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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아시아 작가들의 글쓰기와 삶
오정희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열아홉 명의 아시아 최고의 작가에게 어떻게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책 한 권을 엮었다. 모두 문예지 《아시아》에 실렸던 것으로 그 시기도 2006년부터 시작하여 2019년까지 제각각이다. 작가들의 국적은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많다. 책은 문고판 규격에서 폭이 약간 더 넓고 250페이지 내외에다 짤막한 길이로 구성되어 출퇴근 길이나 자투리 시간에 간간이 읽어내기도 편하다.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글을 써 온 작가도 있는데 부끄럽게도 익숙한 이름은 두 분뿐이다. 다들 소설 작가인 데다 소설보다는 실용서나 최신 관심사 위주의 책에만 관심을 두어서 그런 것이리라.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는 책의 뒤 표지에 일부 간략하지만 잘 소개되어 있다. 어떻게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개성적인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의 생활사를 통해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아본다는 생각으로 읽어 보았다.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성장 배경을 가졌으나 상당수는 평탄한 삶이라고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글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예컨대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한 극빈 생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받아야 했던 차별,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과거사 문제의 희생자, 독재에서 민주 정권으로 이양 과정에서 받았던 신체 고문 등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작가들의 극한 경험 자체가 소설로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훌륭한 소재가 된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얻은 경험 속의 온갖 감정, 즐거움, 고통과 번뇌를 글로 승화시키고, 독자는 소설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동시에 교훈도 얻는다.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 경우라면 독자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는 느낌으로 감정의 동화 또는 거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동안은 작가와 친밀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한시적으로 매우 사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무려 열아홉 명이나 되는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필자와 비슷한 연령대이고 비슷한 시대 상황을 겪으며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살았음을 알았을 때는 공감대의 폭이 넓어지면서 왠지 모를 친근감이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어떻게 글을 쓰는가‘는 소설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낡은 질문일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가장 잘 들어보기 어려운 답변이리라 생각했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 감사하며, 차후 이들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을 접하더라도 글로 녹여내는 이들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 생각하며 일독을 권한다.