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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양 - 5주 만에 끝내는 인문학 수업
로랑 아베주.자멜 벵아씬.필립 씨에라 지음, 강현주 옮김 / 더좋은책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수능 시험을 코앞에 둔 고3 학생들이라면 시험 당일까지의 시간을 생각해서 대개는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생각으로 암기 과목을 공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평소에 영어는커녕 국어 교과서도 잘 읽지 않던 우리 반 어느 학생이 수능 영어 과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더니 썩 괜찮은 진학 결과를 거두었다. 대체 무슨 비결이라도 있었을까?
만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리 출중하지 않은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학생이 어느 정도의 영어 점수를 받게 될지 예견하고 있었다. 당시 2학년이던 그는 매일 아침 종이 신문을 들고 와 입으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십여 분 정도 훑어보는 습관이 있었다. 많은 내용을 깊이 읽는 것도 아니었다. 표제 기사와 작은 제목을 포함하여 첫 문단 정도만 읽고 지나가는 대신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보는 것이었다. 허투루 보내기 딱 좋은 아침 이른 시간을 3년간 알차게 보낸 대가는 큰 기쁨으로 돌아왔다. 요즘 말로 그는 그 어렵다는 비문학적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익혔을뿐더러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도 정통했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시는지? 수능 영어 지문의 난이도는 국어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영어뿐 아니라 국어 과목 점수도 꽤 잘 받았다.

교양, 다시 말해 배경지식이 비단 대학 입학시험 점수에만 효과적인 건 아니다. 알고 모르고는 종이 한 장 차이지만 몸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도 하고 쓸데없는 비용의 지출을 막아주기도 하니 일상에서 그 효과는 실로 위력적이다. 물론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다는 얘기다.
이 책은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양을 아홉 가지 분야별로 엄선하여 제시하고 80문항짜리 퀴즈로 복습하게 해주며 바로 정답과 함께 보충 설명까지 곁들여 놓았다. 뭘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다 준비해오는 친절 자상한 애인처럼,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할지 몰라 유서 깊은 역사적 사실부터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별로 다양한 소재를 제시하고 있다. 소재마다 내용을 길지도 짧지도 않게 한쪽에 딱 맞도록 빼곡히 담다 보니 나처럼 노안이 온 세대가 여러 쪽을 읽어나가기에는 작은 글씨가 부대끼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군더더기가 없고 역사적 사실 위주로 서술하고 있어 매우 값진 정보가 된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소재 나열식 구성이면서도 간결함을 잘 살린 것 같다. 노안으로 잔글씨가 정 부담된다면 하루 두세 장 정도만 읽어도 훌륭한 교양서적으로 손색이 없겠다. 퀴즈 또한 어렵지 않아 별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이며 셋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설령 틀린다 해도 보충 설명을 읽고 확인해주면 그만이다. 정답을 맞힌 문제보다 틀렸던 문제가 더 잘 기억나는 법이라니 마음 놓고 틀려도 좋겠다. 이 책, 수준급으로 잘 번역된 수능 영어시험 지문을 읽는 느낌이라면, 감이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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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