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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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외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과 판이하거나 유사한 풍습을 겪어 본 일,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차량이 왜 좌측으로 통행하는지, 미국인들은 왜 걸핏하면 대형 사고를 내면서도 총기 소유를 긍정적으로 보는지, ··일 삼국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는 국가이지만 재질과 길이는 왜 다른지 등이다. 지리 과목에 만점을 받아 지리라면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필자라도, 세계가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지를 설명할 자신이 없다. 지리는 환경에 지배받거나 혹은 환경을 극복한 인간 역사의 다른 이름인 동시에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또한 아우르는 광범위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인간만이 지닌 삶의 형태이자 타 지역과 다른 독특한 하나의 행동양식인 동시에 서로 다름을 만들어내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역사적 산물이자 일종의 집단적 유전자로서 어느 집단에 더 낫고 못 한 기준을 부여할 수 없으며 상호 존중을 원칙으로 한다. 문화 차이에 관한 흔한 사례로 타 문화권 국가에서 언어장벽으로 인해 이방인과 현지인 사이에 일어나는 오해와 실수는 극복할 수 있지만,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든다. 극복하지 못한 문화 차이의 좋은 예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독일영화 화이트 마사이(The White Massai, 2005)를 소개해본다. (출처:네이버 블로그)



주인공이자 스위스인인 카롤라는 남자 친구와 함께 케냐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귀국 바로 전날 우연히 만난 마사이족 청년 레말리안에게 한눈에 반한다. 난생처음 겪는 감정에 충실하느라 카롤라는 케냐에 남고 남자 친구는 혼자 돌아간다. 레말리안을 찾아 무작정 오지로 향한 그녀는 현지인과 결혼하여 정착한 백인 여성 엘리자베스의 도움을 받아 마사이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레말리안과의 재회를 기다린다. 열흘을 기다리자 레말리안이 그녀를 찾아오고 레말리안의 마을로 따라 들어간 카롤라는 마사이 마을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이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카롤라는 스위스 고향을 찾아 주변을 정리하고 결혼을 결심한 채 다시 돌아온다. 둘은 오로지 사랑으로 결합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마을에 사는 백인 신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게다가 모든 것이 낯선 카롤라에게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생업을 위해 레말리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식료품 가게를 개업하여 대성공을 거두지만 그가 외상거래로 이웃들에게 물건을 마구 퍼주는 방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카롤라의 독립적인 생활 방식은 전형적인 가부장 사회의 남성인 레말리안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신부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의처증까지 생긴다. 결국 가게 운영을 망치게 되자 둘 사이는 제대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남편의 폭력과 의심 협박, 여성 할례, 가축인 염소보다 더 낮은 여성의 지위 등 현격한 문화 차이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된 카롤라는 딸이 할머니를 보고 싶어 한다는 핑계로 스위스로 도망간다. 떠나는 그녀와 아이를 보며 이것이 마지막임을 예견한 레말리안이 돌아올 것인지를 묻지만 끝내 대답을 듣지 못한다. 먼지 풀풀 나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뒷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해외지역을 이해하는 기본 틀로서 경제발전 정도가 비슷한 단계의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사한 현상을 가리켜 일반성으로, 반면에 경제발전 단계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특수성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자연지리, 인문 지리, 그리고 문화 특성 기저 요인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특수성으로 여겨지는 여러 사례를 일반성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4부에서는 문화와 비즈니스의 연관성 사례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최근 큰 이슈인 신뢰와 공정이 시사하는 바까지 다룬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위하여 고양 수준에서 이루어진 연구임을 밝히고 있다. 문화의 사전적 정의와 문화이론을 설명하면서 일반 교양서적보다는 학술서적에 가까운 화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책의 머리말은 마치 논문의 국문 초록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지리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크게 나뉘는 일반성과 특수성 개념 설명에 집중하고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문화 간 유사성은 일반성이, 문화 간 차이는 특수성이 지배적인 요인이다. 다시 일반성은 의, , 주와 같은 인간 행위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경제적 조건, 즉 경제발전 단계의 높낮이로 설명하며, 특수성은 지리나 기후 같은 자연지리와 역사와 제도 같은 인문지리 및 고맥락 문화, 집합주의 같은 문화특성으로 설명된다.

 


일반성과 특수성을 과거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1차 동아시아 전쟁으로 불리는 임진왜란을 그 대상으로 한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임진왜란이 16세기 당시 기준으로 세계 대전으로 불릴만한 요건을 갖춘 전쟁이라는 근거로 첫째,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명나라까지 참전한 국제전이었으며 둘째, 정명향도를 표방했던 일본의 국서가 참전의 명분이었으며 셋째, 당시 조선, , 왜 삼국의 인구와 경제력이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으며 넷째, 무기와 전투 능력도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는 수준이었음을 밝힌다. 또한, 이 전쟁에서 일본이 패한 이유로 전쟁 초기 강세였던 일본의 화력이 점차 약해졌고, 일본에 비해 명나라의 경제 규모가 더 컸기 때문이며, 대포와 화약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격차에 있음을 지적한다.

 

도입부에 제시한 궁금증을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 좌측 통행과 우측 통행의 차이는 국가의 소득 수준에서 오는 게 아니라 특정한 수행 방식이 익숙해져서 그 방식에 의존한다는 경로 의존성 때문이다.

- 미국의 합법적 총기 소유는 역사적, 제도적 산물로서 영국 시민혁명과 미국 독립 쟁취의 전통을 계승하는 유산이며 부패한 정부나 독재에 맞서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저항권으로 인식되어 합법화된 것이다.

- 젓가락의 재질과 길이는 각 나라의 고유한 식탁 문화로, 기름진 음식이 많은 중국은 끝이 뭉툭하고 두꺼우며, 생선과 야채를 주재료로 사용한 밥상의 일본은 짧고 뾰족하며, 죽이나 국, 탕 같은 습성 음식을 먹는 한국은 얇고 무딘 금속제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한다.

 

이 책은 이 외에도 풍부한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특수성을 잘 설명하고 있어 목차만 읽어도 매우 가성비 높은 메뉴판을 보는 듯하다. 책 제목은 지리의 이해이지만 그 저변에 깔린 역사와 제도, 시사 상식, 통계 자료 등 읽기만 해도 도움 될 내용이 그득하다. 중요한 문장마다 산뜻한 색상을 입히고 점선 밑줄을 그어 요점을 정리하기 쉬우며 시각적으로도 매우 편안하게 구성하였다. 세상을 이해하는 교양서적으로 손색이 없는 양질의 문화 수업 교재로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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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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