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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우리는 변하고 싶다는 말을 참 쉽게 한다. 새해만 되면 어김없이 결심을 다짐하고, 삶이 꼬이는 순간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엔 진짜야”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삶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늘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한숨만 거듭 쉬게 된다. 슈테판 클라인의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원제: 왜 변화는 이토록 어렵고,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는 바로 이 익숙한 좌절의 지점에서 독자를 붙잡아 세운다. 그리고 묻는다. “왜 변하지 못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왜 변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은 있는가?”
이 질문에 은근히 마음이 찔린다. 우리는 보통 변하지 못하면 자책하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고, 절실하지 않아서 그렇고, 결국은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결론을 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자기 비난의 방향을 슬쩍 틀어 준다. 클라인은 변화의 실패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들이밀면서 인간이 애초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변화를 꺼리는 건 성격 탓이 아니라 기본 설정값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단일 기관으로서 신체 에너지의 무려 20%를 소모하는 우리의 뇌는 새로운 가능성보다 익숙한 반복을 좋아한다. 이미 해본 행동, 이미 살아 본 방식이 훨씬 적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화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잘 될 수도 있지만, 망할 수도 있다. 뇌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기존의 습관을 깨려는 순간, 괜히 피곤해지고 귀찮아진다. “오늘은 그냥 접고 내일부터 하자”라는 생각이 스르르 올라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걸 알고 나면 그동안 자신에게 던졌던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라는 질문이 조금은 우스워진다. 아,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는 데 있다. 알면서도 못 하는 자신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더 굳게 다짐하고, 더 독하게 마음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클라인은 오히려 그런 태도가 변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변화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 습관에 의해 굴러간다. 기상 시간, 식사 패턴, 일하는 방식, 쉬는 방법까지 대부분은 ‘늘 하던 대로’다. 여기에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 인식, 가족과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까지 얹히면 개인의 변화는 금세 제자리로 끌려온다.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삶 전체가 원래 방향으로 계속 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거창한 변화 계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선언 대신, 아주 작은 이동을 반복하라고 말한다. 자신과 싸우기보다 환경을 조금 손 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의지가 약해서 운동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운동화가 눈에 안 띄는 자리에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과거로의 회귀를 실패로 취급하지 말라고 말한다. 변화는 직선 코스가 아니라 앞으로 갔다가 뒤로도 오고 옆길로도 새는 곡선에 가깝다. 중요한 건 한 번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묘한 안도감이 남는다. 그동안 변하지 못했던 이유가 비로소 설명되기 때문이다. 더 굳게 마음먹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 조금 덜 자신을 몰아붙여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사소한 방향 전환 하나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변화는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라는 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무용담이 아니라 늘 작심삼일을 반복해 온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교실 풍경을 떠올렸다. 남자고등학교 교사로서, 우주 정복보다 더 어렵다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길들이기와 학업 향상을 눈앞에 둔 학생들을 매일 마주한다. 밤늦게 게임 하느라 수업 시간마다 졸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지각을 덜 하고, 숙제를 늘 안 해 오던 아이가 가끔이라도 내밀듯 제출하면 우리는 속으로 물개박수를 친다. 겉으로는 “이게 뭐 대단하냐” 하고 웃어넘기지만, 그 한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이미 굳어진 리듬과 환경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대단한 각오 대신 오늘보다 딱 5분만 빨리 잠자리에 들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말이 어설픈 위로나 포기가 아니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한 데서 나온 가장 현실적인 조언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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