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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지혜 수업 - 78가지 사례로 배우는 행복과 성공을 위한 연금술
무천강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10월
평점 :
지혜와 관용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덕목이 아닌 게 분명하다. 나이와 더불어 이런 덕목을 갖춘 이들이야말로 사회의 ‘어르신’으로 불려 마땅하건만, 사실 그런 어르신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거니와 스스로 어르신 노릇을 감당하려는 사람은 더욱 흔치 않다. 게다가 아무리 행복과 성공을 위한 금쪽같은 명언이라도 남의 이야기인 양 귀동냥하거나 생각 없이 읽기만 해서는 체화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 일어났던 사례로부터 지혜를 얻는 방법이 가장 와 닿기도 하여 선호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혜를 생각하니 최근 겪었던 일화가 생각난다.
어느 주말, 가족과 함께 교외의 단골 칼국숫집을 찾았다. 식사를 마치고 식대를 치르려다 보니 자동차에 지갑을 두고 왔음을 알게 되었다. 주차장에 다녀오는 동안 계산대에 잠시 올려두었던 계산서가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찾고 있던 사이, 옆자리에서 식사하던 60대 남성이 영수증을 한 손에 쥐고 씩씩대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격분한 목소리로 어째서 두 사람의 식대가 사만이천 원이나 나올 수 있느냐, 이 업소는 장사를 이런 식으로 하느냐, 마침 영수증을 확인해보았기에 망정이지 바가지를 쓸 뻔했다는 등 가시 돋친 목소리로 주인에게 항의했다. 주인이 필자의 계산서를 그의 식대로 잘못 알고 결재했으니 항의받아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필자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상황을 얼른 눈치챈 주인은 사과의 말과 함께 먼젓번 그의 결재를 취소하고 정확한 금액으로 다시 결재해 주었다. 옆자리의 그 남성에게는 결재 오류가 잠시 언짢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로서는 손해 보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니 웃어넘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인의 정중한 사과를 받아들이지도 않은 채 업소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으니 아마도 다른 손님들은 그의 으르렁 소리에 잠시나마 언짢았을 것이다. 출입문을 나서던 그 남성의 반백 머리 뒤통수가 왠지 가벼워 보였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는 그렇지 못했다는 느낌을 필자 혼자만 받지는 않은 것 같다.
전체 열 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올곧은 마음가짐, 좋은 습관과 인간관계, 시간 관리, 목표설정, 올바른 인성, 깊은 사고력, 자신에 대한 파악, 감정 조절,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요점의 기저에는 무엇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자신을 먼저 가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보이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가장 먼저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하버드 지혜 수업’이라 해서 반드시 하버드 대학 정도를 졸업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뜻하는 것도 아니며, 실제 하버드에서 지혜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된 데에는 스스로 일정 수준의 도덕성과 기대 수준을 유지하려는 하버드 관계자들의 진지한 노력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고, 그런 노력의 영향으로 키워진 영재들 역시 지혜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한 결과를 살피다 보니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례별로 78개의 지혜를 전수해주는 이들은 실제 하버드 대학의 전·현직 교수이거나 총장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갈수록 더 빨리 초고령화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인생의 지혜를 말해주는 어르신의 존재는 반비례하는 듯하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며 성공하리라 말은 하지만 실제 성공을 거둔 이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 차제에 이 책에 제시된 사례를 통하여 간접적이나마 지혜를 접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지혜는 나이와 달리 저절로 얻어지지 않음을 상기하며, 지혜로워지려 노력하는 모든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