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귀환 - 누구나 아는,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제이슨 바커 지음, 이지원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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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혁명에 뒤이어 프랑스에서 추방되었던 카를 마르크스는 1849년 프로이센을 탈출하여 런던에서 살고 있다. 그해 11월의 런던은 세상을 바꾸려는 광적인 몽상가 무리로 가득 차 있었다. 가난에 찌든 그는 아내 예니, 가정부 헬레네 데무스, 네 아이와 함께 방 두 칸짜리 집에 궁상맞게 살면서 자신의 자본론 원고와 정치 경제에 대한 비평을 완성하려 애쓰고 있다. 폭압적인 식모에게서 핍박받고,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아내에게 무시당할수록 그는 자신의 자본론이야말로 노동자들에게는 혁명을 가져다주고 그의 가족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으면서 집필에 더욱 몰두한다.

공산주의자 연맹에서 활동 중인 마르크스는 무정부주의자들을 비난하고 음모론자들을 상대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혁명적인 사상을 옹호한다. 이러한 상황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지만, 마르크스에게는 끝없는 좌절인 동시에 유머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정체 모를 인물이 그의 작품에 강박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마르크스의 혁명적인 여정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은 심리학적 미스터리, 철학, 미분학 등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작품에서 발췌한 내용을 결합한 역사 소설로, 역사상 가장 예외적인(?) 정신세계를 지녔던 인물의 삶과 시대를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흥미로운 역사 소설인 ‘마르크스의 귀환’은 2011년 다큐멘터리 ‘Marx Reloaded’를 감독했던 제이슨 바커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르크스가 템즈 강변을 따라 줄지어 선 공장들의 "최악의 부유 하수구"를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1월 5일 가이 포크스의 밤 기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흘러들어온 "프롤레타리아 군대"는 그들의 봉건적 조상들과는 또 다른 실체다. 그들은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포위하고 트라팔가 광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차티스트들과 합류한다.



이 책에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30년 동안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묘사하기 위해 수집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용문을 포함하고 있다. 1850년대의 상대적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부터 아일랜드 독립 투쟁, 프랑코-프러시아 전쟁, 1870년대의 파리 코뮌에 이르기까지 마르크스는 이러한 사건들을 단순히 관찰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글을 이용하여 그 의의를 설명하고 나아가 혁명조직의 건설을 설명하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효과를 지닌 두 가지 표현 기법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그의 가상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 대한 분석을 전개한다. 첫째는 자본주의를 "플롯"하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수학적 계산과 둘째는 "피크와 수조"가 있는 움직이는 열차의 반복적인 은유다.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지겨운 감이 들 만큼 오래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며 자본의 내용에 관해서는 설명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저자는 또한 다분히 이론적인 노력과 삶의 가혹한 현실 앞에 지쳐버린 마르크스가 이러한 문제들을 무의식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장치로 몇 가지 연속적인 꿈을 사용한다. 이는 나중에 소원해진 아들 귀도와의 부자관계 그리고 에드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슴 아픈 방법이 된다.

마르크스는 봉건주의와 비교하여 초기 자본주의의 진보적 성격을 확실하게 규명하였다. 그러나 1871년 단명한 파리 코뮌의 급진적인 실험은 그의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직접 민주주의 사상을 훨씬 더 잘 보여주는 사례를 제공했는데, 이는 따뜻하고 제국주의적인 부르주아지와 탐욕스럽고 자본주의적인 이익 추구 사이의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사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명칭은 전에 없던 것으로 마르크스의 사회학적 창조물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의 사상과 코뮈니카드의 관련성은 당시 파리 경찰청장이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악명 높은 독일 망명자 카를 마르크스"라고 언급하면서 공식화된다.



흔히 마르크스의 업적을 표현할 때, 마르크스의 친구이자 동료 혁명가인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본론 1권을 출간한 다음 했던 말이 인용된다. "그는 모든 의미에서 진보적인 역사 이론을 만들어 내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과학을 발명한 것이다." 세계 다수의 국가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혁파하고자 공산주의 체제를 도입, 시도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오늘에 이르렀지만, 이것이야말로 마르크스 사상의 영원한 유산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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