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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 - AI가 채우지 못한 교육의 영토
함영기 지음 / 에듀니티교육연구소 / 2026년 1월
평점 :

이 책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안내하는 실용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너무도 능숙하게 답을 생산해 내는 시대에, 교육이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를 묻는 사유의 기록이다. 그 질문은 미래 담론의 언어로 포장되지 않고, 교실이라는 구체적인 공간과 교사라는 현실의 자리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이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시각에 깊이 공감한다. 인공지능을 경계의 대상으로만 보지도 않고, 반대로 만능의 해결사로 떠받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의 도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영어 교사인 나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AI 기반 영어 학습 프로그램, 자동 첨삭, 생성형 작문 도구를 수업과 평가에서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 개별 수준에 맞는 연습 문제를 제시할 수 있고, 반복 학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효과가 있다. 교사에게도 수행평가 채점이나 세부능력 특기사항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 앞에서 나는 늘 뒤따라가는 위치에 서 있다. 불과 몇 년 전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 수업을 위해 줌과 구글 클래스를 배우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새로운 연수가 끝날 즈음이면 또 다른 기술이 등장하고,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다음 단계가 요구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대입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영어 과목을 맡아 해마다 바뀌는 교재에 적응해야 하고,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여러 과목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현실까지 더해지면서 수업 준비의 피로도는 분명히 높아졌다.
이 책은 그러한 교사의 불안과 피로를 외면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선 이들은 교사들이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진단이 아니라, 오랜 시간 교단을 지켜 온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말처럼 느껴진다. 평생 자기의 경험과 축적된 수업 감각으로 아이들과 호흡해 온 교사에게 인공지능은 혁신인 동시에 위협이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학생이 나보다 먼저 AI에게 질문하고, 더 빠르고 친절한 답을 들고 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마주했다. 그 순간 교사의 말은 느려지고, 설명은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답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시간을 지키는 존재’로서 교사의 자리를 다시 묻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교육의 중심이다. 인공지능은 오답의 패턴을 분석할 수는 있어도, 학생이 답을 적지 못한 채 멈칫거리는 이유까지 이해하지는 못한다. 영어 문장을 쓰다 말고 연필을 내려놓는 침묵, 발표를 앞두고 시선을 피하는 불안, 정답은 맞혔지만 이유를 설명할 자신감이 없어 고개를 숙이는 학생의 마음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다. 학습을 포기하게 되는 순간의 심정, 그리고 그런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의 안타까움까지 인공지능이 대신 헤아릴 수는 없다. 영어를 포기한 학생들이 여전히 다수인 교실에서 그런 장면을 수없이 지켜봐 온 교사에게, 이 책은 교육의 본질이 여전히 관계와 기다림에 있음을 교사에게 다시 돌려준다.

특히 33화에서 언급한 ‘정답을 주는 AI, 질문을 잃은 교실’이라는 문제의식은 지금 영어 수업의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생성형 AI는 언제든 유창하고 세련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낸다. 학생들은 더 이상 서툰 문장을 붙잡고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틀린 문장을 고치며 배우던 시간과 어색한 표현을 두고 웃음이 오가던 교실의 풍경이 사라질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사람은 원래 실수를 반복하며 배운다. 틀리고, 고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배움은 서서히 단단해진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기다림의 교육학’은 느린 교실을 미화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배움이 실제로 일어나는 시간을 지키기 위한 분명한 선언이다.
이 책의 독창성은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저자는 ‘장미’라고 이름 붙인 인공지능과 실제로 대화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인공지능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때로는 거부하고 수정하며 자신의 언어를 끝까지 밀고 간다. 이 과정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다.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되 판단과 선택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서사적으로 증명한다. 이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AI가 맺어야 할 관계에 대한 하나의 모델처럼 읽힌다.
50대 교사로서 나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 앞에서 서툴다. 연수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배우는 사람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느리게 따라가는 교사의 역할이 분명히 남아 있음을 느낀다. 모든 기능을 완벽히 익히는 사람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고 질문의 방향을 잡아 주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이다. 인공지능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도입의 이유와 방식에 대해 끝까지 묻는 사람으로 남는 일이다.
저자의 교육 전문가로서의 깊은 이해와 통찰이 돋보이는 이 책은 미래 교육의 청사진이나 인공지능 활용 팁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교사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던져야 할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가르치는가, 이 교실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이 책을 덮으며, 나 역시 느리게 걷더라도 그 질문만은 끝까지 붙들고 있는 교사로 남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