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 면역력을 키우려면 가공식품을 버려라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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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what you eat‘, 뿌린 대로 거두고 먹은 대로 사는 모양을 일컫는다. 두어 해 전 처음 생긴 이명 증상이 처음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는데 이제는 소리가 더욱 크게 자주 느껴져 피로감과 짜증으로 삶의 질이 부쩍 떨어지는 느낌이다.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병을 키운 탓도 있다. 그런데 이 증상의 주요 원인이 평소 식습관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때문임을 최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식습관을 돌아보면 몸에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맛있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먹거리 부실한 군 생활 이후 저렴해진 입맛이 터득한 생활의 지혜라 할까? 단맛을 좀처럼 거부할 줄 모르는 자신이 설탕 중독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제된 백설탕과 인공 유지가 그렇게 몸에 해롭다는데, 벌써 40년째 하루에 커피 믹스 두 잔씩 마셔왔다니. 다행히도 금연은 성공했지만, 아직 술과 커피는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고혈압과 고지혈증 판정을 받았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나 이게 다 자업자득이다.

 


저자는 호르몬 교란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의 원인으로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을 지목하는 책을 통해 그 유해성을 경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제법 많은 관련 영상이 등장한다. 16년간 근무하던 과자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에게 과자를 주느니 담배를 권하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의 전도사가 된 그는 화학약품 몇 가지만 가지고도 즉석에서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가공식품의 첨가제를 만들어 보인다. 예컨대 유화제로 물과 기름처럼 본래 섞이지 않는 성분들을 강제로 결합하여 냉동 건조한 분말이 바로 커피 믹스에 함유된 크림 성분이다. 본래 자연계에 없던 물질이니 인체에 이로울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 물질은 인간이 접해보지 못했던 뿌리치기 어려운 음식의 맛과 향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주었다.

 

식품첨가물은 크게 정제당, 정제가공유지, 화학물질로 구분되는데 에너지 대사 호르몬인 인슐린에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가하여 대사증후군과 같은 생활습관병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경우 심리, 행동, 정서, 성격에까지 나쁜 영향을 준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e disorder)과 아토피 환자의 증가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최근 유행하는 각종 호흡기 질환도 결국은 식품첨가물이 초래한 인체 면역력 약화가 원인이다.

 


그의 주장은 간결하다.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지만, 음식을 나쁜 존재로 만드는 원흉이 바로 식품첨가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감칠맛과 먹기 편리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욕구와 비양심적인 저렴한 식자재의 대량공급으로 이윤을 노리는 업계가 결탁한 결과물이다. 자연식품 이외의 거의 모든 식자재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인슐린 저항을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훼손하여 암,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의 대사증후군을 유발한다. 예전과 비교해 수명은 늘어났어도 삶의 질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문제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모든 식품에 이 첨가물이 쓰인다는 점이다. 몸에 해롭지 않은 현대 음식이 더 귀할 정도라니 도대체 뭘 먹고 살란 말인가?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혈당 조절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1), 특히 제 기능을 못 할 때(2) 생긴다. 우리 몸은 식후 약 30분 이내 혈당이 올라가는데 이를 감지한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에 있는 포도당을 근육세포가 사용하도록 촉진하고, 간에서 포도당을 새로 만들지 못하도록 막아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무리 많이 분비되어도 제 기능이 작용하지 않아 근육세포로 혈당이 흡수되지도 않고 간의 포도당 생산 과정이 멈추지도 않는다. 결국, 혈당 수치가 올라가는데 평균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2형 당뇨병이 생긴다.



혈당 수치를 내리기 위해 췌장에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혈중 인슐린 수치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체지방이 축적되고, 체내 염증이 유발된다. 지방산과 염증은 또다시 다른 세포들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지방이 혈관에 쌓여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도 저하된다. 췌장 베타세포가 과로로 산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사멸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주어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우리의 식생활 안전을 해치는 요인은 식중독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과 식품첨가물 같은 화학적 요인이 있다. 유해성이 즉각 드러나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먼 훗날 나타나는 화학적 요인이 훨씬 무서운 존재다. 저자는 인공조미료 가운데 특히 MSG(속칭 맛소금)와 같은 화학물질은 병리적 인과관계를 밝히기도 쉽지 않은 데다 눈에 띄는 피해가 없어 소비자들이 방심하는 사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비양심적인 주장이 득세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병리 현상으로 나타날 때는 이미 늦었음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운동 후 습관적으로 찾던 이온 음료와 매일 마시던 커피 믹스 대신 생수로 대신하고, 피자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와 탄산음료의 음용 횟수를 줄이고, 라면에는 단무지 대신 반드시 싱거운 김치를 곁들이고, 주스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생과일을 먹고, 출근길이 바빠도 시리얼 대신 통곡물빵으로 대신하고, 시금치와 우엉이 들어간 김밥을 먹고, 반드시 성분표를 확인하여 건강한 음식을 구입하며, 무엇보다 화학물질 그득한 희석식 소주를 줄여볼 수 있겠다. 솔직히 지금 해 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구구팔팔이삼사(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4일 만에 하늘나라)를 되뇌며 노후를 병원 침대에 누워 보내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 않을까.

 

결국, 저자는 자력으로 건강을 지키려면 금연과 금주, 식품첨가물 범벅인 가공식품을 피한 건강 식단, 땀나는 운동과 숙면이 결론이라 말한다. 몸에 좋은 것 열 가지를 먹는 것보다 몸에 해로운 것 한 가지를 피하는 게 정답인 셈이다. 아는 만큼 건강하고 장수하는 시대를 맞아 슬기로운 식생활을 실천할 실용적인 지침서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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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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