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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우리를 현혹하는 것들에 논리와 근거로 맞서는 힘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음, 존 브록만 외 엮음, 김동광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우리는 ‘사람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가미를 필요로 하듯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뇌를 필요로 한다. 바다가 소금물로 가득 차 있듯이, 사람의 바다는 언어처럼 배워야 할 무수히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 리처드 도킨스, 30쪽
이 책을 저술한 학자들은 주로 영국 아니면 미국 출신이다. “사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비과학적 설명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웅장함과 영광이 있다”는 마리안 스탬프 도킨스의 표현처럼 일부 저자는 마치 과학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과학계의 대중 친화적 면모를 보이기도 하나 그럼에도 대부분 저자들은 지나친 단순화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어떤 글은 표현의 명료함에 주목할 만하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진화론에 대한 겸손한 설명은 우리가 “무성한 수목이 우거진 생명 나무에서 작고 늦게 피는, 궁극적으로는 일시적인 나뭇가지”라는 결론을 내린다. 마이클 S. 가자니가는 “잡음이 많은 데이터 집합에서 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에서 평균과 통계 정보에 대한 잘못된 의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 앤 파우스토-스털링은 동물의 동성 결합에 대해 놀랍도록 독창적인 생각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가장 빛나는 사상가와 과학자들이 모여 각자의 분야와 관련된 글을 통해 우리의 지성에 도전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동시에 과학의 세계를 지배하는 '핵심' 이슈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일깨워준다. 또한 자연 세계와 그 모순에 대한 생생한 담론을 제공하며, 학술적이면서도 일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의 접근성을 유지한다. 다양하고 활기찬 이 에세이집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읽을거리이다.

만약 내가 세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려는 이 에세이집을 좀 더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시큰둥함을 넘어 약간의 거부감마저 유발하던 과학 수업, 특히 물리와 화학 과목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과학 교과서는 실용적인 응용이나 그 배경이 되는 역사가 별로 없어 흥미를 끌어내기보다는 과학사적 사실 위주로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철학, 논리, 윤리와 함께 융합되어 제시되는 추세로 보아 과학을 과목별로 분리하여 학습한 것이 꼭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닌 듯하다. 르네상스가 과학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더 깊은 이해를 위해 과학을 분야별로 나눈 것이기는 했지만, 과학은 항상 다른 학문과 함께 어우러져 작동하게 되어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각 에세이의 마지막에 과학자 또는 저자에 대한 짧은 약력이 소개되는 점은 마음에 든다. 이 약력에는 해당 저자가 쓴 다른 책의 제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인을 위해 저술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문에서 밝혔듯 이 에세이를 읽는 것은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과학자들 사이의 대화를 엿듣는 상황과 비슷하다. 짧으면서도 주제 집중적인 에세이에는 각 과학자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세부 정보가 제공되며,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다뤄지는 주요 주제는 과학, 기원, 진화, 마음, 우주,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과학적 개념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과학적 방법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가설이 어떻게 설정되고 검증되는지, 그리고 새로운 발견이 기존 지식과 어떻게 통합되는지를 설명한다. 관찰과 실험,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우리에게는 주관적인 편견이나 감정보다는 객관적 증거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복잡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물리학, 생물학, 화학, 인류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아우르며 각 분야의 최신 연구와 이론을 소개한다. 과학의 다양한 측면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각 분야 간의 연관성과 통합적인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물리학적 논의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생물학적 논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지식이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식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과학 내에서의 다양한 견해와 논쟁을 소개하며, 과학이 단일한 진리가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와 논의를 통해 발전하는 동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고 심화시킬 수 있다. 과학적 배경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한 언어로 쓰였으며, 전문 용어를 최소화하고 일상적인 예시와 비유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임으로써 독자들은 힘들이지 않고 과학적 사고방식을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다.
혹시라도 일부 독자들은 책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각 에세이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인 흐름이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무려 30년 전인 1995년에 출간된 책이므로 일부 내용은 현재의 과학적 발견이나 이론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최신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은 이를 감안하여 읽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탁월한 자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한 에세이를 통해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과 논쟁을 접할 수 있으며 과학적 사고방식을 습득할 좋은 기회이다. 과학은 잘 모르지만, 호기심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과학적으로 훌륭한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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