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 말보다 행동으로, 훈계보다 배려로 보여 주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김경집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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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말 이른 아침의 지하철. 일흔은 훌쩍 넘어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두 노파가 문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올라탄다. 빈자리를 발견하자마자 둘은 총알처럼 달려가는데, 앉고 보니 거리가 제법 멀다. 이리 오라, 저리 가라, 승객들이 듣든 말든 큰 소리를 주고받는다. 한 사람은 두 자리 사이를 오가며 소란을 더한다. 햇볕에 그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립스틱과 일본의 갸루상을 연상시키는 보라색 눈두덩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을 해도 어째 저리 밉상일 수 있는지 궁금증이 차오른다. 처음 보는 옆자리 아저씨에게는 마치 동네 이웃이라도 만난 듯 묻지도 않았는데 너스레를 떤다. 짧은 순간이지만 어른다운 품격은 간데없고 빈자리에 눈먼 주책맞은 노인이라는 인상만 강렬하다. 대체 나는 왜 일면식도 없는 노인에게서 무슨 어른다움을 기대했던 것일까?

 

우리는 흔히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보면 어른답거나 어른스러울 것을 기대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전적으로 이 두 표현은 동의어가 아니다. ‘어른답다는 어른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품격, 책임감, 도덕성 등을 충실히 갖춘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쓰는 말이다. 나이 듦에 걸맞게 도리에 맞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어른스럽다는 실제 어른은 아니지만 어른처럼 보이는 태도나 말투, 사고방식을 묘사할 때 주로 쓰인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거나 침착한 모습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완전한 어른의 깊이와 책임감을 다 갖춘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지닌다. 따라서 어른답다는 완성된 가치의 구현이고, ‘어른스럽다는 그 방향으로 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요즘 주위를 보면 본받을 만한 어른다운 어른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의 귀감이 될만한 존재로 어른 김장하를 예로 든다. 한약방 주인장으로서 평생을 함께 잘 사는 길을 고민하며 조용히 나눔을 실천한 어른 김장하의 삶은 여전히 빛난다. 그는 기업가로 성공한 뒤에도 사치 대신 절제된 삶을 택했고, 번 돈 대부분을 장학사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내어놓았다. ‘돈은 나를 위해 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 믿었던 그는 수많은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며 진정한 어른의 책임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말보다 묵묵한 실천으로 존경받은 그의 삶은 어른다움이란 나이보다 품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처럼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를 먹은 존재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노년층은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며 책임보다는 변명을 앞세우는 못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젊은 세대는 그런 모습을 보며 어른의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마을과 가정과 학교에 어른이 있었다. 그들은 묵묵히 공동체를 지탱하며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았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으로 변했다. 침묵 속의 지혜는 잊히고 겉모습만 어른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배려하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어른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에게 묻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정말 어른다운가?”

 

그래서 저자는 어른이 된 우리가 다음 세대를 뒷전에서 쳐다보는존재가 아니라 책임 있게 이끄는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노후에 어떻게 잘 먹고 잘살 것인지 방법을 일러주는, 시중에 흔한 노후 대비 기술을 가르치는 안내서가 아니다. 대신 어른답게 생각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그리고 행동의 기준을 다시 세울 것을 요구한다. 그는 나이 듦을 단순한 신체 변화로 보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스스로 묻게 하고, 개인의 성장을 사회의 성숙과 연결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한 가지다. 혼자 잘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더 나아지고 있느냐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생각하는 법이다. “난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지독한 사람을 직접 겪어본 적이 있다.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남들과 너무나 다른 사람과는 좀처럼 어울리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출발점은 겸손을 가장한 교훈이 아니다. 굳어진 아집을 풀고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장치다. 저자는 걷기, 관찰, 한 박자 늦추기 같은 실천을 통해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고 시야를 넓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국 사회지만 이런 느림은 뒤처짐이 아니라 균형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관계에 대한 장에서는 세대 간 연결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자존심 문제로 보는 오래된 습관을 바꾸라고 한다. 모르면 묻고, 잘한 점을 인정하고, 함께 배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영화·예술 같은 주제를 매개로 공통 화제를 꺼내라는 조언도 현실적이다. 공감의 접점을 넓히면 갈등의 범위가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절한 말투만이 아니다. 질문하는 자세, 듣는 시간, 선을 지키는 태도가 합쳐져야 존중이 관계 속에서 살아난다.

 

행동에 관한 부분은 가치가 실제로 드러나는 자리다. 다음 세대를 응원하는 삶,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남기려는 마음가짐이 핵심 축이다. “나이 들지 않는 대화 주제를 준비하라는 조언은 특히 실용적이다. 유행을 덜 타는 주제를 붙들면 세대 차이가 줄고, 대화가 더 오래 이어진다. 이렇게 생각과 태도를 일상의 습관으로 바꾸는 방법이 책 전반에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은 세 가지 강점을 지녔다. 첫째, 말이 어렵지 않다. 철학을 생활 언어로 풀어 주어 이해하기 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둘째, 개인 윤리와 사회 문제를 따로 보지 않는다. 내 태도의 변화가 주변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결해 설명한다. 셋째, 세대 문제를 권위의 유지가 아닌 신뢰의 회복 문제로 재규정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관점 전환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괜찮은 어른은 나이가 많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매일의 선택이 쌓여 태도가 되고, 그 태도가 모여 품격이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세 가지 길겸손하게 생각하기, 균형 있게 관계 맺기, 품위 있게 행동하기은 개인을 단단하게 만들고 냉랭한 사회의 온도를 올려준다. 부쩍 늘어난 고령인구 통계 수치에 놀라지만 말고 오늘 당장 바꿀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부모 세대를 바라보는 청년에게는 신뢰의 언어를, 중장년에게는 배우는 자세를, 학교와 문화 현장에는 대화의 방법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잘 늙는 법을 넘어 함께 성숙하는 법을 제시한다. 당장의 효율보다 오래가는 신뢰를, 겉치레 권위보다 실제 존중을 선택하자고 말한다.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된다. 일독 후에는 나이보다 어른 됨의 태도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오늘 바로 실천할 행동이 보인다. 먼저 질문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공감할만한 주제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꼭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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