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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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다우니스 폰테인은 프랑스/이탈리아계 어머니와 오지브웨족 파이어키퍼인 아버지라는 두 세계의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아버지는 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삼촌 데이비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몇 달 전에 돌아가셨으며, 할머니는 삼촌이 돌아가신 직후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큰 상실과 슬픔을 경험한다. 그녀는 또한 오빠의 죽음과 어머니의 병환을 모두 힘들게 받아들인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위해 예정되었던 미시간 대학교의 입학을 연기한다.

 

하나둘씩 여러 등장인물이 소개되면서 주인공 주변의 정황이 설명된다. 다우니스의 가장 친한 친구 릴리의 전 남자친구가 마약 조직과 싸우고 있고, 부족(部族) 선거가 진행 중이며, 데이비드 삼촌의 원인 모를 죽음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등 지역 사회에 뭔가 석연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다우니스의 할머니 펄은 세 명이 모이면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난다며 복선을 깔아준다.

'하키의 신'인 다우니스의 이복오빠 리비는 팀에 새로 들어온 제이미 존슨과 친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제이미와 그의 삼촌 론은 다우니스의 삼촌 데이비드가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던 교사 자리를 대신하려고 마을로 이사 온다. 다우니스는 제이미와 가까워지면서 그가 해주는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음을 발견한다. 제이미는 다우니스의 삶과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날 밤, 릴리의 남자친구가 그녀를 살해한 후 자신에게 총을 겨눈다. 다우니스는 제이미가 고등학교 하키 스타이자 전학생이 아니라 동네에서 누군가 제조 유통하는 필로폰을 수사 중인 22살의 잠복 경찰임을 알게 된다. 론과 제이미는 다우니스에게 데이비드 삼촌이 맡았다가 사망하면서 중단했던 수사의 기밀 정보원(Confidential Informer)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했던 다우니스는 이것이 지역 사회를 진정으로 도울 방법임을 깨닫고 동의한다. 과학도인 다우니스는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는 연습을 통해 FBI가 필로폰 제조 방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작업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후보자였다. 게다가 다우니스의 이모 테디 덕분에 FBI는 이 필로폰을 특히 강화하는 성분이 그녀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행해지는 전통 의학에서 나온 것이라 믿는다.

 

수사가 진전되면서 다우니스는 점점 진실을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제이미와 다우니스가 수사하면서 함께 보낸 시간을 위장하려고 '사귀는 척'하는 동안 서로에 대해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는다. 다우니스의 전 팀 동료이자 친구였던 원주민 로빈과 헤더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자 다우니스는 그들이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론과 제이미가 정보원으로서 본연의 임무에서 여러 번 벗어나지만, 다우니스는 이 수사에서 자신의 강점은 단순히 FBI를 돕는 데 그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녀의 진짜 목표는 지역 사회를 재건하는 것이었다. 마약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선 다우니스는 지역 사회의 원로들과 시간을 보내고, 해서는 안 될 일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경고를 날린다고 알려진 '작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환각성 버섯이 첨가되었을 것이라는 FBI의 시각에서 벗어난다. 또한 다우니스는 트래비스가 마약을 만들 때 첨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나쁜 약'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결국 다우니스는 오빠와 그의 친구들이 하키계의 일부 부모들과 함께 마약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었다는 진실을 밝혀내는데, 심지어 부족 판사 리바이의 어머니도 마약 제조를 은폐하는 데 한 몫 거들고 있음을 폭로한다. 그녀는 아들의 신변과 돈벌이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우니스와 제이미를 납치하고, 이 계획은 경찰의 추격과 다우니스의 병원 입원으로 이어진다. 다우니스는 오빠와 지역 사회 사람들의 배신에 슬퍼하지만, 소설이 끝날 무렵 선명한 시력(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선물 받는다. 다우니스와 제이미는 다우니스가 납치와 추격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헤어지지만, 언젠가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마약 조직이 소탕되고 10개월 후, 다우니스는 하와이 대학교에 입학하여 민족 식물학과 전통 의학을 공부하기로 했음을 알린다. 조상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은 과거의 문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다우니스의 굳은 믿음과 함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 소수민족과 인종 차별의 현실 고발

다우니스는 두 지역 사회 사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미시간주 소트 세인트 마리(Sault St. Marie)에 살며 아니시나베족인 친가 파이어키퍼스(Firekeepers)와 부유한 외가 폰테인(Fontaines) 가문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에 적응해나간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미래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만, 외할머니가 뇌졸중에서 회복 중이기 때문에 대학 진학 계획을 미루기로 한다. 파이어키퍼 이복동생인 리비와 하키를 하며 여가를 보내다가 누군가 위험한 신종 마약을 판매하고 있으며 시체가 쌓여가는 것을 발견하면서 비극이 닥쳐온다.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려 노력하는 동안 다우니스는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과거를 은폐한다.

 

이 책은 강간, 마약, 인종 차별, 죽음과 같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오지브웨족의 문화적 질감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로 어둠과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다우니스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불안한 소녀이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대처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일인칭 화법으로 내면의 독백을 드러내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녀가 반인종적 편견에 대항하고 사회악에 대처하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함께 겪는다. 강렬한 인상의 표지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현대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이 책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문화, 하키 경기, 마약 수사, 사실과 수치로 사고하는 STEM 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우니스에게 비밀 정보원이 되어 달라는 FBI 위장 요원 제이미가 접근하면서 약간의 로맨스가 펼쳐지기도 한다. 다우니스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슈가 아일랜드에 계속 등장하는 시체들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흥미롭다.

 

질문하는 사람과 이유에 따라 원주민이라는 사실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에게는 결코 원주민이 될 수 없는, 입장의 차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우니스는 혼혈이지만 여전히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 내의 편견에 직면해 있다. 하키는 대부분 남자 선수와 남성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녀가 소속감을 느끼는 유일한 곳이다. 전통 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대단히 돋보인다. 그녀는 확실히 강인한 성격의 주인공이며 그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어둡고 무거운 사회악을 주제로 삼았다. 마약 제조와 유통에 관한 내용이 심도 있게 다뤄지며 심지어는 FBI 요원들과 함께 마약 제조법을 배우는 수업도 등장한다. 또한 다수의 살인과 강간 등 강력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며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는 책 전반에 걸쳐 강력한 담론으로 엮여 있다. 죽음과 흥미진진한 새로운 역할, 전통 의학에 관한 관심 표현 등으로 강렬하게 시작하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상당히 지루해진다. 수사의 대부분을 다우니스가 직접 수행하면서 FBI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별다른 일 없이 진행된다. 동료 하키 선수들과 어울리고,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방문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이미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등 그녀의 일상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매우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현대 소설치고는 분량이 많은 편이라 내용을 좀 더 압축적으로 구성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침내 수사에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내용의 정체가 풀리지만, 중반부만큼은 별다른 진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결말 부분으로 갈수록 매끈하지는 않아도 그간 주류 소설에서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란 점은 분명하다. 이제 곧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로 공개된다고 하니 원작과 어떻게 달리 표현될지 사뭇 기대된다. (2023-03-3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미소설 #파이어키퍼의딸 #소수민족 #인종차별 #미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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