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 삶이 흔들릴 때 꺼내 읽는 문장들
부아c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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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들어 어느 해부터인가 별일이 없는데도 신경이 곤두선다. 예전 같지 않게 몸이 쉬 피곤하고, 별말 아닌데도 짜증부터 올라오고, 밤에는 잠이 쉽게 오지 않는데 푹 자고 싶어도 새벽 5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건강 검진표의 각종 지표가 정상 범위에서 경계선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라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낯설고 불안하다. 혼자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울음이 터지기도 하고, 슬픈 노래의 전주만 들어도 울컥한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내가 무서워진 지는 이미 제법 되었다. 흔히 남성 갱년기라 부르는 시기, 호르몬 분비의 변화는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뒤흔들어 놓는다. 나만 이상해졌나 하는 생각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말해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외로움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감정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영혼이 나에게 보내는 중요한 신호였다. “더 이상 마음이 닿지 않는 자리에 머물지 말라, 새로운 길로 나아가라는 조용한 메시지였다. (32)

 

부아c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책으로 어울린다. 제목도 그렇지만 아직 더 성장할 게 남았나 싶은데 진짜 성장은 혼자일 때 시작된다는 부제 역시 도발적이다. 대부분 사람에게 외로움은 실패와 결핍의 신호다. 중년의 가장에게는 거의 돌직구다. 가정에도, 회사에도, 친구들 사이에도 어딘가 잘 섞여 있어야 정상이라는 강박 속에서 외로움은 가능한 한 빨리 지워야 할 감정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이 책은 정반대의 말을 건넨다. 외롭다면, 어쩌면 당신은 잘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누군가 당신의 삶을 평가하려 할 때, 그저 ,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라고 답하면 된다.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진짜 당당함이다. (78)

 

저자는 여러 해 동안 블로그와 SNS에 매일 같이 글을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해 왔다고 한다. 그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을 네 개의 장으로 엮어낸 것이 이 산문집이다. 1부는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타인에게 맞추느라 잊고 있었던 라는 존재와 다시 마주하는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2진짜를 가진 사람은 조용하다에서는 조용히 버티고 꾸준히 살아내는 태도의 가치를 말하고, 3인생이 망했다고 느낄 때에서는 무너짐과 실패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마지막 4행복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에서는 삶의 무게를 온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그 무게를 견디는 새로운 시선을 건네준다.

 

그러니 기억하자. 힘들수록, 포기하고 싶을수록, 더 오래 버텨야 한다. 기회는 늘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긴 바로 그다음 코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운은 결국 남아 있는 사람의 몫이다. (141)

 

이 구조는 몸과 마음이 함께 요동치는 중년 남성의 심리 곡선과 묘하게 겹친다.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 온 나이, 가족과 조직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 겉으로 보기엔 자리를 잡은 어른 남자의 이미지지만, 속으로는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커지는 시기다. 이때 찾아오는 공허함과 짜증, 무력감은 단순히 테스토스테론 수치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미뤄 두었던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라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이유는, 그에게 내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고 믿었기 때문에 실망하게 되고, 그 실망이 곧 상처가 된다. (191)

 

이 책이 좋은 점은, 그 신호를 지나치게 거창하지 않은 언어로 설명한다는 데 있다. 각 제목의 글은 길지 않고 문장도 어렵지 않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점심 먹고 자투리 시간에, 밤에 불 끄고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한 편씩 읽기 좋다. 그래서 더 취약한 순간에, 자꾸만 핸드폰을 붙들고 의미 없는 뉴스나 영상만 넘기게 되는 손을 잠시 멈추게 한다. 눈앞의 한 페이지에 적힌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상한 건 나만이 아니다라는 최소한의 안도감이 생긴다. 특히 강하게 와 닿는 지점은, 이 책이 외로움을 없애야 할 부정적 감정으로 보지 않는 태도다. 중년의 남자는 늘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가장이고, 회사에서는 상사이자 팀장이다. 역할이 많을수록 속마음을 꺼내 놓을 수 있는 자리는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은 곧 무능의 증거, 실패의 낙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남에게 맞추느라 미뤄 두었던 나 자신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외로움이 찾아올 수 있다고. 그건 오히려 이제라도 나 자신과 친해지려고 하는건강한 움직임일지도 모른다고.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은 주변을 행복하게 하면서 자신도 행복해진다.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은 여러모로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된다. (240)

 

물론 이 책은 자기계발서도, 심리 치료 교범도 아니다. 호르몬 수치나 전문적인 상담이 꼭 필요한 상황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오히려 부담 없이 손에 들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전문가의 진단 대신 나와 비슷한 혼란을 겪은 누군가의 문장을 읽으며 나만 이상하고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고 한 번쯤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준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 소소한 토닥임이 상처를 덜어내는 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호르몬 변화로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마음이 예민해졌다고 느끼는 중년 남성이라면, 이 책을 하루에 한두 장씩만이라도 천천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외로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렇게 말할 힘을 얻게 될지 모른다. “외로운 내가 망가진 게 아니라, 그런데도 꽤 잘 버티며 살아내는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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