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감각 -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
바비 더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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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의 기준대로라면 1960년대 말에 태어난 나는 X세대에 속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모든 정체성을 X세대라는 한 단어로 대신해도 되는 걸까? 저자에 주장에 따르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대 차이 개념이 실제라기보다는 단지 언론이 세대 차이를 문제 삼아 가짜 세대 전쟁을 부채질한 결과라고 말한다. 일례로 기후변화에 대한 신념에는 약간의 세대 차이만 있을 뿐 세대 간 정치적 성향은 더 강력한 예측 변수다. 심지어 자살률의 경우 젊은 세대보다는 50대 중년층 사이에서 더 높다.

 

사실 세대 차이는 '라이프 사이클 영향'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에 의해 '게으름뱅이'이며 '자기 집착'이 강하다는 꼬리표가 붙지만, 젊은 세대가 게을러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아직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거나 재산을 덜 소유하여 지킬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을 문맥 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게다가 젊은 세대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기성세대는 오랜 기간 재산을 모으고 주가가 오르면서 재력이 향상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젊은 세대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 추세와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구직난과 고용 불안정을 겪으며 주택담보대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뿐 아니라 저자는 인터넷과 전화 사용, 포르노 사용, 정신질환, 행복의 측면에서 세대 차이 및 유사성을 계속 탐구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커다란 세대 차이를 경험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더 많이 이주하는 반면, 나이 든 세대는 인구가 적고 대체로 비슷한 연령대로 구성된 교외 지역을 선호한다. 예측할 수 있는 해법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각 세대가 앞으로 여러 대에 걸쳐 더 많은 접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각 세대를 균질한 집단으로 취급하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두드러지는 세대 간 인식 차이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최신의 학술서적이다. 저자는 미디어 논평과 세대를 중심으로 생겨난 산업이 다양한 세대 집단을 몇 가지 특징적인 행동과 관점으로 압축시켰다고 주장한다. 각 세대의 특징은 기후변화, 주택, , 건강 등의 사안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변질되어 각 세대를 꼬집거나 비난하는 속어가 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에도 이미 젊은 층과 노년층 사이의 분열이 기록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세대론이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바로 그 부분에 이 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세대론이 눈송이나 점성술 적 오해에서 벗어나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취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같은 사회적 논제를 살펴보는 동시에 세대론이 정신건강이나 자동차 소유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사안들에 통찰을 제공한다. 세대 차이 또는 세대 갈등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크게 다음 네 가지 생각으로 정리된다.


첫째, 소위 기성세대, 즉 부머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대부분은 이들의 성년 도달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초등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에 일찌감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전후세대에 비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어른 노릇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우 길어졌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조급하게 어른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일단 MZ세대가 성인의 패턴을 형성하면 그들의 삶과 견해는 기성세대와 상당히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우리는 모두 우리 시대의 큰 사건들, 예컨대 경제 대공황, 세계 대전, 경제 붕괴, 전염병 등의 산물이며, 인생의 초창기에 굵직한 사건들을 견뎌낸 사람들일수록 그 파급력이 평생토록 지속되는 결과를 얻는다. ‘나 때는 말이야처럼 세대별 특징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파급된 결과다.


셋째, 부머와 젊은 세대 사이에 특정한 세대 간 갈등에 처해 있다는 생각은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 아무런 근거도 없다.


넷째, 서구 사회의 진정한 역사상 큰 변화는 남녀 구별과 성에 대한 태도, 정체성, 행동의 변화를 이끈 종교의 쇠퇴였다. 그러나 서구 전체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신앙심이 더 독실한 남반구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증감이 상쇄되어 세계적인 변화는 미미하였다. 역설적으로 서양에서 새로운 종교 부흥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남반구에서 종교 인구의 급격히 감소할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이 책의 통계 자료는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하지만 세대 간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넘쳐나는 자료에 압도되는 느낌도 든다. 자료의 상당량은 미국과 영국 등 서구를 중심으로 교육화, 산업화된 국가들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실제 우리 사회의 현실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비록 통계 자료가 라이프사이클 효과라 하더라도,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일반적으로 더 자신감 있고, 더 친절하며(또는 호감도가 더 높으며),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통계에는 잡히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 예컨대 인간의 일생에 걸친 정서와 성격적 변화 및 심리학적 연구, 삶의 목적과 직업윤리에 대한 세대의 관점 차이, 연령대별 언어학적 접근법 등을 세대별 특성으로 다뤄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가치 있고 잘 연구된 책이며 흥미로운 발견과 결과를 제시하지만, 통계만으로는 세대 간 차이 및 유사성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면, 그것을 창조하는 것은 젊은 층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주요 사안에 관심이 있거나 세대별 특징에 대한 좀 더 미묘한 이해 그리고 노년층과 젊은 층의 진정한 차이를 알고픈 독자에게 추천해 드린다.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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