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부분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 제조를 외주화하게 되었는지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경제적 경쟁’이라는 수사(修辭)를 비판하며, 미국 중산층의 임금보다 기업의 이윤을 우선시한 내부적 요인이 외주제작을 가속했다고 주장한다. ‘범죄가 있었다면, 그것은 내부자 소행이었다’라는 표현은 이 문제의 핵심을 간명하게 짚어낸다. 그는 투자자 계급의 단기적 이익 추구가 노동 착취를 심화시키고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적기 생산(Just In Time) 생산방식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토요다가 창시하여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비용을 절감하려는 이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였으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 이 방식은 ‘중독성 강한 효율성의 형태였다’며, 노동자들의 시간과 복지를 희생시켜 이룬 효율성의 대가를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특히, 이 모델이 어떻게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간다운 삶을 희생하며 작동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은 팬데믹 이전의 세계화 역사와 맞닿아 있다. 냉전 이후 세계는 중국을 제조 허브로 하는 전 지구적 생산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는 저렴한 상품과 신속한 배송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팬데믹은 이러한 시스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조차 공급망의 혼란이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세계화가 가져온 이점과 부작용을 동시에 살펴보며 소비자와 정책 결정자 모두가 새로운 시스템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는 또한 세계화가 월스트리트와 같은 금융 엘리트의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왔음을 지적한다. 세계화가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시스템이 대규모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경고한다. 팬데믹은 이러한 문제를 가시화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에 또 다른 충격에 대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화의 재구성이 단순히 필요한 것임을 넘어 세계 경제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상품 운송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조명한다. 여기서는 특히 해운업 종사자, 항만 노동자, 그리고 트럭 운전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팬데믹 기간 동안 겪었던 고충이 두드러진다. 선원들이 항구 앞 바다에서 수개월간 배에서 내려오지 못했던 사례를 통해 고립과 비인간적인 조건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묘사한다. 또한,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들이 감당해야 했던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문제를 강조하며, 이러한 노동자들이 공급망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착취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노동조합에 대한 논의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국제 항만 및 창고 노동조합(ILWU)과 같은 조직이 공정한 임금과 복지를 확보한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단기 계약에 의존하는 트럭 운전사와 철도 노동자들이 직면한 구조적 실패를 비판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효율성을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시스템적 문제를 꼬집는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글로벌 무역의 변화하는 동향을 다룬다. 베트남과 멕시코로 제조 허브를 이동시키려는 노력에 대해 논하면서, 이는 글로벌화의 종말이 아니라 허브의 재구성이며 여전히 자급자족에서 먼 현실임을 강조한다. "세계화는 끝나지 않는다. 국제 무역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문제의 근본은 노동 착취와 기업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