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경제학 - 맨큐의 경제학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티븐 A. 마글린 지음, 윤태경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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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열정이 진실의 반대편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 상호작용을 규제하는 장치로서 시장을 정당화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 인간이란 무한한 욕구를 지녔고 본래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계산기일 뿐이며 유일한 중요 공동체는 민족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시장 관계가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잠식한다고 말한다. 축사가 불타버려 재산 손실과 좌절감에 무력해진 어느 공동체의 가족이 있다고 하자. 예전 같으면 이웃 사람들이 뛰어들어 화재를 진압하고 음식을 나누며 위로를 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헛간을 잃은 농부는 이제 보험회사의 관심 고객이 되어 그들에게 의존한다. 보험이 공동체의 헛간을 키우는 것보다 자원을 조직 편성하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상호주의에서 시장 관계로 전환되면서 공동체의 구성 요소인 사회적-인적 유대관계는 점점 약화된다.

 

기본적으로 개인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고 사람들의 소비 여력을 기준으로 정체성을 규정하듯, 경제학은 사회적 연결고리가 빈곤한 세상을 정당화하는 방법을 적용해왔다.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지난 4세기 동안 발전을 거듭해온 이 경제 이념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지배적인 신념이 되었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 이념이 조장해온 우리 삶의 불균형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은 과연 이단의 과학인가? ‘우울한 과학이라는 경제학의 별칭은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토마스 칼라일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 이 우울한 특성은 그 이후로도 지속하였고 학계와 비학계 모두에게 대중적인 용어가 되었다. 저자는 경제학이 '분열적'인 이유가 공동체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이러한 저자의 발언은 좀 의외일 수 있다. 왜 경제학 같은 특정 지식의 영역이 공동체의 파괴에 이바지하는 것일까? 그가 말하는 '경제학의 관념론'은 사리사욕을 지향하는 개인과 시장 체계를 모두 육성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지금의 세상을 돌아보자. 자율규제 체계로 정의되는 시장이 자원을 할당하고 가격을 책정하며 소득분배를 결정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의 공동체를 위한 공간은 없다. 사회적 유대와 상호 부조를 받는 대신 보험, 간호, 건강 등의 의료 서비스가 재화로 거래되면서 비인격적인 시장 관계는 상호주의라는 개인적 관계로 대체된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학이 공동체를 해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동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공동체의 상실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가? 일견 사람들은 공동체가 그들의 구성원들에게 구속력 있는 제약을 가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구성원의 수가 적정선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자유롭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등장할 정도로 이 행성의 인구는 늘어나고 재화는 부족해졌다.

 

공동체가 약해지면 개인의 자유는 증가할 것이다’. 이 명제를 명시적으로 돌아보는 대신, 저자는 이를 거부할 만한 모든 요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공동체는 일부 경제 모델에서 말하는 이타주의와 동격이 아니며, "생명에 형태와 풍미를 주는 관계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사회적 접착제"로 정의된다. 그것은 우리 정체성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핵심이다. 공동체는 경제와 정치뿐 아니라 사회성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래에 대한 공통의 비전과 공유된 기억을 제공함으로써 세대 간의 연속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공동체의 상실이 곧 우리 정체성의 해체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지배적인 경제 이론이 공동체에 미치는 처참한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심리학, 인류학,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 다른 지식의 분야를 바탕으로 독자를 정교하고 매혹적인 분석으로 안내한다. 분석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며, 저자의 주제와 관련된 모든 주요 사안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비정통적, 달리 말해 비주류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주류 경제 이론에 반대되는 명확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자연스러운 관전 포인트이다.



 

저자가 공동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일부 비정통적 경제학자들의 진지한 노력을 실제로 분석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의외다. 경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비평을 훌륭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저자는 내부적 비판을 경시해 왔으며 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하는 경제적 불협화음의 한계로 인해 세상은 다시 주류 경제학 내부의 이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짝 비틀어 보는 새로운 시각의 경제학을 표방하는 이 책의 논의 가운데 공산주의에 대한 분석을 다루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산주의는 사람들을 이성적 개인이나 한 국가의 시민으로 정의하는 대신 주로 종교적,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요 쟁점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추진하는 세계화의 가속과 함께 어떻게 공산주의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져도 좋을 것 같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통적 공동체가 훼손되는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가 공산주의의 이념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시장의 확장으로 공산주의가 재등장한다면 이러한 확장이 오래된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는 어떻게든 생성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러한 맹점에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과 공동체의 파괴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실증 실험은 유혹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며 전반적으로 잘 문서화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세상에 영원불멸한 이론이나 학문은 없다. 유기체처럼 경제도 성장하고 변화한다. 새로운 환경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맨큐 경제학으로 대변되는 주류 경제에 익숙해진 시각 역시 절대 불변일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 경제학이 아직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추이를 지켜보는 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와 함께 주류 경제로부터 한발 물러나 냉철하게 관찰하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를 표하며 경제를 알아야 하는 모든 독자 제위들께 일독을 권한다.

 


# 경제사상과이론 # 공동체경제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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