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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 세상의 모든 변화를 결정하는 인구의 경제학
딘 스피어스.마이클 제루소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오랫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믿어 온 인구 이야기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세계 인구가 계속 늘어서 언젠가 100억 명을 넘을 거라는 통념 대신, 머지않아 정점을 찍고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충격은 가볍지 않다. 전 세계 출산율이 점점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자들의 계산은 놀라울 만큼 직관적이다. 만약 전 세계 평균 출산율이 유럽처럼 여성 한 명당 1.5명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한 세대 뒤 태어나는 아이 수는 지금의 연간 약 1억 3,200만 명에서 9,900만 명으로 약 25% 줄어든다. 이 흐름이 일곱 세대만 이어져도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약 87% 감소한다. 이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인류의 80%는 이미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사람은 약 300억 명뿐”이라는, 거의 멸종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이 이야기가 너무 과장되게 들린다면 저자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라고 말한다. 지금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출산율이 낮은 나라에서 살고 있고, 4분의 1은 출산율이 1.25도 안 되는 국가에 살고 있다. 한 번 출산율이 1.9 아래로 떨어진 나라는 다시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현상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세계 평균 출산율이 이미 유지선 아래로 내려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추정치일 뿐이라 하더라도 이 흐름의 방향만큼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82억 명이 넘는 인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인구 과잉’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기후위기 뉴스와 꽉 막힌 출근길을 떠올리면 인구 증가는 부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대비해야 할 위험은 인구 과잉이 아니라 ‘급격한 감소’다. 지난 200년 동안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장기적으로 줄어들어 왔고 이미 절반이 넘는 나라에서 출산율은 유지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동안은 사망률, 특히 영아 사망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인구가 계속 늘었지만 이 흐름도 언젠가는 정점을 찍고 급격한 하락으로 바뀔 수 있다. 원서 제목에 들어간 ‘스파이크(spike)’는 바로 이 최고점과 그 뒤에 이어질 급락을 뜻한다.

저자들의 핵심 주장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사람이 많을수록 아이디어도 많아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은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쌓인 결과이며, 저자들은 이를 ‘궁극의 재생 가능 자원’이라고 부른다.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사회에서는 기술 발전, 제도 개선, 의학 연구, 환경 복원의 속도 자체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살게 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인구 감소가 아니라 ‘안정’이며, 그 출발점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다.
여기서 책은 또 하나의 흔한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인구가 줄면 기후에도 도움되지 않을까?”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인구 감소 효과가 나타날 즈음이면 이미 늦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금 인구와 ‘정점 인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인구가 줄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할 사람과 역량도 함께 줄어든다. 사람이 많을수록 생기는 아이디어와 노동, 그리고 축적된 혁신이 줄어들면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내는 동력도 약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이를 덜 낳게 되었을까.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겠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설명은 비교적 단순하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를 낳는 일은 점점 ‘덜 매력적인 선택’이 되었다. 예전과 달리 아이가 없거나 적게 낳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많아졌고, 특히 Z세대는 이를 가장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히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아이 키우는 일이 사회, 문화, 경제, 의료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뒷받침되는 구조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되는 일이 끝없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회의 틀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다만 이 책은 이런 해법의 한계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강제로 출산을 늘리려는 정책은 효과가 없었고, 미온적인 장려 정책 역시 출산율을 눈에 띄게 끌어올린 사례는 많지 않다. “더 큰 꿈을 꾸자”고 말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쓰는 시간이 다른 목표와 욕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어떻게 해도 하루는 여전히 24시간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구체적인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이 ‘아버지의 더 적극적인 참여’다. 남성이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면 여성의 부담이 줄고 출산 의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만능 해법은 아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아버지의 육아 시간은 크게 늘었지만 가족 규모는 오히려 더 작아졌다는 연구도 많다. 결국 예산이나 제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 즉 사람들의 가치관과 우선순위, 삶의 목표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출산율 하락이 구조적인 흐름일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민 확대나 자동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런 방법들은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태어나는 아이 수가 줄어드는 흐름 자체를 뒤집지는 못한다. 이 책이 목표로 삼는 것은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선택이 지나친 개인적 희생이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비용과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
이 책의 문제의식은 한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모습으로 현실이 되어 있다. 한국의 초저출산은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이 책이 경고하는 ‘급감 이후의 세계’를 이미 앞서 겪고 있는 사례에 가깝다. 출산율 0.x 라는 숫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거의 모든 면에서 불리한 선택이 되어 버린 사회의 균형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의 문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세대’가 아니라, 아이를 낳는 순간 삶의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긴 노동시간, 경력 단절, 과도한 교육 경쟁, 불안정한 주거 환경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되는 순간 삶의 가능성이 한꺼번에 좁아지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는 책이 말하는 핵심 충돌, 즉 부모 역할이 다른 삶의 목표를 잠식해 버리는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굳어져 있는 사례다.

그래서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출산을 장려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왜 아이를 안 낳느냐”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설계해 본 적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출산율 숫자를 잠시 흔들 수는 있어도 어떤 지원 정책도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은 이 책의 결론을 가장 냉정하게 증명하고 있는 시험대다. 인구 감소는 저절로 멈출 리도 없고 공포만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분명하다. 아이를 낳는 일이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감당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경로가 되도록 돌봄과 노동, 교육과 시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상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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