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사전 - English Grammar Dictionary
김정호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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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에게 영문법이란 영원한 숙제이자 애증 쌍곡선이 교차하는 단어이다. 문법이라는 말 자체에서 친근감보다는 규칙과 질서의 느낌을 더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법에 통달한 사람이라도 실제 드러내는 영어 사용능력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문법을 잘 안다고 해도 주로 시험 문제 풀이용이며, 실제 사용능력은 턱없이 모자라거나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영어를 배우면서 문법을 모른다는 것은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나 매한가지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를 하지만 여전히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떨치기 어렵고, 여유 부리며 공부를 게을리해도 언제나 걱정은 떠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영어가 가지는 의미 또한 각별하다. 제도권 교육의 입시 학과목으로, 취업 및 진급 시험으로, 외국어 공인성적으로, 생업용으로, 또는 취미 이상의 문화 자본으로서 우리나라만큼 영어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영어 관련 서적이 넘쳐나는 나라도 드문 것 같다.


그러나 영어도 하나의 언어체계이고 이를 유지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며, 영문법 학습은 여전히 중요하다. 대표적인 영어권 국가인 미국에서 아직도 문법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많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때 영어 학습의 광풍이 불어 온갖 검증되지 않은 학습법들이 학습자들을 현혹하던 시기도 있었다. 문법이 어렵다면서 쉽게 배울 방법만 찾으려 들어도 곤란하다. 자신의 수준에 걸맞은(또는 살짝 쉬운) 기본 영문법 책을 하나 골라서 정확하게 익히는 게 최선이다. 연륜 있는 영어 학습자라면 일본식으로 번역된 영문법 서적에서 벗어나 영어는 영어로 배워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기억하시리라. Grammar In Use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고 필자 역시 그런 흐름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주위에 많이 권유하곤 하였다. 그러나 영어 학습의 진입 시기가 빨라지고 장벽이 많이 낮아진 요즘, 대세이던 기존 영문법 서적의 구성을 학습자의 공부 환경과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런 맥락에서 영문법 분야에서 자칭 문법의 신으로 알려졌으며, 학습자가 배운 문법 지식이 쓰기와 말하기의 생산적 언어능력으로 이어져야 할 당위성을 설파해온 ‘Tommy’ 김정호 선생이 펴낸 최근 영문법 사전을 살펴본다.


 

1. 친절하고 상세한 서술형 설명

이 책의 외관상 산뜻하고 청량감을 주는 감청색과 견고해 보이는 가죽 양장은 시각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과 자연스레 책을 들춰보고픈 호기심을 자극한다. 찾아보고자 하는 문법의 요점을 미사여구 없이 필요한 문법 지식과 적용 가능한 사례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주요 독자는 당연히 한국인 학습자라는 전제하에, 각 문법 개념에 대한 설명은 한국어식 논리 및 문법 구조와 인지 방식을 잘 적용한 것 같다. 서두에서 밝혔듯, 저자는 앞으로 한국인 학습자를 위한 영어 문법서는 풀어쓰는 서술형위주의 설명이 주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체계적인 용례와 기출문제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문법 요점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한 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있다. 기존의 영영 사전식 문법서가 한국어로 해석된 문장을 제시한 데 비해, 설명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자국어화하려는 저자의 시도를 높이 살만하다. 또한, 각 문법 요소를 설명하는 23개의 항목 말미마다 적절한 개수로 제시된 기출문제를 통해 문법 학습의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사실 문법 설명에 딸린 연습 문제들은 모두 필요에 의한 장치로서, 문법의 이해를 강화하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 학습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다. 문제별 해석과 해설을 바로 보고 확인하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답이 눈에 너무 잘 띄어 정답이 뭘까 궁금해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다. 기출문제의 출처를 밝혔다면 현실감은 더욱 커졌을 것 같고, 답은 단원 끝이나 책 뒷부분 부록에 제시해도 좋았겠다.



 

3. 맞춤식 예문 배열

이 책에 제시된 예문의 개수는 2,688개에 이른다. 한국어 학습자는 한국어로 먼저 생각을 하고 영어문장을 떠올리는 순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예문에 우리말 뜻을 먼저 제시하고 영문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실제 해당 문법이 적용된 다양한 문장을 예시함으로써 해당 문법의 개념과 그 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로써 한국인 학습자들이 사용하려는 문장의 의미를 먼저 숙지한 상태에서 영어문장의 문법적 구조를 학습할 수 있어 영문법 학습의 효과를 높여준다. 각 문법 내용에 해당하는 어휘는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평이하고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문장 위주로 구성되어 실용성을 살렸다.

 

4. 강력한 색인 기능

기존의 영문법 책과 가장 색다른 부분은 색인 기능의 차별화 아닐까 싶다. 대개 명사로 시작하는 품사별 순서가 일반적이었다면, 이 책의 색인은 영어-한글-영작 순이며, 기본적으로 철자 순으로 배열되었다. 게다가 흔히 후반부에서 찾게 되는 색인을 도입부에 배치함으로써 차별성을 갖는다. 학습자는 색인을 통해 필요한 문법 설명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따라서 해당 문법 정보를 획득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영 언어별로 구체적인 개별 단어, 문법 용어, 표현 등이 총망라되어 있으며, 짧긴 하지만 문장 단위 색인도 어휘별로 세분되었다. 이 책의 강력하고 손쉬운 색인이야말로 가장 돋보이는 기능이다. 사실 작정하고 문법책을 한 번에 다 읽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므로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는 게 좋다. , 줄줄이 읽기보다는 다시 찾아보는 게 편하다는 뜻이고, 이 책은 그런 기능에 충실하도록 고안되었다는 얘기다.




5. 기타

영문법 사전이라는 제목만 보면 언뜻 묵직한 무게와 부피가 연상된다. 기존의 휴대용 사전과는 달리 처음부터 탁상용으로 고안되어 휴대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는 점에서 떨어지는 이동성을 참작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랴, 애초부터 이동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가정 상비용 영문법 백과사전인 것을. 제법 두툼한 두께에 분량도 적지 않기 때문에, 첫 장부터 한 장씩 넘기며 이 책을 다 읽어내리라는 의욕을 불태울 학습자는 매우 드물 것 같다.

 

6. 맺는말

아무리 훌륭한 학습 교재라도 학습자의 동기와 의욕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영문법 학습서는 문법 지식만을 나열하거나 설명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습자에게 영어로 생각하도록 하고, 말을 시키고, 글로도 써보게 만드는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학습이 나아갈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학습서만으로도 말과 글의 사용능력까지 체계적으로 일궈내 주는 그런 학습서가 필요하다. 비록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학습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쪼록 영어 학습자들이 이 책을 통해 영문법 학습서가 복잡하지도,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을 수 있음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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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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