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카를 하우스호퍼는 과거 독일 땅이면서 독일인의 피가 흐르는 유럽 동쪽을 의미하며 나치즘의 주요 이론적 바탕이 되는 레벤스라움(Lebensraum)을 주창하고 옥중의 아돌프 히틀러에게 사사했으나, 그가 러시아와 그 위성국으로 이를 잘못 이해하고 전선을 동서 양쪽으로 확장한 탓에 나치는 몰락하고 만다.
미국의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은 세계 정치의 핵심을 유라시아 대륙 해안지역으로 보고 림랜드(rimland)라 불렀으며 러시아 서쪽, 유럽 대륙, 북아프리카, 중국, 동아시아 등을 포함했다. 2차대전 후 소련 봉쇄정책이 주류일 당시는 매킨더의 이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소련의 몰락으로 중국이 부상한 이후 림랜드 지배자가 유라시아에 이어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내다본 그의 이론이 재조명을 받게 된다.
이상 4인의 고전지정학자 이외에도 저자는 미 국방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를 나치와의 연관성으로 한때 용어 사용이 기피 대상이었던 지정학을 부활시킨 인물로 묘사한다. 또한, 일명 ‘그랜드 체스판’을 통해 미국 단일 체제를 분석하여 미국의 새로운 역할을 주문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정통 기독교를 승계한 러시아만이 인류를 구제할 수 있다는 메시아주의로 서양 문명의 지배로부터 세계를 해방하겠다는 러시아의 알렉산더 두긴, 근대 유럽인들에 의한 식민지화의 역사를 밝히고 세계의 모순과 왜곡을 찾아 그 시정 방향을 제시한다면서 지정학을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상전의 도구로 전락시킨 일본의 코마키 사네시게, 균형 잡힌 미중 관계를 구축하기에 유리한 전략적 상호 신뢰를 쌓고자 서진을 주장하며 일대일로 전략을 기초한 중국의 왕지스 등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