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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는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 공허함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기 위한 마음 공부
박성만 지음 / 빌리버튼 / 2020년 9월
평점 :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줄 알죠? 천만에요. 더 고집스러워지고 괴팍해집니다. 자기 생각에 갇혀 살아요. 그게 다 마음공부를 게을리해서 그런 겁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전직 학교 이사장이었던 어느 어르신의 일갈이다. 사람은 저절로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려 넋두리라도 할라치면 꼭 주위에서 이런 말이 들려온다. ‘자기가 아직도 20대인 줄 안다니까?’ 여전히 20대처럼 의욕을 가지고 일한다는 뜻이니 ‘이거 왜 이래, 나 아직 안 죽었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해서 꼭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확한 상황 파악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를 반복하는 꼰대가 되어가나 싶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원리를 겸손이라고 말한다.
꼰대는 삶이 아닌, 자신의 말에 귀감을 삼으라고 한다. ‘나 때는 말이야’는 삶의 무대에서 물러나는 것에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다.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실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사람이 땅으로 내려와 흙처럼 되어 겸손해지는 것이 삶의 원리다. (98쪽)
이제 50 고개를 넘어가니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가장 많은 근육량을 자랑하던 허벅지가 얇아지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식사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대사량이 적어지니 자연히 체중이 신경 쓰인다. 40대 중반에 진작 찾아온 노안으로 가까이 있는 글자를 읽으려면 안경을 썼다 벗기를 반복해야 하니 성가시기 이를 데 없다. 체력이 떨어지니 업무 집중력과 의욕도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노안이 왔다고 해서 서글퍼할 일만은 아니다.
진리는 문자에 있지 않다는 선불교의 개념처럼, 노안은 문자의 틀에 갇힌 생각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뜰 때가 왔다는 신호이다. (250쪽)
몸은 현재에 있으면서 마음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면 저자가 말하는 ‘현재를 사는 세 가지 원리’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첫째, 좋았던 일을 기억하고 둘째,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셋째, 좋거나 나쁜 일에는 반드시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지금까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집중해 왔다면, 생애 후반기에는 이성과 감정으로 나를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가를 생각하자고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이 미천하다고 서러워하거나 공허함에 시달릴 필요가 없으며,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마음의 태도만 바꿔도 자신을 잘 지켜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풍부한 심리치료 임상경험의 결과와 학문적 바탕을 토대로 한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50 이후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생애 후반기를 건너가는 낯설고 새로운 시선을 설명하며(1장), 공허함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기술을 공개하며(2장), 진짜 자신을 만나러 가는 시간을 가져보고(3장),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원칙을 소개하며(4장), 몸과 마음과 병을 바라보는 관점(5장)을 제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간에 명성을 크게 얻었던 드라마와 영화 다수를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봐야 할 작품들로 소개하며 각 작품의 감상평을 부록으로 실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간결하고 차분한 저자의 문장력에 깔끔한 편집은 덤이다. 옆집 아짐과 아재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