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육을 말하다
송영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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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로서 생애의 2/3를 보낸 현직 교장 선생님이 퇴임을 앞두고 그간 겪었던 현장 이야기와 교육 경력을 바탕으로 신문에 기고해온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본인과 직접 연관된 내용을 다룬 경험적 수필이라기보다는 때로는 온정을 담아, 때로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전반적인 교육 정책에 대한 분석과 통찰로 새로운 교육 이론과 정책을 말하고자 한다. 강력한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거나 무엇이 옳으니 따라야 마땅하지 않겠느냐는 조의 강변은 아니므로, 혹 듣는 이의 입장에 따라 푸념이나 불평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책의 부제처럼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의 현실을 말하는 책이 없었다는 것이며, 내부자의 시각에서 교육 현안을 안팎으로 살뜰히 아우르며 희망을 얘기하는 동시에 교육 정책과 시의적 변화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하다.

 



이 책은 매끄러운 구어체 위주의 설명이라 빠르게 읽히는 한편, 대체로 호흡이 긴 만연체 문장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마다 국어 선생님 특유의 설명적인 화법이 묻어나며 한 우물만 40년을 파온 교육자로서의 깊은 통찰력 또한 돋보인다. 전혀 가볍지 않은 고등학교 교육을 주제로 한 상당량의 언론 자료와 미주 해설에도 불구하고 기고문을 모아 낸 책이라 그런지 사진이나 그림, 도표 따위의 시각 자료가 전혀 없어 독자가 쉬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대개 교육 분야에 이해관계가 있거나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들의 고등학생 시기 이후에는 이어지는 대학 졸업과 취업 그리고 결혼 등으로 교육 제도에 관한 관심이 식어가게 마련이다. 여느 학부모에게는 기나긴 인생에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잠시 스쳐 가는 3년일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현장은 특히 끊임없이 변화하는 집권 정부의 정책에 따라 움직여야 하므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수행을 겪는다는 수행평가나, 2023년 입학생부터 전면 실시하는 고교 학점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학은 정작 학생들이 가는데 대입 전형 자료는 교사들이 만들어주어야 하며, 수준별로 다르게 가르쳐도 평가의 척도는 수능 시험 하나로 수렴되고 마는 괴리감도 마뜩찮다. 배움에 앞서 만남의 시간을 좀처럼 갖기 어려우니 학기 말이 되어서야 겨우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친해지곤 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마스크를 쓴 채 만나니 많은 학생과 오래도록 낯설다.

 



사실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고등학교 교육 문제만큼은 현장 전문가들에게 위임하는 핀란드처럼 최대한의 후원과 자율성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희망을 지녀왔다. 비록 현실은 전혀 다르지만, 학생들이 내신과 수능과 비교과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굴레에서 벗어나 고등학교 3년이 학생의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진정한 자기 탐구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학생들 사이의 학습력 격차는 한층 더 양극화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오래 진행하다 보니 학교와 교사로부터 받던 격려와 지지가 약해지면서 자기 관리가 체화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격차가 극복되기 어려운 수준까지 벌어지곤 했다. 다행히도 올해부터는 수업이 대면으로 진행되어 만남의 시간이 늘고 있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는 일말의 희망을 품어본다.


결국, 고등학교 교육은 단지 대학 입시기관으로 여겨지는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 해법을 찾으려면 아마도 정확한 고등학교 교육 현실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아마도 이 책이 감정 중립적이고 가감 없는 현실 파악에 가장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대략 3천 가지가 넘고 매년 내용이 바뀌어 고3 담임을 비롯한 수천 명의 진로 진학 담당 교사가 도시락을 싸 들고 온종일 진행되는 대입 수시 설명회를 듣는 연례행사가 역사 속의 진풍경으로 남고, 교사와 학생 대신 스승과 제자로 남아 평생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보장되며,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의 학생을 가르친다는 자조적인 말이 더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사회정치 #고등학교교육을말하다 #송영주 #고교교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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