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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다는 착각
신재용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적으로 약을 찾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그리고 이명 판정을 받은 지 벌써 몇 년째. 한 움큼의 알약을 물과 함께 삼키며 ‘오늘 하루도 내 몸을 위해 할 도리를 다했다’는 묘한 안도감에 젖는다. 사실 나의 건강 관리는 각 잡고 땀 흘리는 '진짜 운동'은 피하고 싶으면서도 건강은 챙기고 싶어 하는, 소심하고 이율배반적인 몸부림의 연속이었다. 본격적으로 운동할 용기는 없으니 출퇴근길 지하철과 사무실 계단에서 헉헉대고, 퇴근길엔 굳이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집까지 터덜터덜 걷는다. 과식이라도 한 날엔 왠지 모를 죄책감에 쫓기듯 어둑한 산책로를 배회한다. 남들이 보면 일상 속 걷기를 실천하는 부지런한 사람 같겠지만, 실상은 운동의 수고로움을 피하려다 피로도만 높이고 있는 안쓰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우리는 이처럼 건강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몸에 무언가를 계속 '집어넣거나' 소극적인 타협안으로 면죄부를 얻으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하루하루를 애처롭게 방어하던 나의 맹신에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약사이자 면역학 연구자, 나아가 스스로 신장 이식까지 경험한 저자는 현대인의 맹목적인 건강 염려증, 혹은 집착을 '더하기 중독'이라 꼬집는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며 건강을 '결제'하려는 태도를 진화의학적 관점과 최신 논문을 통해 비판하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진정한 건강은 무언가를 계속 더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이 '덜어내기(뺄셈)' 철학은 나의 지질한 건강 관리법을 되돌아보게 했다. 돌이켜보면 내 일상 역시 철저한 덧셈이자 보상 심리였다. 피곤을 무릅쓰고 억지로 계단을 오른 보상으로 달콤한 간식을 찾았고, 땀 흘려 근육을 깨우는 본질적인 노력은 외면한 채 약을 챙겨 먹으며 위안을 얻었다. "이 정도 걸었으니, 이 약을 먹었으니 괜찮겠지"라며 자신을 다독여온 것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영양제와 어설픈 걷기로 쌓아 올린 나의 방어벽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깨달았다.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 억지 활동과 과잉 영양은 도리어 내 몸을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맹목적인 더하기와 애처로운 타협을 멈춘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유의 회복력을 믿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는 정직한 일상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여전히 운동복을 차려입고 한계까지 땀 쏟는 일이 성가신 사람이다. 뭔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쳐다보지도 않는 이상한 성격도 한 몫 거든다. 퇴근 후엔 으레 소파와 물아일체를 실천한다. 하지만 이 책을 기점으로 내 마음속에는 분명한 변화가 움트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진짜 운동을 다른 꼼수로 대체해 보려던 강박을 덜어내고 나니, 역설적으로 그 빈 자리에 '자발적인 각오'가 들어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지름길이나 얄팍한 타협안이 통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진실을 마주하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남은 과제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엉덩이를 떼고 밖으로 나가는 것.

내일부터는 의무감에 쫓기는 억지 계단 오르기나 마지못해 걷는 퇴근길이 아니라, 오롯이 내 몸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딱 30분만 기분 좋게 동네를 걸어보리라. 누군가의 강요나 불안감이 아니라, 내 몸의 본질을 깨닫고 스스로 다지는 순수한 각오다. 결국 이 책은 기적의 비법을 읊어주는 약장수가 아니다. 얄팍한 타협으로 하루를 방어하던 내 어깨를 다독이며, 날것 그대로의 몸을 대면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영양제에 의존하고 억지스러운 걷기로 진짜 운동을 피하려 애쓰던 가엾은 영혼이여, 이제 무거운 강박을 덜어내고 운동화 끈을 묶어 볼 차례다. 마침내 문밖으로 내디디는 그 홀가분한 첫걸음이야말로 진짜 건강을 되찾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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