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별을 봅니다 - 우리 시대의 명상록
김인현 글, 권오철 사진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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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되기 전 살았던 청주 산골의 황토집은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식수는 우물물을 길어다 먹어야 했고, 어둑한 호롱불 흔들리는 불빛에 매캐한 그을음 냄새를 맡으며 해가 지기 무섭게 이른 저녁밥을 먹었다. 뱃속이 조금 가벼워지면 널찍한 마당의 평상 위에 펼쳐진 모기장 안에 드러누워 참외를 까먹으며 은하수 뿌연 밤하늘의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을 세다가 까무룩 잠들곤 했다. 오랜 도회지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어릴 적 생각은 안 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당시의 기억은 도심지의 빛 공해만큼이나 선명해진다. 그런데 참, 삶에 지쳐 하늘 대신 자기 발끝만 보며 걷게 된 오늘의 우리가 마지막으로 별을 본 것이 언제였더라?

 

엄청나게 커 보이는 지구도 결국,

우주 안에선 작고 파란 하나의 별일 뿐이다.

남의 삶이 대단해 보여도 결국 작디 작은 지구에 사는

똑같은 생명체일 뿐이다. (p.138)


대자연의 일부로서 우리가 별을 바라볼 때 느끼는 심정은 누구 할 것 없이 거의 다 비슷해지는 것 같다. 바로 경건함이다. 지구가 광대무변한 우주의 셀 수 없이 많은 별 가운데 한낱 행성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인간이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것 같아도 먼지 속의 티끌일 뿐이라는 자각에서 오는 그 경건함 말이다. 그래서 얇고 작고 짧은 글이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은 제법 길게 오래 갈 듯하다.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면 간절하지 않다.

누구나 만날 수 있다면 그립지 않다.

좋은 풍경은 간절한 사람 앞에서만 모습을 보인다. (p.214)

 

수려한 별 사진을 곁들인 명상록을 표방하는 이 책은 차례와 관계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 들어도 인생의 묘미가 담긴 짤막한 글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사진마다 그 한 장면을 담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와 천체과학, 지리학 등 알토란 같은 설명 이외에도 오랜 세월을 계획하고, 기다리고, 실패하고, 다시 준비하고 이루어낸 시간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기술에 시간이 쌓이면 예술이 되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ㅇㅇㅇ님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 이 책을 드립니다라고 인쇄된 표지 문구처럼 이 책은 천체 사진만으로도 훌륭한 소장본이며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그저 친구 같은 별을 바라보며 별 하나에 따뜻한 위로를 얻고 별 하나에 희망을 품으며 힘들 땐 별을 보자는 순수한 마음 선물을 누가 마다하랴



#에세이 #힘들땐별을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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