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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동물들 -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
최태규 지음, 이지양 사진 / 사계절 / 2025년 4월
평점 :

회색빛 콘크리트와 쉼 없이 달리는 자동차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는 오롯이 인간만을 위해 설계된 탐욕의 집약체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빌딩 숲과 격자무늬로 촘촘하게 짜인 아스팔트 도로 아래에서, 우리는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배제했다는 오만한 착각 속에 살아간다. <도시의 동물들>은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이기주의와 무감각함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들추어내며, 우리가 ‘도시’라고 부르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이 사실은 수많은 생명의 숨통을 조여 만든 찬탈의 현장임을 고발한다. 본래 그곳은 숲이었고, 강이었으며, 수많은 야생동물이 대를 이어 생을 영위하던 그들만의 온전한 안식처였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와 풍요라는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물들의 터전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대지를 질식시키며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 책은 인간의 무분별한 팽창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생명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회색빛 틈새에서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버텨내는 그들의 고단한 발자취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인간들은 도시 안에서 마주치는 생명체들을 지극히 이기적인 기준과 잣대로 분류하며 또 한 번 잔인함을 드러낸다. 매일 아침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을 기웃거리는 너구리나 고양이를 향해 배설물이 더럽다며 손가락질하고, 밤마다 도심 공원에 나타나는 고라니를 보며 ‘유해 야생동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혐오의 시선을 보낸다. 길냥이, 닭둘기, 들개, 자라니 등으로 멸칭하며 인간으로 인해 비루해진 그들의 처지를 조롱한다. 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가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면 신기한 볼거리나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중성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들에게 도시는 결코 스스로 선택한 서식지가 아님을 지적한다. 동물의 처지에서는 자신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보금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중장비에 의해 부서지고 그 위에 매끄러운 시멘트가 덮여버린 재앙의 현장일 뿐이다. 그들이 내는 날갯짓과 울음소리, 인간의 눈을 피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행동은 도시를 어지럽히려는 침범이 아니라, 자신들의 원래 집을 빼앗은 침입자 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 투쟁이다.

오늘날 도심에서 벌어지는 생태적 비극들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속도의 경제를 위해 산을 깎아 만든 도로 위에서 매일 밤 수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로드킬(Roadkill) 잔혹사, 그리고 더 탁 트인 시야와 미관을 위해 아파트와 빌딩에 설치한 통유리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인 채 추락하는 새들의 비극은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소리 없는 만행이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싼 이웃 간의 이기적인 갈등이나,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색 내기로 만들어 놓은 단절된 생태통로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얕고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단순히 도시 생물들의 생태적 특징을 나열하는데 머무르지 않으며, 인간이 저지른 이 거대한 약탈의 현장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지 무겁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결국 <도시의 동물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누리는 도시의 안락함은 동물들의 생존권을 찬탈한 대가로 얻어진 시한부 풍요이며, 이제는 인간 중심적인 오만을 버리고 그들을 배척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생태계의 일원'이자 '먼저 살고 있던 이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아스팔트 아래에서도 여전히 묵묵히 숨 쉬며 삶을 이어가려는 생명들의 경이로움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끄러운 과오를 돌아보게 된다. 건축물에 작은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고, 난개발의 속도를 늦추며, 동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은 그들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무너뜨린 지구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당연한 의무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상생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은 우리가 자연에 가한 폭력을 참회하고 진정한 공존의 길을 모색하라고 촉구하는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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