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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 미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소연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1월
평점 :
필자는 비록 생업은 국영수 주요(?) 과목과 관련 있지만, 가장 비중 있게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은 음악 미술 체육을 포함한 예체능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도 예체능이 학교에서 배우는 학과목에서조차 소외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 이후의 삶을 돌아보면 결국 좋아하는 예체능 분야를 찾아가게 됨을 발견한다. 시간과 노력과 금전을 투자하여 영어 연설 모임에 나가고, 장거리 자전거를 즐기고 드럼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우연인지 미술 쪽으로는 자녀의 미술 학원 간판만 열심히 구경해 봤을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은 기업의 최고 경영인을 연상시키는 비즈니스 엘리트를 지칭하고 있다. 비록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는 미술계인 것 같지만 음악과 체육처럼 미술 역시 사람의 생각을 표현한 결과물이기에 꼭 소수 계층만을 위한 전유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대신 교양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미술 상식선에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선 책의 구성을 보자. 총천연색 그림 자료를 담은 미술 교양서답게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에 색상과 미적 감각을 더한 편집으로 디자인이 매우 산뜻하다. 본문의 소단원 제목을 진한 글자로 처리하여 시선이 집중되며 그림 자료마다 설명을 달아 가독성을 높였다. 미술 교과서에서 자주 보았던 그림들을 많이 실어 친근감을 준다.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도 좋지만 그림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충실하게 제공하여 마치 술술 읽히는 옛날 이야기책 같다. 특히 정확한 연도별 도표로 역사적 사건의 발생 시기가 미술사에 미친 영향을 소상히 알려주어 시대 변천과 미술 사조의 연계성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익하다.

서양 미술사 전공자답게 저자는 시대별 특징을 시기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인간의 아름다운 육체를 절대자가 보시기에도 좋았더라는 표현으로 집약되는, 서양 미술 정신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도교의 ‘신’ 중심 세계관을 시작으로 로마제국과 프랑스 고딕 양식을 다루고(1장), 유럽 도시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발흥하여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에 시선을 돌린 르네상스 시대부터 베네치아, 바로크, 네덜란드의 회화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며(2장), 당시 주변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프랑스가 유럽의 미술 대국으로 올라서게 된 배경과 고전주의, 로코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작품들을 설명하며(3장) 산업혁명을 맞아 변모된 문화가 사실주의, 바르비종파, 인상주의 등의 근대 미술 및 미국 중심의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4장).

그림 뒤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난 뒤 그림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전에 없던 새로운 안목을 지니게 되는데, 이는 미술과 역사를 함께 공부한 저자의 주된 저술 의도이기도 하다. 예컨대 현대의 광고기술을 능가하는 안목으로 미술 작품을 홍보 자료로 적극 활용한 나폴레옹의 사례가 그렇다. 고대 로마 장군처럼 국왕이 아닌 ‘황제’ 칭호를 사용하던 그는 재임 시절 고대 로마 황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부단히 애썼다고 한다. 이미 황제가 되기 전부터 미술품 자체보다 선전 미술의 파급력을 정확히 꿰뚫어 본 권력자로서 건축이나 미술의 힘을 정권, 권력과 결부시켜 자신의 이미지 홍보와 제국의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특히 예전의 모 회사 양주병에 사용되기도 했던, 국가원수의 상징인 백마와 그 앞다리를 힘차게 들어 올리며 돌격 명령을 내리는 장면으로 유명한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보나파르트’ 작품은 황제의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한 초상화이지만, 실제로는 산길이 험해 노새를 타고 고개를 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아랫부분의 바위에는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원정길에 나섰던 고대의 영웅들인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서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샤를마뉴의 이름을 새기도록 하였다니 과연 권력욕의 화신다운 행적이다.

서양 역사를 돌아보면 미술은 왕족과 귀족의 필수 교양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늘날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대개 당대의 권력자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술이 지식과 교양을 갖춘 당대 사회 지도층이 이끌던 문화이고 서양의 지식인들 사이에 단단히 뿌리내린 문화 자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술은 눈 호강시키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읽는 예술 영역으로, 시대별 미술의 의미,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가치관 및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미술사에 대한 이해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와 교양의 표준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2,500년을 압축한 서양 미술사 특강을 들으니 공자님 말씀이 새삼스럽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僞師矣) : 이미 배운 내용을 잘 익히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알아간다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미술사 #비즈니스엘리트를위한서양미술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