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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지구는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 바다로 덮여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바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면서 밤하늘에 빛나는 달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바다에서의 삶에 남다른 열정과 매력을 가진 저자가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플랑크톤의 중요성과 그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으로 시작되며 대표적 해양생물인 산호의 번식법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한다. 바다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여러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도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다루고픈 주제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이 책은 해양생물 도감 수준의 정보를 담고 있어 조금만 읽어도 내용의 깊이가 매우 충실함을 알 수 있다. 생물학과는 거리가 먼 웬만한 독자들이라도 바다와 생물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로이 배우면서 곧 이 책에 빠져들 것 같다.

다양한 해양생물 가운데 2002년이나 되어서야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과학계에 보고되었다는 대왕오징어 이야기는 관심을 끈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해양 동물들의 수많은 전략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말미잘과 공생하는 흰동가리 가족의 아들내미 이름이 니모였다는 것도, 필요에 따라 암수 성 역할을 바꿀 수 있으며 그래서 엄마는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억지 추측도 가능하다. 독자에게 낯선 식물성 및 동물성 플랑크톤을 언급하면서도 전문 용어들이 매우 잘 설명되어 있어 매끄럽게 읽힌다. 굳이 생물학적 배경지식을 갖춰야 할 부담도 없다. 초소형의 이 유기체들이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산소를 생성하는 원동력임을 예로 들면서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저자가 영화 ‘죠스’와 같이 위협적 존재로 둔갑한 상어에 대해 세간에 잘못 알려진 신화를 깨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상어가 우리의 생태계와 건강한 바다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는 늘 관심 밖이었다. 인간이 상어에 물려 죽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미미하지만,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상어는 연간 약 1억 마리로 추정된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지느러미만 베어내고 목숨은 붙어있는 채 바다에 던져져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쯤 되면 상어와 인간 가운데 누가 더 위협적 존재인지 자명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낯선 해양 환경이 쉽게 이해되며 최근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와 더불어 해양 생물학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몰디브 바닷물 속처럼 신선한 내용을 선사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 대부분이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잊고 살아간다는 점, 푸른 수면 아래 어떤 생물학적 다양성이 숨어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특유의 위트 넘치는 화법으로 바닷속 식구들의 생활사를 시시콜콜 안내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으며 마리아나 해구처럼 가장 깊은 해저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비관론자가 되기는 싫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는 결국 뿌린 것을 거두며 자멸의 길을 가게 될 뿐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결말은 자원 이용, 플라스틱 오염, 남획, 기후 변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해양 환경에 대한 저자의 걱정스러운 시선과 애정으로 가득하며, 해양 환경 보호를 증진하기 위해 블루마인드라는 협회를 설립하는 행동으로 발전한다.

이 책에 수없이 등장하는 학술용어는 저자가 항상 직접 화법으로 설명함으로써 과학과 지식 사이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저자의 바다에 대한 열정은 모든 측면에서 뚜렷이 드러나며 심지어 전염성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해양 환경 보존에 진지한 관심을 둔 독자라면 우리가 즐겨 먹는 바닷가재가 산채로 끓는 물에 던져질 때 고통을 느낀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아무래도 아무 생각 없이 가재 요리를 주문하지는 않을 것 않다.
마지막으로, 매우 드물게 보는 바닷속 생태계 소재와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을 모든 독자에게 추천해 드린다. 읽는 내내 저자의 해박한 해양생물학 지식에 감탄하고 유쾌한 화법에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내 안의 물고기’를 느끼며 찾아가노라면 해양생물들의 모든 경이로움과 함께 바다를 감상하는 법을 배울 뿐 아니라 바다가 보호받아야 할 당위성을 인식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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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