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전공자 출신인 저자가 20여 년 대치동 논술 강사 생활을 접으며 써낸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성인 의식이자 통과의례인 대학 입시를 바라보며, 순수한 본질에서 벗어난 입학사정관제와 자본 논리로 인해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가장 변질된 학종 제도의 폐해를 제시한다. 2부는 부동산 개발의 시점에서 강남 신화의 탄생부터 부동산 1번지가 된 역사, 학벌 세탁과 학벌 위조의 온상지가 된 유래를 살펴본다. 대한민국에서 대치동만큼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의 욕망이 절묘하게 결합한 곳은 없음을 알게 된다. 3부는 전공을 살려 돼지엄마와 카페맘 등 다양한 계층의 대치동 학부모 및 강사와 상담실장을 비롯한 학원가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이들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를 말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사교육이 공교육의 적이자 사회악으로 여겨지기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더 나은 입시 제도를 위해 공교육이 흡수할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제는 학벌주의와 사회적 차별이 만들어 낸 교육열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대치동의 행위자들은 사회적 지위 향상 또는 계급 재생산을 위한
노골적이고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갖는다. (305쪽)
사람이 아플 때 몸에서 열이 나는 이유가 백 가지도 더 되는 것처럼, 학교를 배경으로 한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일 수 없다. 저자는 학교 내부가 아닌, 강남 8학군을 둘러싼 지역 전체의 삶과 인간 군상을 아우르는 동시에 사회 문제로서의 교육을 고민하며 그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그는 우리 삶이 정신적으로는 학벌주의에, 물리적으로는 부동산 신화에 지배당하면서도 때로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강물을 떠내려가는 뗏목에 올라탄 사람은 뗏목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기 어렵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기는 쉬워도 그 반대는 그렇지 않다. 남들이 잘 모르는 자신의 과거 경력을 과시하고 전문가의 식견을 자랑하고픈 욕구를 누구나 겪을 법하지만, 저자의 글을 보면 적어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랜 기간 사교육의 중심에 있었기에 타성에 젖어 사익을 좇을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많은 문제의식과 진지한 고민이 담긴 철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고육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되며, 그런 점에서 달리는 기차에서 먼저 뛰어내린 그의 용기를 높이 살만하다.
학벌주의와 계급 상승이라는 세속적 욕망은 내버려 둔 채 공교육의 몰락을 말하고, 입시 제도를 탓하고, 사교육을 만악의 근원으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3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