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역사 -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윌리엄 바이넘 지음,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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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교 출판사의 '작은 역사책' 시리즈에 새로 추가된 이 책은 현대적 이해의 뿌리와 함께 지식인들이 자연 세계의 주요 측면을 탐구하기 위해 취했던 행위를 다룬다. 영국 런던대학의 의학사 명예 교수 바이넘은 탄탄한 연구 배경을 바탕으로 이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와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열렬한 과학 애호가부터 연금술 분야, 화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스위치를 누르면 어떻게 불이 켜지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접하면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떠오른다. 우주의 과학과 작동원리에 관한 훌륭한 탐구이자 우리가 학교에서 분명히 배웠지만 잊어버렸을 듯한 훌륭한 교훈을 담고 있다. 브라이슨이 매우 매력적인 유머 감각으로 글을 썼다면, 바이넘은 과학의 역사를 진지하고 친절하게 다루어 읽기 쉽고 매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브라이슨의 복잡한 우주 역사와 비교하면 바이넘의 작품은 평균 5페이지 정도 짧은 이야기로 다양한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로 쓰였고 과학 역사에 편안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끔 등장하는 고급 어휘는 괄호 안이나 본문 안에 깔끔하게 설명하여 진입 독자층을 배려했다. 이는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이루어졌는데, 이미 해당 용어에 익숙한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백과사전 같은 구조의 용어집보다는 이런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호기심 많은 어린 독자들에게는 호평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고, 어느 부분을 펼쳐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익힐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이 책이 연대순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분야의 주요 인물들 역시 언급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몇 가지 주제만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명하든 안 하든 자연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꾼 과학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은 퀴즈 애호가에게는 훌륭한 자료집이 되겠다.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시작되지만, 적어도 비교적 근대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난 곳이 바로 유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주로 유럽의 과학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원전 시대부터 암흑기, 르네상스까지 광범위한 역사를 다루며,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한 화학전 및 군수품 개발 이야기도 포함된다. 이 책은 현대 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구성하는 놀라운 이야기를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각 장의 제목은 눈에 잘 띄는 목판화 스타일의 흑백 삽화로 장식되어 앞으로 다룰 핵심 개념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예를 들어 22'힘과 장, 자기'에서는 전류와 전자기학을 연구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분야를 발전시킨 여러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종종 과학자들 간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는데, 과학자들은 자신보다 앞서간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거나 전임자들이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저자는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영향을 미친 정치와 종교 같은 요소에도 초점을 맞춘다.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갈릴레오, 베이컨, 데카르트, 아인슈타인 등의 업적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2세기에 중국인들은 높은 가열과 냉각을 통해 철을 자화시키는 방법을 배웠고, 그 결과 철이 남북 방향을 가리키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또한 숯, 유황, 질산칼륨을 혼합하여 화약을 발명했다. 이 세기에 중국인들은 최초의 의학 서적을 만들었으며 침술도 이 시기에 치료법으로 등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은 그의 사후 천 년 동안 과학 사상을 지배했다. 그는 자신의 과학을 살아있는 세계, 변화의 본질, 하늘의 구조라는 세 부분으로 구분했으며 공기, , , 물의 네 가지 기본 원소를 제시했다. 하지만 고대에는 일부 중요한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길을 걸었는데 그 첫 번째는 유클리드다. 유클리드는 예수가 탄생하기 200년 전 <기하학의 원소>라는 걸작을 통해 점, 선의 표면, 부피를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위대한 과학자는 에라토스테네스(BC 284~BC 192)였다. 그는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사용하여 지구의 둘레를 측정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하지의 태양 각도를 측정한 다음 기하학을 사용하여 알렉산드리아에서 시네까지의 거리를 25,000마일로 계산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거리는 24,901.55마일이다. 마지막 위대한 인물은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100년경~178년경)로 그는 별, 행성, 달의 움직임을 계산하였고 우주의 별 위치를 도표로 만들었다. 그의 책은 수 세기 동안 천문학자 교육의 주요 자료로 사용되었다.




의학계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수많은 규칙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히포크라테스와 실제 천재이면서 자신도 천재임을 자랑스레 밝히던 갈레노스라는 두 명의 거인이 있다. 갈레노스는 건강해지려면 신체가 균형 잡힌 상태여야 한다고 믿었으며 혈액, 황색 담즙, 흑색 담즙, 가래의 네 가지 체액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뜨겁거나 차갑고 습하거나 건조한 상태였으므로 뜨겁고 습한 질병은 차갑고 건조한 방법으로 치료하였다. 갈레노스는 또한 환자의 맥박을 짚어낸 최초의 의사로 맥박의 강도로 환자가 질병에 걸린 여부를 가릴 수 있었다. 그는 해부학도 공부하면서 많은 동물을 해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장기와 그 기능을 설명하는 책 <장기의 용도에 관하여>를 저술했다. 그는 또한 가장 중요한 신체 기관(, 심장, )을 중심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영혼의 체계와 함께 많은 질병이 우리 마음의 창조물이라고 믿었다.

 


위대한 화학자 중 한 명은 파라셀수스였다. 그는 소금, 유황, 수은이라는 세 가지 기본 원리를 고안했다. 소금은 사물의 형태를 만들고, 유황은 사물을 태우는 원인이며, 수은은 연기와 유동성 물질을 유발한다. 그는 외부의 힘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믿었는데 이 의견은 당시의 생각과 달랐기 때문에 그의 생전에는 대부분 무시되었지만 수년 후 사실로 입증되었다. 또한 미량의 수은을 사용하여 당시 가장 위험한 질병 중 하나였던 매독 치료제를 만들었다.




16올라간 것은 반드시 떨어진다는 뉴턴에 대한 내용처럼 개별적으로 영웅급 과학자에 초점을 맞춘 챕터도 있다. 뉴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산적인 인물이었으나 그의 유명세에 비해 세간에는 매우 비호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중점을 둔 또 다른 측면은 이러한 이야기의 기초가 된 과학자들의 기원과 배경, 교육 수준 등에 대해 약간의 내용을 얹어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많은 철학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교육받을 수 있었지만, 자연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의 수완에 의존한 사람들도 많았다.




아마도 이 책에 대한 호불호는 전적으로 독자의 기대와 배경에 따라 갈릴 듯하다. 어학을 전공했으나 수학은 이미 중학생 때 포기했고 과학은 수박 겉핥기만 했던 필자는 뒤늦게 기초 과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지는 않아도 현대 과학이 어떻게 지금까지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광범위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앞서간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유명 과학자와 그들의 과학적 아이디어 및 개념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고 이들을 서로 연결하여 참조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유명 과학자의 흥미로운 일화나 그들의 삶과 업적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시하며, 그에 반대되는 아이디어, 이론, 철학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관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8엔진과 에너지에서는 엔진의 작동원리, 전기와 자기의 관계 등 이해가 짧았던 몇 가지 개념을 자세히 설명한다. 아울러 더 읽어봐야 할 인물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정말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쓰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쯤 되는 영어 실력이라면 영어도 배우고 과학 상식도 쌓으며 공부 삼아 원서로 읽어보아도 좋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각 장 끝마다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읽어보고 싶은 구역을 달아주었으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결국, 63빌딩 높이에서 과학을 내려다보는 관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과학사 입문서로서, 전체적으로 소화해야 할 내용은 많은 편이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볼 만한 책으로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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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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