 평가가 수월해지고 여유로워졌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지향하는 목표가 결국은 학습자의 학업 향상과 평가의 수월성, 즉 교실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성’의 발현에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그러니 나처럼 교직의 끄트머리에서 디지털 선도학교의 빠른 물결과 동료의 무심한 속도감에 홀로 뒤처지는 듯한 피로감을 느끼는 ‘디지털 달팽이’ 교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두툼한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복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목차를 천천히 넘기며 내 수업에서 가장 막막했던 순간을 덜어줄 도구 단 하나만 골라 그 페이지를 펼쳐 보시기 바란다. 돋보기를 고쳐 쓰고 책이 일러주는 대로 마우스를 한 칸씩 옮기다 보면, 달팽이의 속도로도 충분히 내 수업을 단단하게 일구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